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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2. 내 머릿속에는 모차르트가 살고 있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2. 내 머릿속에는 모차르트가 살고 있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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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내 머릿속에는 모차르트가 살고 있다

 

 

질투 없는 눈.

그래, 그의 눈에는 질투가 없다: 그래서 너희들은 그를 존경하는가?

그는 너희들의 존경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는 먼 곳을 바라보는 독수리의 눈을 지니고 있다.

그는 너희들을 보지 않는다그는 별들을, 별들만을 바라본다.

-니체, 안성찬 · 홍사현 역, 즐거운 학문, 책세상, 2005, 51.

 

 

일일 DJ로 활동한 앤디는 자신이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듯 편안하게 피가로의 결혼을 감상한다. 소장과 간수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 열어! 열라니까! 경고한다! 꺼라! 넌 이제 죽었어!” 노튼 소장은 믿었던(?) 앤디의 도발에 분노하고, 앤디는 2주간 독방 신세를 면치 못한다. 독방은 사람은 물론 빛도 소리도 책도 없는 광막한 어둠을 마주하는 곳이지만, 2주나 독방에 갇혀 있던 앤디는 평소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 레드는 돌아온 친구에게 1주일이 1년처럼 더디게 가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앤디는 씩 웃는다. 난 괜찮았다고. “모차르트가 친구가 되어줬거든요.” 순진한 레드는 앤디의 언어유희를 이해하지 못한다. “독방에 녹음기를 넣어줬단 말이야?” 앤디는 웃으며 자신의 머릿속을 가만히 가리킨다. “내 머릿속에 모차르트가 있었어요. 그들이 그것까지 빼앗을 수는 없잖아요.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있어요?”

 

 

 

 

레드는 아주 머나먼 곳,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곳을 덧없이 회상하듯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왕년에 하모니카를 잘 불었지. 이젠 흥미를 잃었어. 도무지 감흥이 안 나서.” 앤디는 곧바로 레드의 말꼬리를 붙잡는다. “감흥을 느끼는 데는 감옥이 제격이죠. 왕년의 그 하모니카 소리를 잊지 않도록 가끔 불어보세요.” 앤디는 천연덕스럽게 감옥이야말로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는 데 적당한 장소라며 미소 짓는다. “잊지 마세요. 세상에는 돌로 만들어지지 않은 곳도 있어요. 그 안쪽까지는 저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죠. 건드릴 수도 없어요. 그건 오직 당신만의 것이니까요.” 레드는 앤디의 투명한 눈빛에 서린, 달콤하지만 불온한 상상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앤디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두고 말한다. “희망이요.” 레드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마치 금기어를 들은 듯이 정색을 하며 앤디에게 경고한다. “희망? 내가 충고 한마디 할까? 희망은 위험한 존재야. 사람을 미치게 하지. 감옥에서는 필요 없는 존재라고.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레드는 불안한 눈빛으로 앤디를 바라보지만, 어느새 잃어버린 하모니카의 슬픈 환청이 망각의 저편에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듯하다. 레드의 가처분 심사 날짜는 어김없이 다가왔고, 심사위원들은 도살장의 쇠고기 등급을 심사하는 듯 냉혹한 눈빛으로 레드를 샅샅이 훑어본다.

 

 

 

 

당신은 30년 동안 복역했소.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됐나요?” 레드는 평소와 달리 긴장된 눈빛과 경직된 말투로 심사에 임한다. “물론입니다. 전 옛날의 제가 아닙니다. 위험한 존재도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전 완전히 교화가 됐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어김없이 부적격(rejected)’ 판정이다. 가처분 심사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종신형 죄수를 고문하는 또 하나의 형벌이다. 레드가 복역한 지 30, 앤디가 복역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앤디는 미리 준비한 선물을 레드에게 전해준다. “이거 가처분 불합격 선물이에요. 뜯어봐요.” 레드가 한때 멋들어지게 불었다는 하모니카였다. 한가로이 하모니카를 부는 레드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은 앤디의 심정을 알면서도, 레드는 지금은 불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모니카는 잊고 있었던 바깥세상을 일깨워줄 것이며, 앤디의 머릿속에 사는 모차르트가 일깨운 위험한 자유의 공기를 기억나게 할 것이다. 레드는 그 희망의 냄새를 다시 맡는 것이 새삼 두렵다. 레드는 다음에 불어보겠다고 이야기하며 쓸쓸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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