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가렴주구에 우물세까지
이 시는 함경도 종성 지역의 문물과 풍속을 다룬 연작시(連作詩) 79수 중 일부분이다.
언 발에 오줌을 눈다고 따뜻해질 수 있을까? 잠시 따뜻해질 뿐 금방 더 추워진다. 올해 환곡(還穀)을 갚지 못했으니, 내년에는 얼마나 시련이 닥칠지 보지 않아도 알겠다.
살림이 어려워 환곡을 받아도 금방 먹어 버려 흔적도 없고, 환곡을 갚아도 형체가 없다. 백성에게 얼마나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하는지 우물까지 독점하여 물도 세금 내고 먹어야 한다.
세금 내라는 재촉에는 한마디도 못 하는데, 관리의 얼굴을 보면 마음부터 먼저 놀란다. 베를 열심히 짜서 관청에 세금으로 바치지만, 관청에서는 헐값으로 사들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덕무는 『청비록(淸脾錄)』에서 박제가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초정의 시는 재주가 뛰어났을 뿐더러 기운이 강하였고 사리(詞理)가 명백하였으며, 또 사실(事實)을 잘 기록하였다. 일찍이 어양산인(漁洋山人) 왕사진(王士禛)의 회인절구(懷人絶句)의 예를 모방하여, 당세의 보고 들은 명류(名流)ㆍ현사(賢士)를 두고 절구(絶句) 50여 구(句)를 지었는데, 각각 장점을 취하였고 찬미함이 정당하였다. 나와 함께 문예에 대하여 낮이 다 가고 밤이 새도록 끝없이 얘기했으나 조금의 어긋남도 없었다. 그의 시는 웅대한 곳은 기상이 장렬하고 섬세한 곳은 아름답고도 미묘하였으며, 글씨를 쓰면 기이하여 아무도 당해 낼 수가 없었으니, 역시 근래에 드문 재주였다[楚亭之詩 才超而氣勁 詞理明白 亦能記實 甞倣漁洋山人懷人絶句例 爲當世所見聞名流賢士 作五十餘絶句 各取所長 贊美停當 與余談藝 終晝竟夜 滔滔纚纚 如合左契 其爲詩 大處磊落 纖處娟妙 落筆離奇 人不可當 亦近世罕有之才].”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01~30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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