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나라의 명령으로 농부에게 청주와 쌀밥을 금한다는 걸 듣고
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
이규보(李奎報)
長安豪俠家 珠貝堆如阜 | 장안에 호화스런 집안엔 구슬과 돈이 언덕처럼 쌓였고, |
舂粒瑩如珠 或飼馬與狗 | 찧어놓은 쌀이 영롱하기가 구슬 같으나, 혹 말과 개에게 먹이네. |
碧醪湛若油 霑洽童僕咮 | 맑은 청주 담백하기가 기름 같아 하인 주둥이에도 적셔주네. |
是皆出於農 非乃本所受 | 이것들은 모두 농부에게 나와 본래 받아야 할 것이 아니네. |
假他手上勞 妄謂能自富 |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빌렸는데도 망령되이 “스스로 부를 이루었지.”라고 말한다. |
力穡奉君子 是之謂田父 | 힘써 농사지어 군자를 봉양하니, 이런 이를 ‘농부’라 한다. |
赤身掩短褐 一日耕幾畝 | 벌거숭이에 홑적삼으로 가리고 하루에 갈아봐야 몇 이랑이냐? |
才及稻芽靑 辛苦鋤稂莠 | 재주로 벼가 막 익어갈 때에 이르면 고생하며 호미 매고 김맨다. |
假饒得千鍾 徒爲官家守 | 가령 넉넉하게 천종을 빌리더라도 한갓 관가의 수입이 된다. |
無何遭奪歸 一介非所有 | 도리 없이 빼앗겨 귀속됨을 만나니, 하나도 나의 소유가 없어라. |
乃反掘鳧茈 飢仆不自救 | 곧 돌이켜 고사리를 캐먹더라도 굶주려 죽더라도 스스로를 구하질 못한다. |
除却作勞時 何人餉汝厚 | 농사지을 때를 제외하면 어떤 사람이 너희들에게 넉넉하게 주랴? |
所要賭其力 非必愛爾口 | 원하는 건 그 힘에 걸은 것이지, 반드시 너의 입을 아껴서 그런 것은 아니지. |
粲粲白玉飯 澄澄綠波酒 | 곱디고운 흰 옥 같은 밥과 맑디맑은 푸른 물결 같은 술은, |
是汝力所生 天亦不之咎 | 이것은 너희들의 힘으로 생산한 것으로, 하늘도 또한 허물하지 않으리라. |
爲報勸農使 國令容或謬 | 권농사 1에게 알리노니, 나라의 명령이 혹 잘못된 거 아니요? |
可矣卿與相 酒食猒腐朽 | 괜찮다. 경과 재상은 술과 밥이 물려 썩어가고, |
野人亦有之 每飮必醇酎 | 야인은 또한 그것을 소유했으되 매일 반드시 진한 청주를 마시며, |
游手尙如此 農餉安可後 | 노는 사람들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농부만 어찌 뒤에 하는가? 『東國李相國後集』 卷第一 |
인용
- 권농사(勸農使): 고려시대 농업을 권장하기 위해 각 지방에 파견된 관원을 말한다.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한시놀이터 > 서사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제가 - 수주객사(愁洲客詞) (0) | 2021.08.25 |
---|---|
성현 - 벌목행(伐木行) (0) | 2021.08.25 |
대농부음(代農夫吟) - 해설. 노년에 최씨정권의 한계를 보고 농부의 시선을 담다 (0) | 2021.08.25 |
이규보 - 대농부음(代農夫吟) (0) | 2021.08.25 |
가흥참(可興站) - 해설. 세곡선 때문에 남쪽지방의 고통스러운 현실 고발 (0) | 202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