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4. 그 맛을 아는가?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사람들이 먹고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구나.” 道不可離, 人自不察, 是以有過不及之弊. 右第四章. 도는 떠날 수 없지만 사람이 스스로 살피지 않기 때문에 과함과 미치지 못하는 폐단이 있는 것이다. 오른쪽은 제4장이다. |
그래서 그 다음에 명언이 나옵니다. 공자님 말씀이 “인막불음식야 선능지미야(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음식을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다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중국의 리얀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 『음식남녀(飮食男女)』란 게 있죠. 그거 한 번 꼭 보세요. 걸작입니다. 평범한 자기의 음식문화를 가지고 그렇게 심미적(aesthetic)인 화면을 구성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거든요. 영화 자체의 내용은 멜로드라마에 불과하지만, 난 상당하다고 평가하는 작품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알고 있는 중국음식은 중국음식이 아냐. 그냥 기름에 지지고 볶은 것에 불과해요. 중국요리는 기본적으로 기름에 볶고 튀기는 게 많지만, 중국요리의 미학은, 북경 고급요리로 갈수록, 기름을 쓰되 어떻게 기름의 느끼한 맛이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느냐 하는 데 있어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약재에서 개발된 향료를 쓴다는 거예요.
이에 반해 한국요리의 가장 불행한 사실은 향료개념이 없다는 겁니다. 한국음식의 향료는 마늘, 파 밖에 없어요. 이 지겨운 마늘, 파에 중독이 돼서 도대체 음식이 뭔지 몰라! 이런 몰상식한 인종이 어딨냐 이거야! 이게 큰 문제예요. 우리 어머니 세대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무지막지하게 조미료를 쓰지 않았습니다. 한국여자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어릴 때는 남자들과 비슷하게 지내다가 중ㆍ고 시절에도 그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밖에 없어요. 그래서 엄마들은 자기 딸이 부엌에 들어오면 큰일 나는 줄 알뿐입니다. “얘야 너는 손에 화장품이나 바르고 공부나 열심히 할 일이지 부엌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라….” 그렇게 대학 들어가서 4년 보내고 뭐하다 보면 스물 대여섯에 시집가. 그렇게 되면 정말 ‘갑자기’ 얘가 엄마가 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얘들이 갑자기 엄마가 되니 엄마 노릇이 되냐 이 말이요. 부인 노릇하고 엄마 노릇한다는 것이 얼마나 도(道)가 필요한 건데, 거기에 대한 준비가 일체 없어요. 이런 것까지는 좋다고 쳐. 이런 것까지는 좋은데, 이것의 결과로 결국 한국 여성들에게 이어져 오던 문화가 전멸해 버렸어요. Korean food culture is gone!
내가 말이죠, 이리에 있을 땐 그렇다 치고, 전주를 갈 때는 기대를 좀 했어요. 그곳은 예로부터 유명한 양반 도시고, 전주비빔밥이니 어쩌고저쩌고 손꼽았던 데가 아닙니까? 근데 야?? 이거 큰일 났어! 음식점이 한군 데도 제 맛을 내는 데가 없어요. 20년 전에 내가 전주 갔을 때만 해도, 어느 음식점을 가든지 음식이 수준급이었는데, 20년이 지나니까 완전히 변했드만. 이런 문제는 심각한 거예요. 이런 말이 있거든. ‘귀명창이 있어야 소리명창이 있다.’ 판소리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문제는 대한민국 문화수준에서 송만갑이를 길러낼 수 있는 귀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판소리꾼이 생겨날 수가 없어요. 생각해 보십시오. 노래를 부르면 비평이 들어와서 평가가 되고 해야 차츰 자신을 다듬으면서 송만갑처럼 되는 거지, 판소리를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부르든, 오페라식으로 하든 그런 데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그저 어린애들이 얼굴 예쁘다고 영화에 나와서 부르면 그걸 또 판소리인 줄 알고 좋아하니 그 수준이 말이 아니라고. 이래 가지고서야 우리 문화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음식문화에서도 미식가가 없기 때문에 한국의 음식들이 형편없어지는 겁니다. 그니깐 남자가 입맛이 좀 까다로와야 해요. 까다로운 걸 다들 나쁘다고만 하면서, ‘우리 남편은 까다롭지가 않아서 아무거나 꿀꿀이 죽처럼 만들어 줘도 잘 먹으니 좋다…’ 이거 정말 되겠습니까? 여자가 못하면, 음식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 예술(art of cooking)을 배워야 해요.
미국 유학 가서 보니깐 중국의 남자들은 대개 일류 요리사들이예요. 지금은 개판되어 가고 있지만 그들의 그런 문화가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살아있단 말야. 그래서 유학생들끼리 모여도 앞치마 착 걸치고 부엌에서 뚝딱뚝딱하면 그래도 수준급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나옵니다. 그치만 우리나라 남자들은 그게 안 되거든. 그래서 음식 문화가 타락의 극치로 가고 있는데 이게 문제가 있단 말이예요.
그래서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인막불음식야 선능지미야(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인간치고 먹고 마시지 않는 놈이 어디 있느냐, 이거야. 근데 문제는 그저 먹고 마시는 게 아니라 그 참 맛을 아느냐는 겁니다. 진정한 그 맛을 아는 놈이 드물다는 애기죠. 햐, 이거 대단한 문장입니다. 한문의 맛이란 게 바로 이런 거예요. 여러분 ‘도(道)’하면 뭔가 대단한 걸로 알고 있잖아요? 근데 앞에서 ‘도지불행야(道之不行也)~ , 도지불명야(道之不明也)~’ 하고 나오다가, 그 결론이 뭐야? 우리가 항상 먹는 음식이야, 음식! 이게 바로 중용(中庸)입니다. 4장의 논리구조가 절묘하게 되어 있죠? 그니까 먹는다고 다 음식이 아니라니깐. 지킨다고 중용(中庸)이 아니라니깐. 그 맛을 알아야지! You‘ve got to know taste!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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