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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4장 - 5. 맛의 판단은 느낌이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4장 - 5. 맛의 판단은 느낌이다

건방진방랑자 2021. 9. 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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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맛의 판단은 느낌이다

 

 

그러면 도대체 맛이라는 게 뭡니까? 칸트는 제3비판에서 뭐라고 했냐면, 심미적 판단의 근본은 이라 했거든요. 판단력이란 말은 바로 맛을 안다는 겁니다. 맛의 판단은 느낌(feeling)이며 개념(concept)이 아닙니다. 한 건물에 대한 개념적 지식과 그 건물에 대한 맛(아름다움)의 느낌은 다른 것입니다. , 맛이라는 것은 절묘한 것입니다.

 

요새 최교수가 집에 없어서 한 아주머니가 와서 고깃국 같은 걸 끓여놓고 가는데…… 여성 동포들을 위해서 내가 이걸 또 강의를 해줘야지. 고깃국 하나를 제대로 못 끓이는 불행한 이 현실! 미국에 가보면 말이죠, 고기가 많아요. 안심 같은 고기가 수 파운드에 몇 푼 안합니다. 그래서 모였다하면 고기! 고기야, 좌우지간. 우리 어렸을 때는 고기에 굶주렸으니깐. 유학생 부부가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초대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새 젊은 부부들이 집에 나를 초대하기도 하는데, 그런 집에 가기가 공포스러워요. 젊은 부부들이 최선을 다해서 상을 차려주기는 하는데들어가면 일단 차를 내와요. 그러면서 잣 같은 것을 몇 개 탁 떨어뜨려 놓고 폼을 내는데. 하유~ 나는 이럴 땐 정말 괴로와집니다. 잣이라는 것은 말이죠 엄청난 탈취제(deodorant)거든요. 있는 냄새란 냄새는 다 빨아들인단 말이죠. 그래서 잣을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김치 냄새에서부터 오만가지 냄새를 다 빨아들입니다. 그렇게 냉장고에서 내 온 그 잣을 씹으면 세상에 없는, 기가 막히게 오~~한 맛이 나는 거예요. 여기서부터 당하기 시작하는 거죠.

 

다음에는 고깃국을 끓여가지고 내오는데. 어이구 내, ~, 여러분에게 이런 걸 강의해야 되다니! 여러분 이걸 알아야 되요. 고기라는 건 말야 피예요, ! 피냄새에는 노린내가 배어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수퍼마켓에서 고기를 사서 고기가 아깝다고 물로 슬슬 씻어서 툭툭 썰어서 끓이면 제대로 된 고깃국인줄 알아요. 근데 문제는 거기서 노린내가 난다 그 말이야. 그래서 안 되겠으니깐 마늘을 쳐 넣고, 생강을 쳐 넣고, 파를 썰어 넣고, 거기다가 고추장을 바가지로 넣어가지고 끓이는데 기름이 둥둥 떠 있고 파쪼가리가 있으면, ‘이게 기맥힌 매운탕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이게 돼지 밥통에나 갈 것이지 어떻게 그게 매운탕이냐 이 말이요. 게다가 미원까지 삽질을 해 퍼붓고. 웃기는 얘기지. 이걸 내놓고 먹으라고 하니. 이건 정말 사약보다도 더 먹어주기가 괴로운 겁니다.

 

 

 

 

여러분 뼉데귀든 갈비찜이든 모든 고기 요리는 말이예요, 우선 초를 좀 넣고 (후추나 마늘을 넣어도 좋다) 15분 가량 푸욱 끓여요. 그러면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죠? 그 다음에 그 거품만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싹 엎어서 내버려! 고기 국물이라고 아까와 하질 말고 주저 없이 내버리고 고기만 건져서 그걸 박박 씻어요. 그러고 나서 마알간 물에 끓이는 거야. 이때 그 고기는 맛이 제대로 유지되는 거예요. 모든 고기덩어리는 유통과정에서 더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으로 그냥 요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되요. 석유냄새가 마늘로 없어지겠습니까? 그리고 모든 고기 국물은 설농탕이든 곰탕이든 매운탕이든 마알개야 되는 겁니다. 탁한 데까지 가면 그 고기나 뼈다귀는 못 쓰는 거예요. 항상 향료는 마지막 단계에 쎈스있게 가미하는 겁니다. 이건 매우 간단한 힌트인데 한국 여성 중에 이걸 지킬 줄 아는 사람이 과연 0.0001%나 될까?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곰국 같은 것은 무조건 오래 끓이면 좋은 줄 아는데 잘못된 겁니다. 끓이는 과정도 다이내믹 프로세스(Dynamic process, 역동적인 과정)인데 그것은 중용(中庸)의 도가 있는 겁니다. 국이 끓는데 무우를 썰어 넣어도 무우 색깔이 가장 밝게 나타나는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 곧바로 스톱! 하란 말이야. 그걸 자꾸 끓이면 점점 뻘개지고 뿌옇고 탁해져 버려요. 한국 사람들은 걸쭉한 것이 좋은 줄 아는 데, 고깃국 하나 끓이는 데도 지나치지 않고 불급(不及)하지 않는 중용(中庸)이 필요하다는 걸 좀 깊이 새겨들으세요. 처음에는 스톱해야 할 순간을 알아내기 힘들지만 자꾸 음식을 만들다 보면 공력이 쌓여서 느낌으로 알 수 있거든요. 이렇게 음식에는 가장 적절한 그 맛이 있습니다. 김치도 마찬가지죠. 김치가 익는다고 그러잖아요? 대개 김장김치가 제 맛을 내는 기간은 1주일도 채 안 되요. 11월말에 김장을 담궜다면 1월 초 경의 1주일 동안에 김치가 베스트 향기를 발합니다. 그 시기가 지나가면 또 지나치게 되는 거죠.

 

이렇듯 모든 맛의 구조에는 과불급(過不及)이 있단 말이예요. 그니깐 중국인들은 음식남녀(飮食男女)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그런 게 다 엄청난 철학적 주제가 될 수 있거든요. 일상적인 데서 제 맛(Geschmack)을 아는 것, 그것이 중용(中庸)의 핵심입니다. 공자님은 말씀하십니다. “사람치고 먹고 마시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마는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구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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