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10. 올바른 수신법
故君子不可以不修身; 思修身, 不可以不事親; 思事親, 不可以不知人; 思知人, 不可以不知天. 따라서 군자는 몸을 닦지 않을 수 없다. 몸을 닦으려고 하면, 가까운 사람을 섬기기 않을 수 없고, 가까운 사람을 섬기려고 하면, 뭇사람을 알지 않을 수 없고, 뭇사람을 알려고 하면, 하늘(대자연)을 알지 않을 수 없다. 爲政在人, 取人以身, 故不可以不修身. 정치를 함이 사람에게 달려 있고 사람을 취함은 몸에 달려 있기 때문에 수신(修身)하지 않을 수 없다. 修身以道, 修道以仁, 故思修身, 不可以不事親. 수신(修身)하기를 도(道)로써 하고, 도(道)를 닦음을 인(仁)으로써 하기 때문에 수신(修身)을 생각함에 어버이를 섬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欲盡親親之仁, 必由尊賢之義, 故又當知人. 친한 이를 친히 하는 인(仁)을 다하려 하면 반드시 어진 이를 높이는 뜻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또한 마땅히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親親之殺, 尊賢之等, 皆天理也, 故又當知天. ‘친친지쇄(親親之殺)’와 ‘존현지등(尊賢之等)’은 다 천리기 때문에 마땅히 하늘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고군자 불가이불수신(故君子 不可以不修身)’
내가 혓바닥의 설근 부위에 암 덩어리 같은 게 생겨서 고생을 하고 있는 데, 걱정했던 것처럼 암인 것 같지는 않지만 신경이 쓰입니다. 내가 별거 아닌 것을 가지고 암이라고 하니까 엄살 피운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는데, 사실 암이라는 게 별게 아닙니다. 쉽게 생각해서 인간의 질병은 염증(inflammation)과 암(cancer)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염(炎)과 암(癌)의 특징을 보면, 염은 기존 세포 수에 변화가 없이 세포자체의 병 됨이고, 암이라고 하는 것은 네오플라지아(Neoplasia) 즉, 기존의 조건에서 세포수가 증가하는 것, 없었던 것이 새롭게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즉 암은 일명 네오플라즘(neoplasm, 신생물질이라는 뜻)이라고도 하며 몸에서 새로 생겨났으면서도 기존의 몸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종양(tumour)인 것입니다. 암의 가장 흔한 형태가 흔히 우리들 손등에 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사마귀이죠. 이것은 기존의 세포 수에서 증가한 것으로서 양성종양의 가장 가벼운 형태입니다. 예컨대, 위암이라고 하는 것은 내 몸 자체가 제공한 구조적 조건 속에서 출현한 것이고(外邪라기보다는 內邪) 내 몸이 공급하는 양분을 먹고 자라면서도 내 몸의 질서를 뒤흔들어 버리는(내 몸의 질서와 무관한 암 자체의 자율성을 갖고 있다), 즉 내가 만들어 낸 내 몸 안의 기생적 이물질이라는 점에서 위염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위염은 어쨌든 내 몸의 질서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염증은 정상회복이 쉽지만, 암이라고 하는 것은 새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제거하기가 힘든 것이죠.
이 암이라고 하는 것은 불알만 있는 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보통 세포는 핵과 각종 세포질이 종합되어서 세포를 이루는 데, 암이라고 하는 것은 핵만 있다는 것입니다. 이놈은 까기만 해요. 계속 번식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어떤 존재가 무질서하게 증식할 때, 사회적인 암도 마찬가지로, 그것은 모두 암입니다. 내 혓바닥의 혹도 암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암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천하의 김용옥이가 쥐좆털에 앉는 먼지의 백만분지 일도 안 되는 미생물(virus)에 맥을 못 추고 무릎을 꿇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그런데 그 미세한 데서 잘못된 것이 인간을 쓰러뜨리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란 것은 몸을 가지고 있는 한은 제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별 수없는 존재이거든요. 여름밤에 잠을 자려고 하는데 모기가 ‘왱∼’ 하고 달려들면 이 하찮은 곤충 몇 마리에 밤이 새도록 시달리면서 난 굴욕감을 느낍니다. “야! 인간이라고 하는 거대한 동물이 모기새끼 하나 때문에 위대한 단잠을 방해 받다니 이럴 수가 있느냐?” 이럴 때 나는 막 울부짖고 싶어진다! 인간이란 몸이 있는 한, 지가 스티븐 호킹이 아니라 이 우주의 모든 진리를 터득한 자라고 해도 하찮은 바이러스에게 당합니다【노나라의 선표라는 사람은 바위에서 살며 물을 마셨고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아 나이 70살인데도 어린아이 같았다. 불행히 주린 호랑이를 만나 주린 호랑이에게 죽게 됐고 잡혀 먹혔다[魯有單豹者, 巖居而水飮, 不與民共利, 行年七十而猶有嬰兒之色. 不幸遇餓虎, 餓虎殺而食之]. 『장자(莊子)』 「달생(達生)」】.
그러니 군자가 몸을 닦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수신(修身)을 해서 미리미리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방지를 해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번에 나는 너무도 처절하게 당했습니다. 혓바닥에 생긴 조그만 것 때문에(물론 내 몸 전체조건의 표출이겠지만) 고통을 당하다니!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성이 보장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말 몸이라는 건 인간 존재의 전제조건인 것입니다.
유교에서와는 달리, 불교나 기독교에서 뭔가 빗나간 사람들은 자기의 몸을 저주하기 일쑤입니다. 이들은 몸 때문에 자기의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중놈들이, “이쁜 여자들, 보살들이 내 주변에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내 자지가 왜 자꾸만 꼴리느냐!”고 자기 자지를 잘라버리는 미친 짓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수신(修身)의 방향이 잘못된 탓입니다. 사실 자기의 자지를 자를려고 하는 것은 보통 수도(修道)의 자세로서는 불가능한 대단한 결행(決行)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위대한 동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자기 몸을 해치는 데로 향하는 것은 수신의 방향이 크게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좋은 자지를 왜 잘라?! 우리는 수신(修身)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수신(修身)은 결코 자기의 육체를 저주하거나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자가 섹스를 하면서도 괴로운 육신의 덩어리 때문에 이 더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럿셀의 첫 마누라가 그런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데, 성교를 수치로 알았거든요. 그 짐승 같은 짓을 밤마다 하다니! 이것은 서구문명이 잘못 가르친 탓입니다. 수신(修身)은 자신을 경멸함으로써 자기를 가두어 놓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몸을 제대로 닦을 줄 알아야하고, 그 수신으로부터 모든 것을 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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