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의 표절만 권장하는 시대의 문풍을 바꾸다
창려문집서(昌黎文集序)
이한(李漢)
漢, 字南紀, 公之子壻也. 爲公作集序, 以公之文本於道, 亦爲知公者. 文亦雅健精密, 非得公之傳者, 能有此耶.
진나라와 전한까진 문장과 도는 혼연일체였다
文者貫道之器也. 不深於斯道, 有至者不也.
『易』繇爻象, 『春秋』書事, 『詩』詠歌, 『書』ㆍ『禮』剔其僞. 皆深矣乎. 秦ㆍ漢已前, 其氣渾然, 迨乎司馬遷ㆍ相如ㆍ董生ㆍ揚雄ㆍ劉向之徒, 尤所謂傑然者也.
至後漢曹魏, 氣象萎苶, 司馬氏以來, 規範蕩悉, 謂『易』以下爲古文, 剽掠潛竊爲工耳. 文與道蓁塞, 固然莫知也.
무너진 문풍을 일으켜 세우다
先生生大曆戊申, 幼孤隨兄, 播遷韶嶺. 兄卒, 鞠於嫂氏.
辛勤來歸, 自知讀書爲文, 日記數千百言, 比壯經書, 通念曉析, 酷排釋氏, 諸史百子, 搜抉無隱.
汗瀾卓踔, 奫泫澄深. 詭然而蛟龍翔, 蔚然而虎鳳躍, 鏘然而韶鈞發, 日光玉潔, 周情孔思, 千態萬狀, 卒澤於道德仁義炳如也. 洞視萬古, 愍惻當世, 遂大拯頹風, 敎人自爲. 時人始而驚, 中而笑且排, 先生益堅, 終而翕然隨以定.
嗚呼! 先生於文, 摧陷廓淸之功, 比於武事, 可謂雄偉不常者矣.
잘 아는 문인으로 문집을 엮다
長慶四年冬, 先生歿, 門人隴西李漢, 辱知最厚且親, 遂收拾遺文, 無所失墜, 合若干卷. 目爲『昌黎先生集』.
▲ 운보 김기창, 청록산수 靑綠山水 Landscape, 종이에 수묵채색, 68.2×127.6cm, 26.9×50.2inch, 1989
해석
漢, 字南紀, 公之子壻也.
이한의 자는 남기이니 한유의 사위다.
爲公作集序, 以公之文本於道,
한유 공을 위해 문집에 서문을 지으며 ‘공의 문장은 도에 근본했다’고 했으니,
亦爲知公者.
또한 공을 안다고 할 수 있다.
文亦雅健精密, 非得公之傳者,
문장 또한 우아하고 굳세며 정밀하니 한유 공의 전함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면
能有此耶.
이것을 할 수 있겠는가?
진나라와 전한까진 문장과 도는 혼연일체였다
文者貫道之器也.
문장이란 도를 꿰는 기구다.
不深於斯道, 有至者不也.
이 도에 깊지 않고서 이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易』繇爻象, 『春秋』書事,
『주역』은 효상을 따랐고 『춘추』는 일을 서술했으며
『詩』詠歌, 『書』ㆍ『禮』剔其僞.
『시경』은 노래를 읊었고 『서경』과 『예기』는 거짓을 발라냈으니
皆深矣乎.
모두 심오하구나.
진나라와 한나라 이전엔 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사마천ㆍ사마상여ㆍ동중서(董仲舒)ㆍ양웅ㆍ유향의 무리에 이르러선
尤所謂傑然者也.
더욱 걸출한 사람이었다고 할 만하다.
至後漢曹魏, 氣象萎苶,
후한과 조조의 위나라에 이르러선 기상이 마르고 잊혀졌고
司馬氏以來, 規範蕩悉,
사마씨의 진(晉) 나라 이래로는 규범이 탕진되고
謂『易』以下爲古文, 剽掠潛竊爲工耳.
『주역』 이하를 고문이라 여겨 표절하며 몰래 훔치는 걸 잘 짓는다 여길 뿐이었다.
文與道蓁塞, 固然莫知也.
문장과 도가 막혔으니 진실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너진 문풍을 일으켜 세우다
선생은 대력 무신년에 태어나 어려서 고아가 되어 형을 따라
播遷韶嶺.
소령으로 옮겨 가야 했다.
兄卒, 鞠於嫂氏.
형이 죽자 형수에게 길러졌다.
辛勤來歸, 自知讀書爲文,
부지런히 돌아와선 스스로 책을 읽고 글을 지을 줄 알아
日記數千百言, 比壯經書,
날마다 수 천백의 글자를 기록했고 장성함에 이르러 경서를
通念曉析,
통달하여 생각했고 밝게 분석했으며
酷排釋氏, 諸史百子,
불교를 가혹하게 배척했으며 여러 역사서와 여러 철학사를
搜抉無隱.
숨겨진 것 없이 찾아냈다.
汗瀾卓踔, 奫泫澄深.
넉넉하고 드넓으며 우뚝하고 뛰어나며 넓고도 깊고 맑고도 깊어
詭然而蛟龍翔,
괴이하게 교룡이 나는 듯하고
蔚然而虎鳳躍,
울창하게 범과 봉황이 뛰는 듯하며
鏘然而韶鈞發,
패옥(佩玉)이 쟁쟁하며 순임금의 소(韶)와 천상의 음악인 균천광악(鈞天廣樂)이 발하는 듯하고
日光玉潔, 周情孔思,
해처럼 빛나고 옥처럼 깨끗했으며 주공의 정이고 공자의 생각처럼
千態萬狀, 卒澤於道德仁義炳如也.
천태만상이라 마침내 도덕과 인의에 윤택함이 반짝이는 듯했다.
洞視萬古, 愍惻當世,
만고를 애통하듯 보고 당시를 근심하고 측은히 여겨
遂大拯頹風, 敎人自爲.
마침내 크게 무너진 문풍(文風)을 건져내 사람으로 하여금 표절하지 않고 스스로 짓도록 했다.
時人始而驚, 中而笑且排,
당시 사람들이 처음엔 놀랐지만 중간엔 비웃으며 또한 배척했지만
先生益堅, 終而翕然隨以定.
선생이 더욱 견고하게 주장하자 마침내는 합하여 안정됨을 따랐다.
嗚呼! 先生於文,
아! 선생은 문장에 있어서
摧陷廓淸之功, 比於武事,
꺾고 함락하며 깨끗이 청소한 공이 무사에 비하더라도
可謂雄偉不常者矣.
웅장하고 위대하여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할 만하다.
잘 아는 문인으로 문집을 엮다
長慶四年冬, 先生歿,
장경 4년 겨울에 선생께선 돌아가셨다.
門人隴西李漢, 辱知最厚且親,
문인 농서 사람인 나는 외람되이 선생을 아는 게 엄청 친하였다.
遂收拾遺文, 無所失墜,
마침내 남겨진 문장을 수습해 실추시킨 게 없으니
合若干卷.
합하면 약간 권이었다.
目爲『昌黎先生集』.
지목하여 『창려선생집』이라 하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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