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종께 저를 자천합니다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이백(李白)
韓朝宗, 元宗時人. 爲荊州刺史, 人皆景慕之. 李白與此書膾炙人口, 學者不可不讀.
한조종을 만나고 싶어하는 선비들, 바로 그게 나랍니다
白聞, 天下談士, 相聚而言曰: “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 何令人之景慕, 一至於此. 豈不以周公之風, 躬吐握之事, 使海內豪俊, 奔走而歸之, 一登龍門, 則聲價十倍.
所以龍蟠鳳逸之士, 皆欲收名定價於君侯. 君侯不以富貴而驕之, 寒賤而忽之, 則三千之中, 有毛遂, 使白得穎脫而出, 卽其人焉.
30살이 될 때까지 이백의 행적
白隴西布衣, 流落楚漢. 十五好劒術, 徧干諸侯, 三十成文章, 歷抵卿相, 雖長不滿七尺, 而心雄萬夫. 皆王公大人, 許與氣義, 此疇曩心跡. 安敢不盡於君侯哉
저에게 기회를 한 번 준다면 후회하진 않을 텐데
君侯制作, 侔神明, 德行動天地, 筆參造化, 學究天人, 幸願開張心顔, 不以長揖見拒, 必若接之以高晏, 縱之以淸談, 請日試萬言, 倚馬可待.
今天下以君侯, 爲文章之司命, 人物之權衡, 一經品題, 便作佳士, 而今君侯何惜階前盈尺之地, 不使白揚眉吐氣, 激昂靑雲耶.
선배들처럼 어진 이들을 등용하셨으니, 저 또한 그리해주소서
昔王子師爲豫州, 未下車, 卽辟荀慈明, 旣下車, 又辟孔文擧, 山濤作冀州, 甄拔三十餘人, 或爲侍中尙書, 先代所美.
而君侯亦一薦嚴恊律, 入爲秘書郞, 中間崔宗之ㆍ房習祖ㆍ黎昕ㆍ許瑩之徒, 或以才名見知, 或以淸白見賞, 白每觀其銜恩撫躬, 忠義奮發.
白以此感激, 知君侯推赤心於諸賢腹中, 所以不歸他人, 而願委身國士, 儻急難有用, 敢效微軀.
미천한 실력이나마 봐주시고 추천해주소서
且人非堯舜, 誰能盡善. 白謨猷籌畵, 安能自矜, 至於制作, 積成卷軸, 則欲塵穢視聽, 恐雕蟲小伎, 不合大人. 若賜觀芻蕘, 請給紙筆, 兼之書人, 然後退掃閑軒, 繕寫呈上.
庶靑萍結綠, 長價於薛卞之門. 幸推下流, 大開獎飾, 惟君侯圖之.
해석
韓朝宗, 元宗時人.
한조종은 원종 시기의 사람이다.
爲荊州刺史, 人皆景慕之.
형주자가가 되었을 적에 사람들은 모두 사모하였다.
李白與此書膾炙人口,
이백이 준 이 편지가 사람들 입에 회자되었으니,
學者不可不讀.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한조종을 만나고 싶어하는 선비들, 바로 그게 나랍니다
白聞, 天下談士, 相聚而言曰:
내가 들으니 천하의 담론하는 선비들이 서로 모여 말했다.
“生不用封萬戶侯,
“태어나 만호후에 봉해질 것은 없고
但願一識韓荊州.”
다만 한 번이라도 한형주를 알길 원합니다.”
何令人之景慕, 一至於此.
어찌 사람들의 사모함이 한결 같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까?
豈不以周公之風, 躬吐握之事,
어찌 주공의 풍도(風度)로 토포악발(吐哺握髮)의 일을 실천하고
使海內豪俊, 奔走而歸之,
해내의 호탕하고 준걸한 이로 달려와 귀의하게 하여
一登龍門, 則聲價十倍.
한 번 용문에 올라 명성의 값어치가 10배가 되게 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所以龍蟠鳳逸之士,
이때문에 용이 서린 듯 봉황이 달리는 듯한 선비들이
皆欲收名定價於君侯.
모두 군후(君侯)에게 이름을 거두어 명성의 값어치를 정하려 하는 것이니
君侯不以富貴而驕之, 寒賤而忽之,
군후께서 부귀함으로 교만하지 않고 상대방이 가난하고 천함으로 소홀하지 않는다면
則三千之中, 有毛遂,
3000명 중에 모수 같은 이도 있어
使白得穎脫而出, 卽其人焉.
저에게 자루가 삐져나올 것이니 제가 곧 그 사람입니다.
30살이 될 때까지 이백의 행적
白隴西布衣, 流落楚漢.
저는 농서의 벼슬하지 않는 사람으로 초와 한에서 흘러 다닙니다.
十五好劒術, 徧干諸侯,
15살에 검술을 좋아했고 제후들에게 두루 다녔고
三十成文章, 歷抵卿相,
30세엔 문장을 이루어 일일이 경과 재상에 이르렀으니
雖長不滿七尺, 而心雄萬夫.
비록 키는 7척을 채우진 못하나 마음은 뭇 사내보다 웅장합니다.
皆王公大人, 許與氣義,
모두 왕공과 대인이 기의(氣義)를 허여했으니,
此疇曩心跡.
이것이 예전의 마음 자취입니다.
安敢不盡於君侯哉
어찌 감히 군후에게 다 말하지 않겠습니까.
저에게 기회를 한 번 준다면 후회하진 않을 텐데
君侯制作, 侔神明, 德行動天地,
군후께서 지은 글은 신명을 본받고 덕행은 천지를 감동시키며
筆參造化, 學究天人,
필법은 조화에 참여하고 학문은 하늘과 사람을 궁구하였으니
幸願開張心顔,
다행이 원컨대 마음과 얼굴을 열어 펴서
不以長揖見拒,
길게 읍한다고 거절하지 마시고
必若接之以高晏, 縱之以淸談,
반드시 만약 고상한 잔치로 접하여 가령 청담하게 하여
請日試萬言, 倚馬可待.
청컨대 하루에 만 언을 시험하게 한다면 말에 기대어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今天下以君侯, 爲文章之司命, 人物之權衡,
지금 천하에선 군후를 문장의 사명과 인물의 저울이라고 여기니
一經品題, 便作佳士,
한 번 품평을 거치면 곧 아름다운 선비가 됩니다.
而今君侯何惜階前盈尺之地,
지금 군후께서는 어찌 계단 앞의 남은 한 척 땅을 아까워 하여
不使白揚眉吐氣,
저로 하여금 눈썹을 치켜 뜨고 기운을 뱉어내게 하여
激昂靑雲耶.
청운의 뜻을 격발시켜 드높이게 하지 않습니까?
선배들처럼 어진 이들을 등용하셨으니, 저 또한 그리해주소서
昔王子師爲豫州,
옛날에 자사 왕윤(王允)이 예주자사가 되어
未下車, 卽辟荀慈明,
수레에서 내리지 않았는데 곧 순자명을 임명했고
旣下車, 又辟孔文擧,
이미 수레에서 내려와선 또 공문거(孔融)을 임명했으며
山濤作冀州, 甄拔三十餘人,
산도는 익주자사가 되어 3000여명을 가려 뽑아
或爲侍中尙書, 先代所美.
혹 시중과 상서가 되게 하였으니 선대가 찬미하는 것입니다.
而君侯亦一薦嚴恊律, 入爲秘書郞,
군후께선 또한 한번 엄협률【엄협률(嚴恊律): 협률(協律)은 관명(官名)인 협률랑(協律郎)을 말하며, 엄무(嚴武)를 말한다는 설이 있다】을 천거하여 들어가 비서랑이 되게 하셨으며
中間崔宗之ㆍ房習祖ㆍ黎昕ㆍ許瑩之徒,
중간에 최종지ㆍ방습조ㆍ여흔ㆍ허영의 무리들이
或以才名見知, 或以淸白見賞,
혹 재주와 명망으로 알려짐을 당했고 혹은 청렴결백으로 기림을 당하게 하셨으니
白每觀其銜恩撫躬, 忠義奮發.
저는 매번 은혜를 머금고 몸을 어루만져 충의가 분발함을 보았습니다.
白以此感激,
제가 이 때문에 감격하여
知君侯推赤心於諸賢腹中,
군후께서 충성스런 마음을 뭇 현인의 가슴 속에 밀어 넣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所以不歸他人, 而願委身國士,
이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않고 국사께 몸을 맡기길 원하니,
儻急難有用, 敢效微軀.
혹시 위급과 환란에 쓸모가 있다면 감히 작은 몸이나마 바치겠나이다.
미천한 실력이나마 봐주시고 추천해주소서
또한 사람이 요순이 아니면 누가 다 선해질 수 있겠습니까?
白謨猷籌畵, 安能自矜,
저의 꾀와 계책을 어찌 스스로 자랑하겠습니까?
至於制作, 積成卷軸,
그러나 지은 것들에 이르러 권과 축으로 쌓아 놓았으니
則欲塵穢視聽,
군후께 보이고 들려 드려 더럽히고자 하지만
恐雕蟲小伎, 不合大人.
새기고 꾸민 작은 기술이라서 대인의 취향에 합치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若賜觀芻蕘,
만약 꼴을 베고 나무하는 사람의 글이라도 보아주심을 하사하신다면
請給紙筆, 兼之書人,
청컨대 종이와 붓을 주셔서 겸하여 쓰게 해주신 후에
然後退掃閑軒, 繕寫呈上.
물러가 빈 서재를 청소하고 엮어 써서 올리겠나이다.
庶靑萍結綠,
보검(寶劍)인 청평(靑萍)과 결록(結綠)이
長價於薛卞之門.
검 판별가인 설촉(薛燭)과 옥 판별가인 변화(卞和)의 문하에서 좋은 가격으로 판별되길 바랍니다.
幸推下流, 大開獎飾,
바라건대 하류를 추천하여 크게 장려하여 꾸며주는 방안을 열어주시길
惟君侯圖之.
오직 군후께서는 그걸 도모하소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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