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집 단계에서 태음인이 범하는 오류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개별적인 사실들은 정보라고 부르지 않고 첩보라고 부른다. 첩보들이 모여서 하나의 방향을 나타낼 때 비로소 정보라고 부른다. 판단을 서두르는 사람은 적은 양의 첩보를 바로 정보로 가공하며, 바로 정보화되지 않는 첩보는 가치가 없다고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첩보를 충분한 양이 될 때까지 모으지 않는다. 내용이 복잡한 경우에는 첩보들을 무시하지 않고 일단 모아두는 버릇이 있어야 정보로의 가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결국 선 접수 후 판단의 버릇이 있는 태음인들이 정보 생산에 강해진다.
정보 생산이라는 용어는 좀 전문적인 이야기이고, 그냥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으로는 이 단계까지를 정보 수집이라고 표현하니까, 거기에 맞추자. 결국 ‘태음인들이 정보 수집에 강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대로, 태음인은 가장 강한 수집 단계에서 왜곡을 범하기 쉽다.
정보 취득은 선행 정보의 영향을 받는다. 즉 먼저 취득한 정보가 나중에 취득할 정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단 하나의 정보를 듣고 그럴듯하다고 느끼면, 그 정보와 연결되는 정보에 먼저 귀가 솔깃해지고 그 정보와 반대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한 상품이 어떤 한 이미지로 굳어지면 이미지를 바꾸기가 힘들어진다. 보통 처음 이미지를 형성할 때의 다섯 배에서 열 배 정도의 광고 노출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태음인은 그 부분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태음인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유보했기 때문에 그 정보가 아직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태음인은 처음 취득한 정보와 반대되는 정보를 구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어서, 늘 본인은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만큼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처음 접한 정보의 영향, 충격이 컸던 정보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바로바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선행 정보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대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도 판단을 내리려 한다. 또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면 그만큼 상대의 반론도 거세지게 마련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오류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태음인은 자신의 믿음과 반대되는 불편한 정보를 접하면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를 더 많이 구해서 중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애당초 중시하는 정보원을 편향되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편향성을 지적당하면, 태음인은 그것이 편향이 아니라는 증거를 한 보따리쯤 풀어놓는다. 태음인에게는 편향된 방향에서만 구해도 한 보따리의 정보를 모아두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두 보편과 동떨어진 특수한 경우들이라서 문제다. 어디서 그런 것들만 그렇게 용케 모았는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뉴욕 쌍둥이 빌딩의 붕괴가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근거를 70개쯤 댈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70개쯤의 근거를 들이밀면 일단 그 양에 질려서 그럴 듯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마련이다. 또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그 사람의 주장이 진짜로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사람의 정보 수집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리 인터넷에서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런 예를 70개씩이나 모으지는 않는다. 한두 개의 정보를 가지고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애매하면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는 방식을 취한다.
결국 이 사람의 태도에는 정보의 양으로 각 정보의 낮은 신뢰도를 덮으려는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태음적인 방식의 정보 왜곡이며, 수집 단계에서 나타나는 왜곡이다. 태음인에 관한 결론이다. 태음인이 정보 왜곡을 피하려면 정보의 양이 정보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정보의 양에 관한 지나친 믿음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든다.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비록 내가 아직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그동안에 입수한 정보는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특히 추가로 입수하는 정보의 방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왜곡은 교심(驕心)이 강해질수록 더 심해진다. 교심(驕心)이 강해지면 정보원의 폭을 좁히는 일을 더 일찍, 더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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