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과 친해지다
01년 3월 28일(수) 쾌창한 날씨
아침에 일어나니 말번이었던 아이에게서 눈이 쌓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덩달아 체감 기온이 영하 5도라는 얘기를 한다. 그저 각개훈련을 받아야만 하는 오늘이 암담할 뿐이다. 어제 그렇게 추운 날씨 가운데서 훈련 받았던 아픔을, 오늘 다시 경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벗었던 내복을 다시 챙겨 입고 깔깔이를 입는 등, 중무장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서서히 접어들어 오후가 됨에 따라 하늘은 점차 환하게 개고 있었다. 그날 햇빛을 충실히 받고 있던 지면은 유난히 빛나 보였다. 그에 따라 기분도 좋아졌지만, 좀 눅눅해진 땅에서 구를 걸 생각하니, 까마득하고 심란하기만 하더라.
그렇게 각개전투장으로 이동하였다. 오늘은 어제 같이 되풀이 되는 한 가지 동작만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침투식 교장과 각개 교장을 번갈아가며 훈련하였기에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쉬는 시간 없이 꾸준히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사람의 인내심을 심히 시험하는 것이었다. “땅바닥과 친해져서 하늘이 그리워지게 될 거야”라는 조교의 말이 새삼 진리인 양 느껴졌다. 그만큼 땅과 함께 한 시간이 많다는 것이고, 힘들 땐 오로지 지면만 보아야 했으니까. 거의 3~4번을 그렇게 도는 데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고 너무나 갈증이 심했기에 물의 귀중함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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