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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에필로그 - 3. 가족의 논리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에필로그 - 3. 가족의 논리

건방진방랑자 2022. 3. 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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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족의 논리

 

 

유학 사상은 사실 공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자가 창시했지만, 12인 아니 그 이상의 유학자들이 합류하여 풍성하게 만든 거대한 강과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거대한 강물은 서양 문명이라는 둑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가 이 거대한 둑을 넘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중국 인민대학의 <공자연구원>이나 KBS 방송에서 예언했던 것처럼 이 거대한 강이 앞으로 계속 흘러나가 인류의 비전이 될 수 있을까요? 서양 문명을 넘어서 유학 사상이 미래로 흘러간다면, 그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장점을 유학 사상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하나는 가장 원형적인 공동체의 모델로 가족을 강조했던 유학 특유의 가족의 논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타인과의 윤리적 관계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동정심의 논리입니다. 주희의 성리학에 의해 통일된 우주가족의 논리나 우주적 동정심의 형이상학보다, 구체적인 삶의 지평에서 가족과 동정심의 논리를 설파했던 정약용의 주장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우선 가족의 논리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앞으로 자본주의가 세계적 규모로 확장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모든 개인은 냉혹한 자본주의의 경쟁에 내몰리게 되겠지요.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거대한 교환의 세계에 더욱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일상적 삶에서 윤리적 관계를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쉽습니다. 윤리적 행위란 기본적으로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자신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타인에게 대가 없이 제공할 때 인간의 윤리적 행위는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요. 가령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르면, 윤리적 행위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입니다. 어떤 대가도 없이 수행하는 행동은 기본적으로 비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가족은 인간의 윤리적 행위의 마지막 보루가 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나아가 형제나 자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어떤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순수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간이 사랑을 배운다면 그것은 바로 가족을 통해서일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대가 없는 사랑을 충분히 경험했을 때 비로소 자녀 또한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유명한 문구가 떠오르는군요. 바로 이런 사랑의 발생을 우리는 유학에서 강조한 가족의 논리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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