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나의 살던 고향은’ 질의응답Ⅱ
북한 얘기하기 전에 남한부터 바뀌어야 한다
Q
민족의 앞날에 가장 큰 숙제는 ‘남과 북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인데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배우기로는 삼부자가 주민들에게 강압적으로 통치를 해서 주민들에게 끽소리 못하고 복종하게 만들었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듣기로는 북한 체제도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구조가 어느 때까지 유지가 될 건지, 그리고 통일이 언제쯤 가능할지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시지 말고, 남한 정권이 바뀌어야 돼요. 북한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남한이 북한보다 더 개판이라고. 거긴 최순실이 장난을 하진 않아요. 우리가 북한 걱정하지 말고, 남한을 바로 잡아야 되고, 남한이 바로 잡히게 되면 그 다음에 북한을 얘기해야 되죠. 성격이 아주 다른 친형제끼리도 “너 성격이 못됐다”고 말할 수 없고, 형 동생을 내가 어떻게 고치겠냐고~ 그러니까 우선 상호 인정을 해야 하고, 그리고 교류를 해야 합니다. 교류가 이루어지면 통일이란 말은 굳이 쓸 필요도 없어요.
그걸 하려면 정권이 교체되어야 합니다. 정권은 바뀝니다. 정권이 바뀔 때 세 가지 조건을 달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재벌을 해체해야 되요. 그 다음은 남북화해입니다. 그걸 안 하는 대통령은 나쁜 놈이예요. 그건 최순실과 똑같은 거예요. 또 북풍 가지고 해먹겠다는 거니까요. 셋째는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명박이가 강바닥 훑는 돈의 1/1000정도로도 우리나라 농촌문제는 많은 것이 해결이 되요. 근데 왜 위대한 우리나라 강토의 농촌을 이렇게 놔두고 이걸 왜 국정의 핵심과제로 삼지를 않느냔 말이예요.
▲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경제민주화는 화두였다. 새누리당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되자 바꿔버렸다.
도올 선생의 자부심과 계획
Q
고구려를 제대로 사랑하려면 철학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중에서 한국철학책을 찾아봤는데, 고구려는 없더라구요. 도올 선생님의 고구려 패러다임으로 한국철학사를 쓰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A
그러니까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내가 그걸 다 쓰겠다니까. 내가 써야 돼! 누가 써도 재야사학자가 되어버리니까. 내가 내 권위를 가지고 쓰는 거죠. 지금까지는 중국철학이나 서양철학을 공부했고 책으로 썼는데 그런 공부는 역사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그랬던 것입니다. 이젠 국학 분야에서 일생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지금 여러 역사서를 강독하고 있으니, 엄밀하고 고증하고 보편적인 시각을 담아낸 책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GV를 같이 했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고대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힘을 기르자
Q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소설처럼 배우고 있는데, 그 책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환단고기』는 구한말에 날조된 거라고 보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환단고기』의 내용을 보면 절대로 일시에 날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개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에 걸쳐 지어졌고, 고대사에 대한 그런 비기秘記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탄 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문헌이 시골 훈장에게 떨어졌고, 그 후에 원본이 상실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환단고기』는 매우 불완전한 문헌이예요. 그러다 보니 역사적 사실로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게 된 거죠.
근데 고대사를 볼 때 가장 한심해지는 부분이, 종교 교단에서 종교적으로 활용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을 가지면, 또 종교에 미쳐버려요. 그러다 보니 편협한 국수주의에 사로잡혀가지고 “예수, 할렐루야”를 외치는 보수 기독교만도 못한 멘탈리티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은 우리 고대사가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금기시되어 왔던 거예요. 고대사는 항상 종교쟁이들이 활용하는 것이 되어 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함께 봐야만 합니다. 고대사가 우파 종교쟁이들의 바이블이 되어가지고, 고대사를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지저분해진다 이겁니다. 그런 걸 전부 문헌적으로 정리해서 종교쟁이들이 활용하는 논리를 깨끗하게 일소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역사를 서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고대사는 매우 많이 훼손됐지만, 그렇다고 모두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도올 선생님의 환단고기 역주를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한국은 지금 아름답게 변해가는 중이다
Q
엊그제(16년 11월 22일)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보호협정까지 맺었습니다. 선생님의 역사적인 감으로 볼 때 지금의 현 시국은 어떻습니까?
A
지금 우리 역사가 혼돈과 무질서로 가는 게 아니라, 질서 있고 아름답게 변해가는 중이예요.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이명박이 몇 십조를 해먹어도 아무도 항의를 안 했잖아요. 그런 사기가 어딨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안 속도 안 넘어갔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정말 감사해야 하고, 이럴 때마다 우리 역사는 확실하게 진보하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면 됩니다.
어젠 미국인들과 식사를 하는데 그 때 “너희들의 역사는 암흑을 선택(트럼프 당선)해 가는데, 우리는 광명을 선택해 가고 있다. 니들은 겨우 200년의 민주주의를 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반만년의 민본사상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는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이제 비로소 바른 제도까지 만들어 가고 있다”고 확실히 말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지금 시국에 대해서 전혀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12월 3일 촛불집회 땐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진행이 허용됐다. 청와대로 가는 길엔 사람이 가득 찼다.
도올은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다
도올 선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30분 동안 함께 했다. 어떤 질문이 나오든 거침없이 술술 이야기를 하신다. 그만큼 많이 고민했다는 뜻이고, 확고한 계획이 있다는 뜻일 터다.
질의응답 시간 내내 떠올랐던 시는 사무엘 올만의 「청춘」이란 시였다. 일반적으론 나이가 먹으면 보수적인 사람이 되고, 생각도 꽉꽉 막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시를 통해서 보면 나이와 생각의 경직성 사이엔 조금의 영향은 있다 할지라도, 절대적인 영향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나이가 어리지만 자기 생각에만 갇혀 소통을 차단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이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도올 선생이야말로 이 시에서 말하는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말을 할 거라는 것 등이 조금씩 위축되고 있는 내 마음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모든 시간이 끝나고 전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는 발걸음엔 왠지 모르게 힘이 실렸다. 그리고 무엇이든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잊고 있었던 정열을 되찾게 됐고, 도올 선생의 힘차면서도 정열에 찬 말을 들으며 억눌려 있던 것이 쫙 펴지는 느낌을 받았다. 2016년도 거의 막바지다. 이렇게 받은 힘으로 2017년엔 더욱 재미지게 살아봐야겠다.
▲ 영화가 끝난 후 함께 찍은 사진. 운 좋게 바로 도올 선생님 옆옆자리에 앉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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