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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 교육학 - 25. ③강: 브리콜라처럼 살라 본문

연재/배움과 삶

트위스트 교육학 - 25. ③강: 브리콜라처럼 살라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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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브리콜라처럼 살라

 

 

지금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걸 달리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이익)에 헌신하라는 것이다.

 

 

지금의 가치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반자본주의적인 모름을 쫓아,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러니 더 이상 먼 훗날의 지고지순한 이상을 위해 달려가는 것보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시간에 / 창밖을 보다가 /꾸중을 들었다. /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 아무도 모른다. / 나팔꽃 고운 꽃술에 / 꿀벌 한 마리 몰래 / 입 맞추고 간 사실은 -김재수, 몰래 혼자만라는 시처럼 아이가 조금이라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경우 시간을 낭비했다, 헛짓을 했다고 호되게 혼낸다. 학생 시절에 공부를 한다는 게 미래의 이상을 위한 노력 같아 보이지만, 실상 그건 6살 아이도 알만한 현실의 가치(권력, 자본, 지위)를 따라가는 것이라 봐야 한다. 지금 당장 이익이라 여겨지는 가치들을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을 쫓아갈 뿐, 다른 가치들이 있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우치다쌤은 교사라면, 어른이라면 지금까지 네가 지녔던 잣대로는 도저히 잴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언젠가는 (전혀 다른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라고 얘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가치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동섭쌤은 브리콜라, 맹상군,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통해 앎이 아닌 모름을 쫓아가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려줬다.

 

 

생소한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니 귀가 번쩍 뜨인다.

 

 

 

브리콜라의 삶론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1908~2009)는 인디오들과 수개월동안 함께 생활하며 그들에게서 특이한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이때 브리콜라bricoleur(주위의 물건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브리콜라주bricolage(무언가를 만드는 일)’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인디오들은 무리를 이루어 정글을 이동하는데, 이때 등에 짐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를 들고 간다고 한다. 그러다 정글에서 나무토막이든, 쓰레기든, 또는 어떤 물건이든 발견하게 된다. 바구니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지만, 무한정 담을 수는 없다. 그러니 물건을 담을 때조차 신중하게 고민하여 담을 수밖에 없다. 이동하는 중에 인디오들은 마주치는 물건들을 보며 깊이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바로 담는다고 한다. 물론 레비스트로스의 입장에서 보면 저런 물건은 어디에 쓰려고 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법한 물건이지만, 그들은 순간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바구니를 채운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그렇게 주워 담은 물건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적합한 장소에서 쓰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인디오들은 오랜 정글 생활을 하면서 직관적으로 물건을 보는 순간, 그 쓰임을 예측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쓸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알았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부시맨들이 콜라병을 다양한 용도로 쓰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동섭쌤은 야생의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브리콜라이다. 그들은 도구의 범용성, 그것이 품고 있을 잠재가능성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부시맨과 콜라병, 레비스트로스가 본 인디오들의 사물을 대하는 모습에선 그런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사람의 원초적인 능력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하다. 우린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 주문을 통해 받을 수 있고, 온갖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집이 있기에 인디오처럼 물건을 선별하기보다 될 수 있는 한 모든 물건을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물건의 잠재적 가능성을 파악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그에 따라 물건의 범용성을 알아볼 수 있는 감각은 사라져 버렸다. 풍요는 자본주의 사회가 준 엄청난 혜택이지만, 그에 따라 우리의 몸은 나약해지고, 시야는 좁아지고 말았다.

 

 

시간은 돈이라는 관념은 한편으론 맞는 얘기지만, 그것만으로 진리로 생각할 경우 매우 그른 얘기다.

 

 

브리콜라는 물건을 볼 때 그것이 지금 당장 필요하냐, 그리고 눈에 보이는 역할이 있느냐 하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 물건이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잠재적 가능성과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범용성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건 어찌 보면 말로는 할 수 없는 미래적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보고 바구니에 넣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들의 입장에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을 물건을 뭐 하러 좁은 바구니에 넣을까?’라고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건 먼 훗날 돌아보면 한심한 게 아닌, 현명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너무도 시야가 좁아졌고, 지금의 가치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브리콜라였던 시절에 가졌던 원대한 지평과 사물을 보던 광범위한 시야를 잃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우린 다른 가치들을 찾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질 수 있다.

아직 이야기는 한참이나 남았기에, 글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맹상군 얘기와 잡스의 얘기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다음 후기에선 그 둘을 살펴보며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가치(모르는 가치)를 추구하며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브리콜라 이야기는 맹상군 이야기로, 스티브 잡스 이야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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