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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 신앙은 이성이다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 신앙은 이성이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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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이성이다

 

 

이런 얘기를 주욱 듣고 있다가, 갑자기 달라이라마는 나보고 칭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모국에서는 보통 도올선생이라는 말로 불리운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도올선생이라는 호칭에 대한 나의 영역은 마스터 스톤’(Master Stone)이었다. 그랬더니 왜 하필 마스터 스톤이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돌대가리라고 불리었기 때문에 그런 호칭이 붙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는 깔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돌대가리가 아니라 불ㆍ법ㆍ승 삼보의 보석대가리라고 해야겠군요. 여태까지 도올선생께서 기독교역사나 교리에 관한 최근의 학설을 친절하게 소개해주신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도올선생처럼 그렇게 다방면으로 디테일한 학문적 성과들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습니다만, 한가지 명료한 것이 있습니다. 신앙은 반드시 이성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에 대한 이성적 탐구가 종교적 신앙을 해치지는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종교적 신앙은 어떠한 이성적 공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티벹말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믿음을 가진 사람은 아무 데로나 흘러갈 수 있는 개울물과 같다.’”

 

신앙에 관해 이성의 검증을 강조하는 달라이라마의 이러한 태도는 나로서는 너무도 반가운 것이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세계의 많은 신앙인들이 이성적 탐구는 신앙의 체계를 붕괴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중세기의 모든 신학체계가 이성의 빛(lumen naturale)과 은총의 빛(lumen gratiae)을 대립적으로 파악했으며, 이성의 힘으로는 도저히 초자연적이고 비합리적인 신앙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수의 신비가설(The Jesus Mysteries Thesis)도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신앙을 근원적으로 붕괴시키는 위험한 학설로서 생각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렇게도 재빨리 서구 신학사조를 소개하는 한국의 신학계가 아직도 이 책에 대해서는 함구불언하고 있는 정황만 보아도 그렇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러한 가설이, 저자들도 말하는 것이지만, 기독교신앙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신앙의 잃어버린 측면들, 기독교가 정치권력과 결탁되면서 크라이스트의 적으로서 휘몰아 친 이단사상들의 긍정적 측면들을 재생시킴으로써 오히려 기독교신앙의 본질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While the Jesus Mysteries Thesis clearly rewrites history, we do not see it as undermining the Christian faith, but as suggesting that Christianity is in fact richer than we previously imagined. The Jesus story is a perennial myth with the power to impart the saving Gnosis, which can transform each one of us into a Christ, not merely a history of events that happened to someone else 2,000years ago. The Jesus Mysteries, p.13.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후에 승영조에 의하여 예수는 神話(서울 : 동아일보사, 2002)라는 제목으로 번역ㆍ출간되었다. 그러나 상세한 주가 번역되어 있질 않고 전문용어 선택에도 문제가 있어 원서의 파우어를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완역으로 간주될 수 없다. 신화학자 이윤기는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이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이 책이 대한민국이라는 풍토에서 번역되어 읽힐 수 있고 또 공개적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한국의 뜻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책의 본지가 깊게 이해되기를 바란다. 이 책의 내용은 분명 불트만신학의 가설을 뛰어 넘고 있다..”

 

저는 세계평화에 대한 의식이 들면서부터 줄곧 종교간의 대화를 강조하여 왔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많은 기독교의 영적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것은 기독교의 교리는 매우 배타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기독교를 통하여 높은 영적 차원에 도달한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유치한 방식으로 유일신관을 주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방식에 대해서도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달라이라마께서 베네딕토 수도회 세계 그리스도교 명상공동체(The World Community For Christian Meditation)에서 주관하는 존 메인 세미나에서 행하신 연설을 묶어낸 더 굳 하트(The Good Heart)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어보았습니다Dalai Lama, Robert Kiley, The Good Heart A Buddhist Perspective on the Teachings of Jesus, Somerville : Wisdom Publications, 1998. 이 책은 류시화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달라이 라마 예수를 말하다, 서울 : 나무심는사람, 2000.. 그러나 그 책 속에서는 아무런 본질적 논의가 오가고 있지 않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느낄 것입니다. 제가 받은 감명이란 그저 달라이라마께서 개방적 태도로서 그러한 자리에 서서 자신의 느끼는 바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는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이랄까, 혹은 그 자리에 있었던 몇몇 사람들이 현장에서 느낀 감동적 분위기를 전달하는 언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낀 약간의 감상에 그치는 것이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복음서들의 몇 구절을 달라이라마께서 느끼신 대로 강의한다는 것은 매우 인상론적, 그러니까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피상적인 인상 몇 마디를 주고받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의 경건주의적 분위기, 이러한 것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생각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구체적 생각의 실마리를 던져주지 못합니다. 즉 달라이라마께서 주장하시는 종교간의 대화가 그러한 인상의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저의 표현이 좀 지나쳤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적하신 비판은 나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임 자체가 사상가들간의 지적 대화의 자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종교적 지도자들 사이의 정중한 만남의 자리며, 그러한 만남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좀 평가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성종교간의 문제는 매우 섬세합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본격적인 교류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가야겠지요.”

 

모든 종교는 그 윤리적 측면에서는 공통분모를 찾기가 매우 쉽습니다. 즉 모든 종교가 인간의 보편적 선을 지향한다든가,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한다든가, 인간을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구원한다든가, 정신적인 평화를 안겨준다든가 하는 윤리적 목표에 있어서는 모든 종교는 쉽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윤리적 목표가 근원적으로 거부된다면 그것은 사교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교주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든가, 한 교단의 재정적 축적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는, 보편적 윤리감각이 결여된 종교운동은 모두 그 자체의 결함에 의하여 괴멸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윤리적 목표의 씰링(천정)이 낮을수록 그 종교는 영향범위가 좁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윤리적 목표의 씰링이 높은 보편종교의 경우에도 그 윤리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 그리고 그 언어적 감각이 담고 있는 문화적 양태는 매우 상이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이성의 배후에는 매우 본질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 인식의 차이는 조화시키기 어려운 교리의 상이성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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