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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구조언어학에서 구조주의로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구조언어학에서 구조주의로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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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구조언어학에서 구조주의로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란 이름과 가장 긴밀히 결부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망명지 미국에서 구조언어학자인 야콥슨과 함께 지냈는데, 거기서 구조언어학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습니다. 이후 그가 개척한 구조주의라는 흐름과 연구방법은 이때 야콥슨을 통해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구조인류학이란 책에서 음운학 원론으로 유명한 트루베츠코이를 언급하면서 자기의 연구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째, “음운론은 의식적인 언어현상의 연구로부터 무의식적인 하부구조로 옮겨간다고 합니다. 음운을 구별하는 것은 의식적인 게 아니라 무의식적인 거고, 따라서 음운론의 연구대상은 의식적 현상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하부구조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레비-스트로스 자신 역시 친족관계나 신화 등에 대해 무의식의 차원에서 연구합니다.

 

둘째, “각각의 항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연구하는 것을 거부하며 항과 항의 관계를 분석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음소들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는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다른 것과의 관계와 대비 속에서 구별된다고 합니다. 예컨대 이란 말에서 ㅂ은 ㅍ이나 ㅁ, ㅃ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소리를 얻으며, 실제 소리도 다른 소리와의 대비를 통해서 구별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개개의 항이 아니라 그 항들 간의 관계입니다.

 

세째, “음운론은 체계의 개념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음소들은 체계를 이루며, 결국 음운론이란 음소들의 체계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의 개념은 나중에 구조란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넷째, “음운론은 일반적인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귀납에 의한 것이든 연역적인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물론 어느 경우든 단순히 경험을 일반화하는 식으로 수행하는 게 아니라 경험적인 것속에서 일반법칙의 징후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하나의 체계로 구성함으로써 법칙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학적 방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에서 구조주의의 형성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첫째, 언어학은 어떠한 인간집단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대상, 즉 분절화된 언어활동이란 보편적인 대상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언어학의 연구방법은 야만인이든 문명인이든, 현대인이든 고대인이든 동질적인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셋째, 언어학의 방법은 다른 인문사회과학에 비해 훨씬 폭넓은 보편성과 엄격한 과학성을 지닙니다. 이제 레비-스트로스는 보편적이며 동질적인, 그리고 정밀하고 과학적인 것을 자신의 연구영역에서 추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방법을 통해 연구하려는 대상은 대체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그것은 모든 문화에 공통된 질서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동양문화든 서양 문화든, 현대사회는 고대사회든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문화에 공통된 보편적 질서를 발견하려는 것이죠. 마치 야콥슨이 모든 언어에 공통된 어떤 보편적 구조(그는 이를 메타구조라고 합니다)를 발견하려고 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에 공통된 질서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다양한 종족의 문화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을 택했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문화에 공통된 질서가 바로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적 연구대상입니다. 이것을 흔히 심층구조라고 합니다.

 

다른 한편 그는 이러한 공통된 사회적 문화적 질서를 찾으려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그러한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질서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통된 보편적 사고구조가 인간에게 있으리란 생각을 끌어내는 건 차라리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는 날 것과 구운 것서곡에서, 데카르트처럼 인간 이성의 보편적 형태에 대한 가정을 할 게 아니라 이성의 집합적 형태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그것을 찾아내자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상이한 주체들이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줄 그런 무의식적인 조건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요. 이를 그는 사회적 무의식또는 구조적 무의식이라고 합니다.

 

결국 그는 사회인류학이란 경험적인 연구를 통해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이성을, 그리하여 인간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무의식적 기초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이것은 레비-스트로스의 철학적 연구대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이성의 선험적인 구조를 찾아내려 하는 것이고, 이런 한에서 이는 선험적 주체를 구성하려는 칸트의 노력과 유사합니다. 그래서인지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연구가 선험적 주체 없는 칸트주의라는 리쾨르(P, Ricoeur)의 비판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철학적 작업을 정신의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기초를 찾아내려는 칸트 철학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하죠. 그의 연구가 인류학에 머물지 않고 사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처럼 그의 작업이 갖는 철학적 의미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이나 주체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해체하는 것이 이제 인문과학의 목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근대철학에서 그러하듯이 주체나 인간이란 개념을, 혹은 보편적 이성을 출발점으로 가정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해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경험적 연구를 통해 진리의 기초, 인간들이 하는 사고의 보편적 기초를 찾아내자는 거지요. 그의 이런 입론의 영향으로, ‘반인간주의반주체철학은 구조주의 이후 대부분의 사상가들이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바가 됩니다. 이후 인간의 죽음’ ‘주체의 죽음이 여러 사람에 의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선포되지요.

 

더불어 그는 역사주의를 비판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야생의 사고 마지막 장에서 사르트르의 역사주의를 비판합니다. 역사란 그것을 사고하고 쓰는 사람들에 의해 취사선택된 것이지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반면 구조주의는 어떤 대상이 갖는 요소들을, 상호관계 속에서 체계화한다는 점에서 (공시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반역사주의 역시 한동안 프랑스 사상가들에겐 중요한 철학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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