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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4. 알튀세르 : 맑스주의와 ‘구조주의’, 과학을 위하여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4. 알튀세르 : 맑스주의와 ‘구조주의’, 과학을 위하여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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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위하여

 

 

첫째로 그는 맑스주의 역사유물론과학으로 정립하고자 합니다. 이는 프롤레타리아 과학과 부르주아 과학이라는 이분법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1940~50년대 소련의 문화 전반에 대한 즈다노프(A. Zhdanov)의 독재와 과학 전반에 대한 리센코(T. D. Lysenko)의 독재는 한마디로 부르주아 진영과 프롤레타리아 진영이란 두 개의 진영이 문화나 과학에도 존재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리센코의 주도로 사회적 조건에 따라 생물체의 형질은 닮는다는 이론이 소련 생물학계를 지배하자, 이는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라 구성된 프롤레타리아적 생물학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즈다노프의 권력을 통해, 아니 궁극적으로는 스탈린의 권력을 통해, 유전을 주장한 멘델학파를 부르주아 생물학자로 몰아 축출하고 숙청합니다.

 

이는 물론 나중에 멘델의 유전학이 확고하게 확립되면서 아주 우스운 코미디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식인들이 입은 상처는 매우 컸습니다. 부르주아지/프롤레타리아트의 양분법으로 난도질당한 과학자들은 맑스주의 자체에 대한 신뢰를 상실합니다. 이런 사정은 소련의 영향력이 미치던 모든 나라의 공산당 주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알튀세르는 과학을 두 개의 진영으로 분할하는 리센코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맑스를 위하여의 서문인 오늘에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학은 과학으로서 추구되어야 하며, 이 점에선 맑스주의의 역사유물론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지요. 맑스주의 이론이 과학이라면 그건 프롤레타리아트의 이해에 걸맞기 때문이 아니라, 물리학이나 생물학, 수학 등이 그렇듯이 자신의 고유한 대상을 갖는, 여타 과학과 다름없는 과학(science among others)이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과학에 대한 이처럼 강렬한 문제의식은 또 다른 한편에선 아마도 레비-스트로스의 역사주의 비판에 영향받은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역사주의가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일 수 없다는 레비-스트로스의 비판에는 과학을 향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지요. 알튀세르 역시 이런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합니다. 그리고 맑스주의에서도 하나의 대세를 이루고 있던 역사주의를 비판합니다. 사르트르는 물론 루카치나 그람시 등은 맑스주의 내부에서 그가 비판하려고 했던 대표적인 역사주의자들이었지요.

 

더불어 인간의 개념을 해체하자고 주장하면서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정의하려 했던 레비-스트로스나 라캉의 테제 역시 강한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알튀세르 자신이 스스로의 입장을 요약하면서 가장 높이 들었던 깃발이 바로 이론적 반인간주의였으니 말입니다. 이는 맑스주의 내부에서 형성된 이론적 정세와도 긴밀하게 관련된 것인데, 사르트르나 루카치 등은 물론 청년 맑스의 저작(특히 경제학-철학 초고)에 기초해서 제창된 사회주의적 인간주의가 그것이었습니다. 이는 서구는 물론 동구의 맑스주의 철학계를 주도하는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알튀세르가 보기에 이는 모두 엄격한 과학적 객관성을 갖춘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는, 이데올로기적 목적하에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비과학)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맑스가 새로이 기반을 마련한 역사유물론은 엄격한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단지 프롤레타리아의 이해를 반영하는 계급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게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사유물론을, 즉 맑스주의를 명실상부한 과학의 이름에 값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데올로기들과의 단절이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이는 역사주의ㆍ인간주의로부터 역사유물론을 떼어내는 것이며, 인간이라는 범주로부터 계급이란 범주를 떼어내는 것이고, 결국은 이데올로기란 허위로부터 과학이란 진리를 떼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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