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닮은 꼴만 보고 기뻐하지 말라
제84장
1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가 [하나님을] 닮은 너희 모습을 볼 때에, 너희는 행복하도다. 2그러나 너희가, 너희 이전에 존재한, 그리고 죽지도 아니 하고 보여지지도 아니 하는 너희 형상들을 볼 때에는, 과연 너희가 얼마나 감내할 수 있으랴!”
1Jesus said, “When you see your likeness, you are happy. 2But when you see your images that came into being before you and that neither die nor become visible, how much you will bear!”
이 장 역시 어떠한 기존의 선입견을 가지고 규정해 들어가려고 하면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앞 장(Th.83)과 공통된 주제와 공통된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면 올바른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 83장에서는 로기온 전체가 객관적인 3인칭 기술이다. 그러나 84장은 ‘너희’ 2인칭 복수를 향한 직접적 어법이다. 본 장 2인칭 어법의 특징은 마지막에 ‘너희’ 즉 추구하는 자들 그리고 독자들의 정서적 반응(the emotional reaction of the seekers/readers)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닮은 모습(likeness)’은 명백하게 창 1:26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을 닮은 모습이다(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 하나님이 창조한 것들 중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닮은 유일한 피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특수한 존재이다. 하나님을 닮은 나의 모습을 볼 때에 나는 행복하다. 그러나 도마의 예수에게 있어서 이러한 안위는 매우 천박한 것이다. 그것은 구약적 세계관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투적인 인간의 자기이 해일 뿐이다. 내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나의 고귀함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추구는 바로 그러한 상투적 ‘닮은 모습’을 뛰어넘어 자기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의 진제(眞諦)는 상투적인 하나님, 구약의 하나님, 그 이전의 것이다. 살아있는 예수의 은밀한 말씀의 추구는 그러한 ‘성스러운 닮음(the divine likeness)’조차도 파괴하는 데서 그 진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제2절의 ‘너희 형상들(your images)’은 83장의 ‘모습들(images)’과 같은 단어(eikon)를 활용하고 있지만 전혀 뜻이 다르다. 그래서 앞 장의 이미지들은 ‘모습들’이라고 번역하였고, 여기서는 ‘형상들’이라고 번역하였다. 여기 ‘형상들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적인 의미가 강해서 번역어를 차용했지만, 그 실 내용은 83장의 빛,’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형상들’은 내가 존재하기 이전에 존재한 형상들이며, 나와 더불어 죽지도 아니 하며, 나의 감관에 드러나지도 않는, 보여질 수 없는 형상들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이 아닌, 아버지의 형상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나의 존재의 가장 심오한 차원이며 모습없는 모습이다. 너희가 그러한 형상들을 볼 때에 과연 너희가 얼마나 그 책임과 고통과 환희를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 제일 마지막 절은 제2장의 언어를 상기시킨다: “찾을 때까지 구함을 그치지 말지어다. 찾았을 때 그는 고통스러우리라, 고통스러울 때 그는 경이로우리라.”
인간의 정신적 고양은 내가 신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는 그런 자각의 수준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언어가 단절되는, 존재 이전의 존재, 노자가 말하는 무상지상(無狀之狀)으로 회귀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것이요, 경이로운 것이다. 과연 너희가 그것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으리오!
▲ 알렉산드리아는 나일강의 토사가 퇴적되어 이루어진 삼각주의 서단에 위치한 도시인데, T자 모양의 항구를 양쪽으로 끼고 있는 지중해 해변과 거대한 마레오티스 호수 사이로 기다랗게 형성된 도시이다. BC 332년 알렉산더 대왕이 설계한 이후로 희랍문화의 절대적 영향 속에 있었다. 이 사진은 마레오티스 호수의 어부들을 찍은 것인데 지금은 범람이 없어져 호수가 말라 공장지대로 변해버렸고 호수는 빈곤한 모습으로만 남아 있었다. 이 호수 주변에서 성대한 미스테리아 제식이 이루어졌다. [임진권 기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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