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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달콤한 한문공부 - 1. 한문공부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본문

건빵/일상의 삶

힘들지만 달콤한 한문공부 - 1. 한문공부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건방진방랑자 2019. 12. 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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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공부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2018315일에 임고반에 입성했고 오늘은 58일이니 어느덧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두 달 사이에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오늘은 그 변화과정을 기록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보도록 하겠다.

 

 

임고반에 입성하던 날 하늘에선 축하의 비가 내렸다.   

 

 

 

헤맸고 심적 부담으로 맘만 무겁던 3

 

한 달째가 되었던 417그러니 막상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앉아 있으니 좀이 쑤시고, 임용을 관둔 이후 한문문장을 진득하게 본 일이 없으니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로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현실의 중압감, 미래의 불투명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가 않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뭐 이 글엔 한문문장을 운운했지만 실제로 그간 일을 하면서 책 한권을 제대로 읽을 정도로 집중해본 적이 없다. 무에 그리 마음이 바빴던지 해야 할 일이 많다고만 생각했지, 무엇 하나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몸가짐은 그대로 나의 한 달을 휩쓸었다. 앉아 있는 것도 익숙지 않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니 말이다.

우선 경서를 읽으며 기본부터 해나가자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것조차 맘껏 집중하며 하질 못했다. 가까스로 한 달 만에 논어를 끝내긴 했지만 그건 한 번 눈으로 대충 읽어봤지라는 자위였을 뿐, 알고서 읽었다는 충만감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앉아 있는 게 곤욕스럽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해야 하니까 하고 있는 거지, 정말 하고 싶어서, 이 시간이 미친 듯이 좋아서 한다는, 처음의 마음은 성난 바람 앞의 벚꽃처럼 순식간에 떨어져 내렸다.

 

 

3월 21일엔 갑자기 눈이 와서 설국이 되었다. 눈이 와서 맘이 심란, 공부가 안 되서 심란^^   

 

 

 

움직여야 무엇이든 벌어진다

 

하지만 사람이란 져버린 벚꽃 속에서도 심미적인 세계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치기도 한다. 그 대표주자가 아우슈비츠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의미요법을 발견한 빅터 프랭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유는 학생을 나오게 해서 해명하다進學解라는 글에서 움직이면 비방이 따랐지만, 명예 또한 따랐다(動而得謗, 名亦隨之)’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핵심은 움직여야만에 있다. 무엇이든 결과가 뻔할 지라도 시작해보아야만 실패든 성공이든, 행복이든 불행이든 느낄 수 있고 그건 홀로 오는 게 아닌, 늘 쌍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환상은 사라지고 지루한 그 현실만 무겁도록 짓누르는 순간이야말로 새로움의 계기인지도 모른다. 연암의 큰 누님 정부인 박씨에게 드린 묘지명伯姉贈貞夫人朴氏墓誌銘에서 나오는 처럼 말이다. ‘말이을이는 단순한 접속사가 아니다. 박희병 교수는 그의 책에서 이 글자의 의미를 명료하게 밝힌 적이 있다. 아래에 인용한 구절을 같이 읽어보자.

 

 

차안과 피안 사이에는 연속과 단절, 고조와 전환, 인식의 비상과 미학적 고양이 존재한다. 아무 뜻도 갖지 않는 이 한 글자가 이 모든 것을 매개하고, 이 모든 것을 실현시키고 있다.

-연암을 읽다, 박희병, 돌베개, 2006, 25~26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래서 한문에선 단순히 접속사라고 불리며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은 글자라는 뜻으로 허사虛辭라고 불리는 이 글자를 놓치는 순간, 누이 묘지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바로 이 한 글자에 번뜩이는 기치를 볼 수 있어야만 이 글의 가치가 살아 숨 쉬고 나에게도 의미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에게도 3월은 깊은 절망, 깊은 한숨, 고뇌에 찬 시련이었으며, 그건 움직이려는 시도였고, 4월을 준비하기 위한 시기였던 것이다.

 

 

예전 중도에 봄이 내렸다. 예전엔 이곳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내린 봄을 따라 정말 오랜만에 이곳에 오다.  

 

 

인용

지도

18년 글

19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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