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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 ‘진아’ 정신으로 본 「양사룡전」의 입전의식 - Ⅲ. 「양사룡전」의 구성과 내용상의 특징, 3) 다양한 삽화를 활용한 주제의 확장 본문

한문놀이터/논문

김형술, ‘진아’ 정신으로 본 「양사룡전」의 입전의식 - Ⅲ. 「양사룡전」의 구성과 내용상의 특징, 3) 다양한 삽화를 활용한 주제의 확장

건방진방랑자 2022. 6. 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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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양한 삽화를 활용한 주제의 확장

 

 

흔동 삽화

 

양사룡전은 양사룡전의 효행과 선행에 더해 여러 삽화를 추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부된 삽화로는 양사룡의 부친인 양흔동의 주인 섬김 이야기, 양사룡이 자식을 잃은 서귀를 위로하기 위해 해준 남만국 이야기, 그리고 작품 말미에 붙인 춘반의 효행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점 또한 일반 효자전에 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이에 삽화가 지닌 의미와 의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부친 양흔동의 이야기는 양사룡이 양친계를 조직하여 노모를 봉양한 행 위를 말한 뒤, 그때의 심경을 서귀에게 말한 대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 다. 양사룡은 부친이 돌아가신 뒤 부친에 대한 자신의 그리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소홀해짐을 느꼈다. 그러면서 모친이 이번에 돌아가셨다면 역시나 차츰 어머니를 잊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친계를 조직하여 살아계시는 동안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림으로써 풍수지탄의 후회가 없기를 바랐다이어 눈물을 흘리며 !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에 또한 살고 죽고의 차이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막 돌아가셨을 때는 제 마음이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을 같고, 잠시라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고 달이 바뀌면서 조금씩 달라지더니 1년이 지나서는 더 달라지고 3년이 지나서는 또 더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제 막 20년이 되니 이틀 동안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생각하더라도 그 마음의 슬픔이 또 처음 돌아가셨을 때와 같지 않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제 어머니께서 구원받지 못하셨다면 점차 어머니를 잊어감이 어찌 아버지와 달랐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저도 모르게 마음을 졸이고 그 모양새가 위축되고 불안해집니다.”라고 하였다.[仍流涕而言曰: “! 人子愛親之心, 亦有存亡之異. 方我父初亡時, 我心甚哀, 若不可堪, 若不得一刻可忘也. 旣日月而小異, 朞而漸異, 三年而又大異, 今纔二十年矣, 而或並日不思父, 雖思之, 其心之悲, 亦不如初亡時也. 不幸使我母不救, 其漸忘亦奚異父也? 我思至此, 自不覺煎然, 其容蹙蹙如也.”]. 양사룡이 이렇게 자신의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자 서귀는 자연스럽게 그의 부친에 관한 일을 묻게 되었다.

 

 

가계를 물으니 흔동(欣同)이 그 아버지라 하였다. 흔동은 일찍이 아버지 섬김이 효성스러웠다. 아버지가 죽자 남은 신발을 흔동은 대바구니 속에 넣어두고 일 년에 한 냥씩 대바구니에 넣으면서 이것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남기신 자취이다라면서 언제고 한참을 울었다. 일찍이 주인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주인집 사람들이 모두 죽고 오직 한 아이만 쓸쓸하게 남게 되었다. 흔동은 곧 이 아이를 봉양하였는데 주인으로 존대하고 골육으로 사랑하였다. 이때 왜란이 나자 흔동은 장차 왜구를 피하려 할 적에 그 처자식을 버리며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주인집은 오직 이 아이만 남아서 한번 잃으면 다시 얻을 수 없다고 하고는 이내 등지고 떠났다. 다시 돌아와 서는 어진 스승에게 맡겨 가르침을 받게 하였고, 성인이 되자 서로 알맞은 사람을 찾아 중매를 놓아 배필로 삼아주었으며, 집을 짓고 살림을 마련하여 살게 해주었다. 얼마 안 있어 그 주인이 죽어 가실(家室)이 의지할 곳이 없게 되자 흔동은 다시 그의 집으로 모셔 와서 봉양하기를 집이 없던 때와 같이 하였고 수고하기를 젊은 종처럼 하여 그렇게 몇 년 동안 또 마음과 힘을 썼다. 또 가정을 이루게 하고 입고 먹는 온갖 것을 모두 지극하게 하자 얼마 안 있어 가업(家業)이 조금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 수십 년 뒤에, 그 주인이 죽어 장사를 지내려 할 적에 그 지간(支干)이 흔동을 꺼려하였다. 사룡은 장례에 참여하지 말 것을 청하며 내가 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흔동은 거절하며 내 나이 이제 칠십 남짓이니 죽어도 유감이 없고 또 내 평생 내 주인을 저버린 적 없었는데 내 주인이 땅에 들어가는 날에 유독 저버릴 수 있겠느냐? 미혹되고 어두운 말로 누가 나를 어지럽히려 하느냐?”라 하고는 즉시 가서 널을 호송하고 서글프게 곡하였는데 이 때문에 병이 생겨 일어나지 못했다고 하였다.

問其系, 欣同其父也. 欣同嘗事父孝, 父歿有遺履, 欣同藏之籠中, 一年一兩納之曰此亡父遺跡”, 必流涕移時. 嘗有主, 不幸主家俱亡, 獨有一兒伶仃. 欣同乃奉養, 尊之以主家, 愛之以骨肉. 時有倭亂, 欣同將避寇, 舍其妻子曰: “更可得也. 主家獨有此, 一失不可更得.” 乃負行. 旣還, 託賢師受文字, 使爲成人, 得相敵通媒爲配, 乃立屋營產, 使之安頓. 未幾其主喪, 家室無所依歸. 欣同又奉置其家, 養之如未有家時, 服勞若小蒼頭然, 旣數年, 又費心力, 又使有室家, 服食若凡百之爲, 無不致其極者, 未幾家業稍成. 後數十餘年, 其主死將葬, 其支干妨欣同. 四龍請勿會葬, 吾請自當. 欣同却之曰: “我今年七十有餘, 死無所憾, 且我生平未嘗負我主, 獨可負於我主入地之日耶? 迷昧之說, 誰我溷者?” 卽往扶櫬, 哭甚悲, 仍有疾不能起.

 

 

서귀는 양사룡에게 들은 바를 요약적으로 기술하였다. 내용의 대강은 노비였던 흔동이 홀로 남겨진 주인집 자식을 위해 실천했던 평생의 헌신과 의리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귀는 어떤 이유로 흔동의 일을 삽화로 활용하고 있는가? 이는 양사룡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보인 서귀의 반응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무심자는 일어나 사룡에게 예를 표하고는 자식이 그 어머니를 사랑하고, 노비가 그 주인을 사랑하니 이것은 변함없는 하늘의 이치이며 항상된 사람의 도리니 여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오직 선생께서만 남다릅니다. 무릇 약한 것은 강해지고 궁한 것은 현달해지고 가난은 부유해지고 천함 은 귀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염치를 몰라라 하고 시비를 미루며 사생을 잊고서 오히려 샛길과 굽은 길을 또한 피하지 않으며 반드시 얻고자 하는 것은 벼슬입니다. 그러나 벼슬에 대해 또한 초탈하여 쳐다보지 않는 자도 모두 사람이니 이와 같은 자가 또한 있다면 마땅한 하늘의 이치와 떳떳한 사람의 도리인 자식이 그 부모를 사랑하고 그 주인을 사랑하는 것이 어찌 희귀한 일이 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於是無心子起而禮之四龍, : “子愛其母, 奴愛其主, 此天理之固也, 人道之常也, 何有於是? 而惟夫子之異之也. 夫弱可以強, 竆可以達, 貧可以富, 賤可以貴矣. 而人皆冒廉恥後是非忘死生, 而猶傍蹊曲徑之且不避而必欲得之者, 是爵祿也, 而於此亦有脫然而莫之顧者, 均是人也, 而如此者亦有之, 則夫何貴乎天理之固人道之常之子愛其親奴愛其主者?”

 

 

천민인 양사룡에게 예를 표하고 선생님이라고 부른 데서 서귀가 받은 감화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사회 구조가 달라진 지금이라 일견 수용하기 곤란한 가치관이 게재되어 있으나 이는 시대의 한계라 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서귀가 부모 사랑과 주인 섬김을 어떤 관점에서 사유하고 있는가이다. 서귀는 양사룡과 양흔동이 특별한 이유를 천리지고(天理之固)’인도지상(人道之常)’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 부모에 대한 효와 주인에 대한 의리는 변함없는 하늘의 이치이자 사람의 도리인 까닭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실천해야 마땅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하늘[天理]과 인간[人道]을 매개해주는 그 마땅함을 모른 체하며 벼슬로 대변되는 자신의 이욕(利慾)만을 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마땅한 일이 특별하고 희귀한 일이 되었다고 하였다. 곧 양사룡과 양흔동은 뭇사람들과는 달리 세상의 이욕을 버리고 하늘이 품부해준 이치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하늘과 사람의 관계가 언급되는데, 서귀는 하늘과 사람 사이의 마땅한 관계를 왜곡시키는 것은 곧 사람의 욕심 때문이라 진단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양흔동의 삽화는 양사룡전전체 이야기 속에서 효행의 문제로부터 선행, 의리의 문제로 가치를 확장시켜 나가는 동시에 그것들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근본 문제, 천리지고(天理之固)’인도지상(人道之常)’을 실천하는 문제로 초점을 맞추어가는 역할을 한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대목에서 서귀가 마땅함의 가치를 기준으로 천민 양사룡과 진정한 교감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남만국 삽화

 

두 번째 삽화는 이와 같은 진정한 교감 위에 펼쳐진다. 서귀는 양사룡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즈음 세상을 떠난 자식을 떠올렸고 이내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러자 양사룡은 서귀를 위로해주려 남만국(南蠻國)에 전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때 무심자는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어 말을 나누는 사이에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었다. 사룡은 이내 웃으며 나아와, “남만(南蠻)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느 부부가 있었는데 생업이 조금 풍족해지자 나이 마흔에 비로소 외아들을 얻었답니다. 그 아들은 얼굴이 잘생기고 재주와 학식이 더없이 빼어나 모두들 한번 사귀기를 원할 정도였는데 약관의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 부모가 몹시 슬퍼했답니다. 그 나라의 풍속에 바다 남쪽 끝에 한 도사가 있어 도사들을 관장하는데 새로 죽은 자는 반드시 도사에게 들러 도사가 머리를 끄덕인 뒤에야 명부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혹 도사에게 사정이 생기면 그 문에 열흘을 머무는 일도 있었답니다. 부부는 재계하고 급히 도사의 집으로 갔더니 그 아들 이름으로 방문이 벌써 있었더랍니다. 도사가 저녁때 과연 왔었는데 내가 마침 마음이 번거로워 답을 할 수 없었다. 내일 일찍 다시 올 터이니 보고 싶으면 내 집에 머물러라. 내가 보게 해주겠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과연 찾아오니 도사가 그가 곧 올 것이니 그대는 우선 방안에 숨거라.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후 도사를 찾아오자 부부는 문틈으로 엿보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추하고 또 두려워 똑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부부는 의아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도사가 부부가 했던 말로 말해주자 그 아들은 발끈하며 내가 어찌 부부의 자식이 될 수 있겠습니까? 부부는 전생에 어느 뱃사람을 무고하게 죽이고 아울러 그의 재물을 취하여 그 때문에 현생의 부부가 되었으니 나는 무고하게 죽은 뱃사람의 자식입니다. 하늘이 부부의 무고한 살인과 도적질을 한스러워하고 내 아비의 원통한 죽음을 불쌍히 여겨 저더러 칼을 쓰지 않고 창자를 베는 방법으로 복수하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본래 몸에 칼을 쓰는 것보다 더 참혹한 것으로는 늘그막에 얻은 어여쁜 자식을 갑자기 잃는 것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나를 그들의 자식이 되게 하여 그들의 마음을 만족시켰다가 갑자기 다시 빼앗아 그들의 창자를 찢고자 하였으니 내 어찌 부부의 자식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고는 재빨리 떠나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부부는 그 말을 듣고는 곧 눈물을 거두고 더는 그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時無心子有喪明之痛, 語次有淚潸然. 四龍乃笑而進曰: ‘南蠻之諺曰: 古有夫婦, 貲業稍豐, 年四十始得一子, 其容端, 其才學絶倫, 人無不願與一交, 年弱冠猝逝, 其父母甚悼. 其國俗海極南, 有一道士管道流, 新逝者必過道士, 道士點頭, 然後歸冥府, 或道士有故, 則至有留其門旬日者. 夫婦齋宿, 急往道士家, 以其子名訪已過. 道士曰: 日夕果來, 以我適心煩, 不能答. 明早必更來, 子欲見留我. 我使見之.明日果來, 道士曰: 彼方來, 子姑隱室中.已而來謁道士, 夫婦從門隙覘, 其狀貌甚麤, 且威嚴不可直視. 夫婦方疑訝, 莫得端倪. 道士以夫婦言言之, 其子乃艴然曰: 我安得爲夫婦子也? 夫婦前時, 枉殺一船夫, 並取其資, 仍爲此世夫婦, 我則船夫子也. 天恨夫婦枉殺人取資, 憐我父寃死, 欲令復其讎, 以不加刃其身而其腸之割, 自有慘於刃其身者莫如臨老得美子而旋失之, 特使我爲其子, 以足其心, 旋又奪之, 以割其腸而已, 我安得爲夫婦子也?乃倐然而逝, 更無所見. 夫婦聞其語也, 卽收淚不復思其子.

 

 

양사룡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그래서 자식 가운데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를 사람들이 반드시 이는 곧 전생의 원수다라며 그 부모를 위로하니 그 말이 이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선생께서는 상심하지 마십시오. 선생께서 상심하는 것은 태부인께서 상심하는 것입니다. 선생께서는 상심하지 마십 시오[故子之凡先父母亡者, 人必慰其父母曰此乃前生讎也, 語盖出此. 夫子其毋傷也. 夫子而傷者, 太夫人之傷也. 夫子其毋傷也. -李起浡, 西歸遺稿7, 梁四龍傳.].”라고 서귀를 위로하였다. 그러자 서귀는 그와 더불어 종일토록 이야기해보니 말이 반드시 근거가 있었고 이치를 따르지 않음이 없었다며 양사룡과의 깊어진 교감을 증언하였다.

 

두 번째 삽화는 하늘이 준 마땅한 이치를 매개로 두 사람이 깊은 교감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이 교감은 신분의 차이마저 극복한 것으로서 확대하여 의미를 부여해본다면 두 사람의 교감은 마땅한 도리를 실천하는 두 사람 간의 연대를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일체의 출사를 단념한 서귀와 하늘에 보은하기 위해 오이를 심었던 양사룡의 행위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마땅히 한다는 가치에서 서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서귀는 논평 부분에서 그렇다면 무심자가 사룡을 얻고 사룡이 무심자를 얻은 것이 또한 기다림이 있음에 가깝다 할 것이다[則無心子之得四龍四龍之得無心子, 其亦近於有待者矣].”이 부분은 사마천의 열전이 지닌 한계점을 비판하고 사마천 당시에 양사룡이 살았더라도 열전으로 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양사룡이 서귀를 만남으로 인해 입전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서귀가 양사룡을 얻은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서귀가 양사룡을 얻었다고 한 부분은 바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마땅히 한다는 가치의 교감, 연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홍춘반 삽화

 

세 번째 삽화는 논평 뒤에 부기된 홍춘반의 효행이다. 일반적인 전이라면 논평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데 양사룡전은 글의 말미에 양사룡과 양친계를 운영했던 홍춘반의 효행을 부기(附記)하고 있다.

 

 

춘반이 그 어머니를 섬긴 것도 지극히 효성스럽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고 이듬해가 되어 소상(小祥)이 한 달 남았는데 그의 아내가 전과 같이 밥을 올리자 춘반이 문득 물리치며 작년 이때 어머니께 밥을 올렸는가?”하고는 미음으로 바꾸어 소상일이 지난 뒤에야 그만두었고 재기(再朞) 때도 그렇게 하였다. 어머니 생전에는 춘반이 나가면 어머니가 늘 문에 기대어 기다렸는데 춘반은 돌아올 때 반드시 멀리서부터 춤을 추어 어머니께 잘 다녀왔음을 보였다고 한다.

春盤事其母至孝. 母宿病以歿, 越翌年未及祥一月, 其妻進食如故, 春盤輒却之曰上年此時, 母其進飯乎”, 以粥飮, 至祥日過後乃已, 至再朞亦然. 母未歿, 春盤每出, 母常倚閭, 春盤還必自遠舞, 以示母好歸.

 

 

홍춘반의 효행은 두 가지로 제시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어머니 상을 당한 뒤에도 생전처럼 모시고자 했다는 내용이고 두 번째는 어머니 생전에 홍춘반이 출타를 하고 나면 문에 기대어 자신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해 멀리서부터 춤을 추면서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부기된 홍춘반의 효행은 일관된 서사 전개로만 보자면 일종의 군더더기와 같아 서사의 정연한 맺음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홍춘반의 효행, 특히 어머니를 위해 멀리서부터 춤을 추며 오는 모습은 흐뭇한 감동을 선사하며 공감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하여 글의 심미적 종료를 유도하는 면도 있다. 또한 이 삽화는 양사룡, 양흔동, 그리고 홍춘반에 이르는 마땅한 도리를 실천하는 인물들의 확대 양상을 점증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상에서 본고는 양사룡전에서 확인되는 구성과 내용상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중복 구성을 통해 주제를 심화하고, 다양한 삽화를 활용하여 주제를 확장하는 독특한 서사 구성, 그리고 도입부부터 논평까지 일관하는 하늘과 사람에 관한 철학적 사유 등은 일반 효자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었다. 또 이와 같은 구성과 내용상의 특징을 토대로 양사룡전은 단순한 효자 이야기를 넘어서 양사룡이란 인물을 통해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확인하고 증명해내는 이야기임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양사룡전이 궁극적으로 제시한 이상적인 인간상은 사리사 욕을 버리고 하늘이 품부해준 마땅한 이치를 마땅하게 실천하는 인간임도 추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서귀는 어떤 생각에서 이처럼 독특한 효자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에 본고는 장을 바꾸어 양사룡전의 입전을 추동한 작가정신을 살피기로 한다. 이기발의 정신적 지향이 중요한 것은 입전인물의 선택이나 서술방향, 그리고 서술태 도는 전적으로 작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박희병, 조선후기 예술가의 문학적 초상 : 藝人傳의 연구, 대동문화연구 제24, 1990, 106..

 

 

 

 

인용

목차 / 원문

. 머리말

. 양사룡전의 구성과 내용 간개

. 양사룡전의 구성과 내용상의 특징

1. 철학적 의론을 제시한 도입부

2. 중복 구성을 통한 주제의 심화와 특징적 인간상의 강조

3. 다양한 삽화를 활용한 주제의 확장

. 서귀 이기발의 의리 정신과 양사룡전의 입전 의식

.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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