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씨가 알려준 깨달음
03년 4월 4일(금)
전역 D-22
요즘 KBS ‘인간 극장’에 이지선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 목사님 설교 시간에 주바라기 이지선 씨 얘기를 어렴풋이 해줘 들은 적이 있기에 자연히 이 프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지선씨는 현재 나이 26살로, 이화여자대학교 출신이며 하나님을 절실히 믿는 기독교 신자인데다가 의모는 보통 이상의 참한 아가씨이다. 그 당시, 그러니까 사고가 나지 2년 전인 24살 때에 그만한 배경에 그만한 아가씨였기에 한 콧대 했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 했었단다. 하지마 그런 그녀에게 불운의 재앙이 닥쳤다. 그녀의 오빠와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앞에서 달려오던 음주운전하는 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사고로 오빠는 차에서 튕겨나가 불행 중 다행으로 화마를 피할 수 있었지만, 지연씨는 안전벨트에 매여 있어 차와 함께 화염에 휩싸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구출된 그녀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말았다. 이미 약한 손가락 마디들은 다 일그러져 떨어져 나갔고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런 그녀는 일본군에 가서 1년여를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 성형 수술을 했다. 그녀가 회고하여 말하길 “하루라도 안 아픈 날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차라리 죽고 싶었죠. 그렇게 밤이 되면 생과 사를 오락가락하는 중환자실에서 하루에 두세 명씩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까. 오히려 더 살고자하는 욕구가 샘솟더라구요”라고 한다. 그런 상황을 몸소 겪어 보지 않았지만, 그 말만으로도 그때의 비극이 충분히 전해지며 얼마나 암담했는지 알 것만 같다.
그런데 그녀의 실질적인 고비는 그게 아니었다. 자기의 뼈저린 고비를 몸소 이겨내는 것보다 더한 고비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건 바로 자기의 너무나도 바참히 변해버린 외모를 거울로 바라보면서 인정해야 하는 것이었으며 그것보다도 더 큰 고비는 사람들의 경시하는 듯한 그 표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이고 서로 눈치 보면서 서로 피하듯 할 텐데, 그걸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 하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예전엔 서로 천사 모시듯, 예쁘다고 해주고 부끄러움의 미소로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입장이 바뀌어 못 볼 것을 본 것마냥 피하려 한다면 그 현실에서 느껴지는 괴리는 과연 어떤 무게로 다가올 것인지? 감히 겪어보지 않은 것이기에 어느 정도인 줄은 모르겠지만 감히 미쳐버릴 정도의 비극인 것만으 진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는 지금 어떤지 아는가? 세상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더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더 행복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그랬냐고? 당연히 No! 처음엔 자기의 이런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하나님께 “저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울부짖으며 기도했단다. 그랬는데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수술했던 데가 서서히 아물고 쭉 뻗을 수 없던 팔이 뻗어지고 걸을 수 없던 다리가 걸을 수 있게 되고,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던 목이 음식물을 먹을 수 있게 되므로, 오히려 그렇게 완치되는 자기의 몸에 감사하며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고가 나기 전 자신의 나이는 3살이었던 반해, 지금의 나이는 13살이라고 말한다. 사고가 나기 전에 자기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지만, 사고를 통해 저 밑바닥에 내려 앉게 된 지금은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식 없는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하나님께 진정한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는 거다. 그녀의 그런 말들을 보고 있으니까 차마 가련한 마음이 들어서 오래도록 보고 있진 못하고 채널을 들리고 말았다.
나한테 감사할 조건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지금껏 군 생활을 해왔고 지금 며칠 남지 않은 아직도 며칠 남지 않은 군 생활을 불만으로 일관하며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진짜로 감사할 조건 따위는 없는가?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이 있고 25개월의 군 생활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지내왔으며, 어머니와 형도 아무 사고 없이 지내줘서 내가 군 생활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며, 나에게 응원해주고 기도해주는 단비, 크로스 아이들, 교회 누나들이 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덕에 군 생활 동안 분대장, 군종 그 모든 일을 할 수가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이 모든 것을 너무도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바보스럽게도 이게 다 은혜이고 축복인 것을 몰랐단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큰 깨달음을 이제야 느낀다.
“행복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것들에 비례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자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감사할 수 있을 때에야 생겨나는 감정이다.” 이란 깨달음을 얻었다. 난 행복에 겨운 사람이었다. 그걸 몰랐을 뿐이다. 그러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행복을 돌아볼 수 있는 진정한 계기가 된다. 이지선씨의 말을 듣고 나서 그 계기를 알게 됐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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