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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상병 - 02.06.04(화) 2002 월드컵 개최와 감격의 폴란드전 첫 승리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6.04(화) 2002 월드컵 개최와 감격의 폴란드전 첫 승리

건방진방랑자 2022. 7. 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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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개최와 감격의 폴란드전 첫 승리

 

0264() 맑음

 

 

오랜 염원의 월드컵이 드디어 우리 나라와 일본 공동개최로 시작되었다. 531일에 화려한 개막 행사에 이어 개막경기를 세네갈 : 프랑스가 했다. 그 결과는 프랑스가 이길 줄 알았는데 예상에서 빗나가며 세네갈이 이겼다. 한국, 나의 조국, 내가 생활하는 이곳에서 그런 역사적인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는 게 무척이나 감명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그런 월드컵의 열기가 어느 정도는 차단되는 군대에 있기에 좀 답답할 수밖에 없고 애석하지 않으려야 애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역사의 순간을 군대라고 해서 나 몰라라 할 것인가?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No!

 

오늘은 한국의 첫 경기인 폴란드전이 있었다. 월드컵 전에 있었던 A매치 경기 때마다 놀라울 정도의 우수한 성적을 계속해서 내던 터라 이번 경기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경기가 있는 시간에 위병소 근무가 있을 줄이야. 그나마 나의 경우는 축구에 취미가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던 거지, 축구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탈영을 했을 거다. 이런 상황이기에 우린 투덜투덜거리며 재현이와 효근이와 함께 정문초소 근무를 섰다. 지통실에 갔을 때, 정보 장교는 왜 하필이면 이 시간대에 근무냐?”라고 하면서 은근히 우리들을 놀렸다. 그런 짜증으로 근무지에 투입했는데, 가끔씩 비명 가까운 소리들이 여러 방향에서 들릴 때쯤이면 어떻게 점수가 나는지 궁금해 죽은 지경이었다. 피 말라 죽는다는 표현이 바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있다 보니, 좀 있다가 엄청난 환호성이 들렸고 황금과 같은 첫 골이 황선홍에 의해 터졌으며 그 기쁨을 가눌 길이 없었던 우리 부대 사람들은 96k로 그 기쁨을 전하기에 바빴다. 역시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나 보다^^ 그렇게 생생한 중계를 들으므로 마칠 것 같던 마음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그렇게 전반은 끝나갔다. 그러나 우리의 근무는 계속 해야 했으니, 이 일을 어쩌냐~~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환호성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96k로 두 번째 골이 터졌다는 환상적인 소식을 들려주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96k가 알고 싶고자하는 욕망의 해소체였고 삶의 큰 활력소였던 것이다. 근무 교대 시간은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올 시간이 지났음에도 근무자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복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첫 경기를 못 보고 나온 것도 화가 나는데 근무 시간까지 미룰 줄이야. 과연 어떤 놈이기에 이런 만행을 함부로 할까? 그렇게 2분 정도 늦게 나온 사람은 재익이였다. 나보다 짬 높은 사람이 그랬다면 화난 얼굴을 그대로 표출하면서도 그냥 나갔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알자 다짜고짜 다그쳤고 재익인 미안하다고 되뇌었다. 역시 약육강식의 세상인가ㅠㅠ.

 

그렇게 돌아와서 TV를 보니 아직도 후반전은 20분 가까이 남았더라. 난 겨우 5분이나 보면 많이 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 상황을 알게 되자 아까 화를 내었던 재익이에게 미안한 맘이 들더라. 하지만 어쩔 텐가, 이미 엎질러진 일인 것을. 첫 경기를 정말 보고 싶단 생각이 앞서다 보니 이런 일이 펼쳐진 것을 말이다. 그렇게 서로 간에 접전을 계속하다가 아무런 추가 득점이 없이 끝났다. 그렇게 염원했던 48년만에 첫 승을 얻어 엄청 감격스러움에 나는 눈물까지 핑돌려 했다.

 

어떻게 보면 나와는 그렇게까지 밀접한 연관이 없는 그들인데도, 이렇게까지 가슴 깊이 감격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나도 한민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 역사의 순간에 내가 있었고, 그런 나는 군대에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감격스러움은 모두 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했던 이곳, 군대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단체로 볼 때에 스포츠의 재미는 배가 되니 말이다. 이럴 땐 이 순간에 군대에 있다는 사실이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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