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존중해야 할 바른 가르침
존중정교분(尊重正敎分)
12-1.
“이제 다음으로 수보리야! 어디서나 이 경을 설하되, 사구게 하나라도 설하는데 이른다면, 마땅히 알라, 바로 그곳이 일체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가 모두 기꺼이 공양하는 부처님의 탑묘와도 같은 곳이 되리라는 것을, 하물며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경 전체를 수지하고 독송함에 있어서랴!
“復次須菩堤! 隨說是經乃至四句偈等, 當知此處一切世間天人阿修羅, 皆應供養如佛塔廟. 何況有人盡能受持讀誦!
“복차수보리! 수설시경내지사구게등, 당지차처일체세간천인아수라, 개응공양여불탑묘. 하황유인진능수지독송!
이 분 역시 대승불교운동의 역사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금강경』의 성립이, 부처님의 탑묘와 같은 것이 많이 지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탑묘가 많이 지어진 아쇼까왕의 시대 이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분의 근본사상은 바로 요즈음의 교회나 사찰의 정황과 비슷하다. 목사님이나 스님께서는 헌당한다고 신도들을 못살게 구는데, 이 『금강경』의 기자는 바로 사구게 하나라도 외우는 그 자리가 바로 교회요 법당이요, 베드로의 반석이나 싯달타의 탑묘보다 더 중요한 성소(聖所)가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보살운동의 진보적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다.
여기 ‘탑묘(塔廟)’의 원어는 ‘짜이띠야 부후따(caitya-bhūta)’이다. 이짜이띠야는 일반적으로 불교 이전부터 ‘묘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과 그 불(佛)제자의 유골을 헌납한 거대한 니토(泥土)의 총(塚)을 ‘스뚜빠(stūpa, 탑塔)’라고 부르고, 그 외의 성물(聖物), 예를 들면, 바리나 경전 같은 것을 헌납한 건조물을 ‘짜이띠야’라고 불러 양자(兩者)를 구분했으나, 후대에는 이 양자가 혼동되어, 스뚜빠를 짜이띠야라고도 불렀다. 여기의 ‘탑묘’는 부처님의 묘소로 가장 큰 존경을 바쳐야 할 곳이다.
‘천(天)ㆍ인(人)ㆍ아수라(阿修羅)’는 중생이 자기가 지은 업에 의하여 생사를 반복하는 여섯 개의 세계인 육도(六道, 육취六趣) 중에서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의 삼악도(三惡道)를 빼고 난 삼선도(三善道)를 가리킨다.
‘아수라(阿修羅)’는 ‘asura’의 음사이며 ‘아소라(阿素羅)’, ‘아수륜(阿須倫)’ 등으로 쓰이기도 하며, ‘비천(非天)’, ‘무주신(無酒神)’으로 의역되기도 한다. 혈기(血氣)가 왕성하고 전투를 좋아하는 귀신의 일종이다. 이 인도의 아수라(asura)는 이란의 신화에서는 아후라(ahura)로 나타나며, 이란이나 인도나 고대신화에 있어서는 이 아수라(asuras)는 데바(devas)와 함께 같은 선신(善神)들이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인드라 신(제석천帝釋天) 등의 대두와 더불어 아수라는 데바의 적으로 간주되었고, 항상 신(神)들에게 싸움을 거는 악마 귀신류로 추방되었다. 아수라를 어원적으로 수라(Sura, 신神)에 아(a)라는 부정사를 붙이어 ‘신(神)이 되지 못한 놈들’【이런 뜻으로 한역에 ‘비신(非神)’이라는 말이 생겨났다】의 뜻으로 새기는 것은 정당한 어원해석이 아니라, 아수라의 지위격하와 더불어 악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날조된 후대의 어원해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 데바와 아후라(아수라)의 관계가 이란의 신화에서는 거꾸로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즉 데바(daevas, 이란식 철자)가 악신으로 격하되어 ‘데몬(demons)’ 즉 악마가 되어버리고 아후라는 최고의 신(the supreme God)으로 격상되었다.
불교(佛敎)의 윤회전생설(輪廻轉生說) 중, 육도설(六道說)에 있어서는 아수라(阿修羅)가 사는 세계를 ‘(아阿)수라도(修羅道)’라 하여 천(天)ㆍ인(人)과 함께 삼선도(三善道)의 하나가 되며, 불법(佛法)의 수호신(守護神)의 지위(地位)를 허락받았다. 따라서 여기 『금강경』에서 말하는 아수라는 악신의 이미지가 아니라, 불법수호의 신의 함의로 쓰인 것을 알아야 한다.
‘천인아수라(天人阿修羅)’의 정확한 의미는 ‘하늘의 신들과 인간세의 사람들과 아수라신들’이 될 것이다(that spot of earth will be like a shrine for the whole world with its gods, men and Asuras. 콘체 역).
힌두신화에서는, 아수라들과 데바들은 불사(不死)의 묘약(妙藥)인 아므리따(amṛta)를 추출하기 위하여 밀크의 대양(大洋)을 같이 휘젓는다. 그리고 이 아므리따의 소유를 위해 이 양 진영은 끊임없는 영원한 투쟁을 벌인다. 호전적인 성격 때문에 이 아수라가 벌이는 비참한 싸움의 장소를 보통 ‘아수라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일상언어에서는 엉망진창, 개판, 난장판을 ‘아수라장’이라 하는 것도, 불교 설화를 통하여 옛날부터 이런 이미지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습속 속에 힌두의 신화가 부지불식간에 침투한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아수라왕(王, 아수라의 대표)과 제석천(帝釋天, 데바의 대표)의 전투는 『구사론(俱舍論)』에 묘사되고 있는데, 제석천궁(帝釋天宮)을 공격한 아수라왕이 해와 달을 잡아 손으로 덮는 데서 일식ㆍ월식이 생긴다고 말하고도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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