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신화와 단군신화
이윽고 싯달타는 핍팔라나무의 자리에 이르렀다. 이때 싯달타는 고민에 빠졌다. 과연 과거의 보살들은 어떤 자리에 어떻게 앉아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성취하였을꼬?
이때 우연찮게 옆에서 어느 아동이 싯달타의 우편에서 풀을 베고 있었다. 신화적 기술에 의하면 이 아동은 바로 석제환인(釋帝桓因)이 변신하여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석제환인의 원어는 ‘샤크라 데바남 인드라’(Ṡakra-devānāṃ Indra, 釋迦提婆因陀羅)인데, 이때 샤크라(釋)는 ‘釋迦羅’라고도 음사하는데 ‘위용이 있다.’ ‘힘이 있다.’ ‘강하다’는 뜻으로 신에 대한 존칭의 접두어로 쓰이고 있다. 여기 ‘뎨환’(帝桓)은 ‘deva’에서 온 것으로 하늘을 말하는 것이요. 신을 말하는 것이다. 인 (因)은 인드라(Indra, 因陀羅)의 약어이다. 인드라는 불교이전부터 인도의 베다문학에서 천둥과 폭풍의 신(God of thunderbolt and storm)으로 여겨져 왔으며 오른손에는 항상 금강저(Vajra)를 들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인도신화에서는 바루나(Varuna)신과 항상 라이벌관계에 있는데, 아마도 인드라는 브라흐만(Brahman) 계급을 대변하고 바루나는 크샤트리아계급을 대변하는 듯이 보인다. 후대 불교신화 속에서는 인드라는 불법의 수호신으로서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의 주신인 제석천(帝釋天)으로 변모한다.
내가 여기서 이러한 해설을 좀 장황하게 말하고 있는 뜻은, 바로 우리나라 단군신화에서 웅녀와 결혼한 단군의 아버지인 환웅(桓雄)의 아버지가 환인(桓因)이라는 사실을 좀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님 일연 자신이 환인을 말하면서 ‘위제석야’(謂帝釋也)라고 주석을 달아놓고 있는데, 바로 환인의 환은 데바를 말한 것이요, 인은 인드라를 말한 것임이 확연해진다.
환(桓) | deva | 하늘에서 온 신 |
인(因) | indra | 천둥ㆍ푹풍의 신 |
이 환인이 저 하늘 꼭대기에서 삼위태백(三危太伯)을 굽어보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펴라 하고 그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신단수(神壇樹) 밑으로 내려가게 하였던 것이다. 그가 거느리고 내려온 신하들이 풍백(風伯)ㆍ우사(雨師)ㆍ운사(雲師)였으니 이 모두 인도신화에서 인드라가 폭풍과 천둥의 신이라 했던 그 성격규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베다문학에서 인드라는 브리뜨라(Vritra)라는 신과 항상 대결하는데 바로 브리뜨라는 가뭄의 신이다. 가뭄으로부터 인간세를 보호하는 인드라의 신성(神性)이야말로 조선의 땅에 풍요로운 신시를 펼칠 수 있게 하는 신으로서 적격이었던 것이다. 환웅이라는 이름은 환인에서 아들이라는 뜻으로 인을 웅으로 변조시켜 탄생된 것이다. 알고 보면 이 모든 신화들이 이렇게 교류된 것이고, 비록 그것이 표현상의 가차(假借)일 수는 있으나, 너무 신화를 국수주의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모두 문명의 본질에 어긋나는 짓이다. 인드라 제석신앙은 일연이 살았던 불교국가, 고려조에 매우 성행했던 종교적 프랙티스(Practice)였다. 『고려사(高麗史)』에서 그 유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 오른손에 금강저를 들고 있는 인드라의 모습. 번개로 위용을 과시하는 희랍신화의 제우스와 상통한다. 우리 단군신화의 조형, 상서로운 동물을 타고 있다. 이 동물이 우리 신화에서는 곰이 되었을 것이다.
인용
'고전 > 불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붓다의 세 가지 의미 (0) | 2022.03.14 |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길상과의 대화 (0) | 2022.03.14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싯달타와 수자타 (0) | 2022.03.14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고행 단념한 뒤 싯달타의 행동 (0) | 2022.03.14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싯달타의 고독 (0) | 202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