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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한글역주, 등문공장구 상 - 2. 세자 시절의 등문공이 장례를 묻다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등문공장구 상 - 2. 세자 시절의 등문공이 장례를 묻다

건방진방랑자 2022. 12. 1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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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세자 시절의 등문공이 장례를 묻다

 

 

3a-2. 등나라 세자의 아버지인 등정공(滕定公)께서 승하하시었다. 세자가 자기의 사부인 연우(然友)에게 일러 말하였다: “일전에 맹자께서 나와 더불어 송나라에서 말씀하시면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맹자의 말씀이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새겨져 종내 잊을 수가 없군요. 그런데 지금 불행하게도 부왕의 상을 당하였으니, 내 생각으로는 그대가 이웃 추나라에 가서 맹자에게 장례에 관한 것을 여러모로 상담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상(大喪)을 치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3a-2. 滕定公薨. 世子謂然友曰: “昔者孟子嘗與我言於宋, 於心終不忘. 今也不幸至於大故, 吾欲使子問於孟子, 然後行事.”
 
연우(然友)는 멀지 않은 추나라로 가서 맹자에게 여쭈었다.
然友之鄒問於孟子.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참으로 훌륭한 마음씀씀이로구료! 원래 친부모의 상이란 자식된 자 스스로의 마음으로 있는 힘을 다하는 것이요논어(論語)19-17. 증자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소: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때에 예로써 섬기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고 예로써 제사지내면 가히 효를 다한다 말할 수 있다논어(論語)2-5. 공자의 말로서 나온다. 제후의 장례에 관해서는 내가 특별히 배운 것이 별로 없으나, 그렇지만 나는 이와 같이 들었소이다. 반드시 삼년지상을 행하여야 하며이것은 당시로서는 보편화되지 않은 특별한 공문의 주장이었다, 아주 거친 삼베의 윗도리와 치마를 입으며, 매우 소략한 묽은 죽을 먹습니다. 이러한 상례는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차별 없이 공통일 뿐 아니라논어(論語)17-21. 중용(中庸)18. 공자-자사-맹자로 이어지는 사상의 맥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은 하ㆍ은ㆍ주 삼대를 통하여 공통된 법도였습니다. 그러니 이에 따라 등정공의 대상도 치르는 것이 좋겠지요.”
孟子曰: “不亦善乎! 親喪固所自盡也. 曾子曰: ‘, 事之以禮; , 葬之以禮, 祭之以禮, 可謂孝矣.’ 諸侯之禮, 吾未之學也; 雖然, 吾嘗聞之矣. 三年之喪, 齊疏之服, 飦粥之食, 自天子達於庶人, 三代共之.”
 
연우는 귀국하여 세자에게 복명(復命)하였다. 그러자 세자는 삼년지 상을 치를 것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등나라의 친족 노신(老臣)들과 문 무백관이 모두 이 결정에 반대하여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종국(宗國)종국(宗國)이라는 것은 노나라와 등나라가 모두 주문왕의 아들이 분봉된 나라이다. 노나라가 등나라의 형님격이다인 노나라의 역대군주들도 삼년지상을 실행한 예가 없고, 우리 등나라의 역대선조들도 실행한 사례가 없다. 세자의 세대에 와서 이 조법(祖法)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예 로부터 내려오는 등나라의 ()무슨 책인지는 잘 모르나 등나라의 역사서일 것이다에도 이와 같이 쓰여져 있다: ‘상례와 제례는 선조의 전통을 따른다.’ 우리는 천명하노라: ‘우리는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예법이 있다.’”
然友反命, 定爲三年之喪. 父兄百官皆不欲, : “吾宗國魯先君莫之行, 吾先君亦莫之行也, 至於子之身而反之, 不可. 且志曰: 喪祭從先祖. ” : “吾有所受之也.”
 
이러한 반대에 봉착한 세자는 사부 연우에게 말하였다: “나는 여태까지 학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말 달리고 칼 휘두르는 것을 좋아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노대신들과 백관은 나의 평소 인품을 잘 알기에 지금 내가 이 거창한 대례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요. 그들은 내가 설령 삼년지상을 배운 대로 실행하려고 해도 과연 그 큰일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안 서는 것이요. 그러니 그대는 다시 한 번 추나라에 가서 맹자에게 그 자세한 예법을 배워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謂然友曰: “吾他日未嘗學問, 好馳馬試劍. 今也父兄百官不我足也, 恐其不能盡於大事, 子爲我問孟子.”
 
연우는 다시 추나라에 가서 맹자에게 여쭈었다.
然友復之鄒問孟子.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러하오? 그러나 부모지상이라고 하는 것은 본시 남에게 구하여 될 것이 아니라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죠: ‘국군(國君)이 승하하면, 세자는 일체의 정무(政務)를 총재(冢宰, 수상)에게 맡기고논어(論語)14-43, 자신은 죽음을 마시며, 슬픔으로 얼굴은 검푸른 색을 띠고, 정해진 자리에서 곡을 하면, 백관유사(百官有司) 모두가 감동하여 애통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세자가 솔선하여 모범을 보이기 때문이다. 위에 있는 자가 무엇이든지 좋아하여 그 진심을 보이게 되면, 아래 있는 자는 따라서 그것을 더 좋아하게 마련입니다. 군자의 덕은 위에 부는 바람과도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도 같습니다. 풀 위에 부는 바람에 따라 나부끼듯 감화를 받게 마련입니다논어(論語)12-19. 이미 당대의 속담처럼 된 말이었을 것이다. 이번 대사는 오직 세자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孟子曰: “. 不可以他求者也. 孔子曰: 君薨, 聽於冢宰. 歠粥, 面深墨. 卽位而哭, 百官有司, 莫敢不哀, 先之也. 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矣. 君子之德, 風也; 小人之德, 草也. 草尙之風必偃. 是在世子.”
 
연우는 귀국하여 복명하였다. 세자는 말하였다: “바로 그것이다! 이 일은 진실로 나의 결단에 속하는 문제이다!”
然友反命. 世子曰: “. 是誠在我.”
 
세자는 빈소가 차려지는 5개월 동안 움막집에 거하였으며빈소는 실제 뼈를 묻기 전의 초분과도 같은 것이다. 천자는 7개월, 제후는 5개월, 대부는 3개월로 정해져 있다. ()에서 장()으로 진행된다. 그 기간 동안만 초옥에 거하는 것이다, 정무에 관한 일체의 명령이나 금령(禁令)은 관리들에게 발하지 않았다.
五月居廬, 未有命戒.
 
백관(百官)과 족인(族人)들은 세자의 행동을 훌륭하게 생각하여 그를 일러 참으로 예를 아는 현군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나 참으로 시신을 땅에 묻는 장례를 행할 때에는 소문이 크게나 사방의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당대의 풍습으로 예기에 그 사례가 많이 적혀있다. 등 나라는 위대한 예의지국처럼 보였던 것이다. 세자의 얼굴에 물든 초췌한 근심의 빛, 그리고 구슬픈 곡의 소리는 조문객 모두의 마음을 깊게 감복시켰던 것이다.
百官族人可謂曰知. 及至葬, 四方來觀之, 顔色之戚, 哭泣之哀, 弔者大悅.

 

등나라는 소국이지만 본시 주문왕의 아들 숙수(叔繡)가 분봉된 나라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헌원씨(軒轅氏)의 아들 중에 등이라는 성을 가진 자가 있는데, 그를 시조로 한다. 하여튼 작은 나라이지만 유서 깊 은 나라로서, 춘추시대에는 회맹을 할 때에 등()ㆍ설()ㆍ추() 세 나라가 반드시 참가했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역사에 일일이 기록되지는 않았어도 이들이 참가해야만 회맹의 무게감이 실리는 중요한 나라들이었다.

 

그러한 유서 깊은 나라의 세자다웁게, 둥문공은 그 인품이 매우 훌륭하다. 맹자가 처음 만난 양혜왕은 80객이었고, 제선왕은 대략 50개이었고, 이제 등문공은 20대 후반의 젊은이이다. 따라서 이제 나이를 먹은 맹자의 입장에서는 등문공과의 해후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삼년지상은 공문의 특수한 주장으로서 결코 보편화된 사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등나라에서 그것을 행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등문공이 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결행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맹자의 의견을 진지하게 수용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인품의 깊이를 말해준다. 이 등나라의 삼년 국상은 맹자 및 공문(孔門)으로서는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는 위대한 승리의 사건이었다. 전국시대의 공리주의적 분위기에서 이것은 너무도 이례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등나라 또한 이러한 사건을 통하여 예의지국임을 만 방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젊은 등문공은 국군으로서 국내의 카리스마를 장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맹자는 도의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 등문공을 키워주기 위하여 이러한 계책을 제안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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