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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6. 미션 공지, 그리고 아이들의 재치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6. 미션 공지, 그리고 아이들의 재치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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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션 공지, 그리고 아이들의 재치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모두 낙동강 자전거 길에 도착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한시름 놓여진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고, 자전거 여행 동안에 아이들이 진행하게 될 미션을 고지했다.

 

 

드디어 낙동강 자전거 길에 도착했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맘이 놓이는 느낌이다.

 

 

 

개인 돈을 관리하라

 

첫째는 용돈 미션이다. 7일간의 여행 중에 쓸 수 있는 돈(21천원)을 주고 7일 동안 그 돈을 0원에 가깝게 써야 한다. 0원에 가장 가까운 사람 순으로 등수가 정해지고 상점을 받으며, 21천원 이상을 써서 -원이 되면 벌점을 받게 된다. 이 미션에서 상점을 받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이 얼마의 돈을 쓰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어야 하며, 둘째 7일이란 시간동안 얼마씩 나눠 써야 하는지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미션을 계획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아이들이 의외로 돈을 관리하거나 체계적으로 쓸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용돈이 넉넉하기에 그저 받는 그대로 쓰기에 바쁘고, 그도 아니면 그저 방치하다시피 하니 말이다. 돈을 체계적으로 모으거나, 계획하여 써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사회다. 그래서 한정된 돈을 써야 할 곳에, 그리고 계획에 맞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감각을 없다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먹잇감이 되기 쉽다. 교묘하게 카드와 같은, 대출과 같은 노림수로 사람을 노려 철저하게 이용해 먹기 때문이다. 카드 같은 것은 지금 당장 내 손엔 돈이 없지만, 은행이 정해준 한도 내에서 돈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소비를 유도한다. 그래서 흥청망청 쓸 수 있는 구조이지만, 실상 그건 언젠가 갚아야할 빚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체계적으로 소비를 하고 좀 의식적으로 고민하며 소비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지금은 이런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방법을 익히게 되길 바랐다. 하지만 어른들의 계획은 아이들에겐 장난거리가 될 뿐이다. 게임의 규칙을 하나하나 알려주자. 재욱이가 그러면 아예 돈을 펑펑 써서 집 한 채 사도 되겠네요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돈을 써서 마이너스가 될 경우 벌점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벌점이야 그까이꺼. 아예 팍팍 써서 이 기회에 사고 싶은 거 사야지라고 생각했으니, 룰에 갇히지 않는 창의성이라 해야 하려나 얍삽함이라 해야 하려나. ~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용돈 미션은 정해진 범위 내의 돈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보려 한 것이다.

 

 

 

하루 동안 리더가 되어라

 

둘째 미션도 그때 공지했다. 내일부터 하게 될 미션이지만, 미리 알고 있어야 혼선이 없기 때문에 바로 공지한 것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어떤 미션들을 해야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있고, 알찬 자전거 여행이 될까?’하는 부분이 고민이 되었다. 작년 도보여행 때도 중간 중간 미션을 진행하며 여행을 했기에, 작년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미션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일반적인 것들 외엔 생각나지 않더라. 그래서 아침에 오는 길에 경수 누나에게 아이디어가 없는지 물어보니, “각자가 돌아가며 리더를 해보고 그 역할에 대해 동료가 평가를 해 보는 건 어때?”라고 소스를 주더라. 그러고 보니 작년 도보여행 때 이틀 날 승빈이가 리더가 되어 명성황후 생가를 거쳐 부론면까지 우리를 인솔했던 기억이 났다. 막상 맡겨놓지 않아서 그렇지, 믿고 맡기면 알아서 잘 할 것이기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리더가 된다는 기본 뼈대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리더가 할 수 있는 권한을 정했다. 첫째, 지도를 보며 목적지까지 동료를 인솔한다. 둘째, 점심과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한다. 셋째, 규칙을 제정한다. 리더에 대한 평가는 동료들이 세 가지 항목으로 한다. 첫째 리더십을 평가한다.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인솔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둘째 친화력을 평가한다. 힘으로 억누르거나, 팀원들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항목을 두었다. 셋째 위기대처능력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잘 이끌 것인지, 만약 위기가 생겼을 땐 그걸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화시키고 보니 나름 괜찮은 미션이란 확신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좋은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다른 사람을 이끌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인데, 이 미션을 통해 각 학생들의 개인적인 역량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리더 미션은 말해주고 있다. 이미 시간은 3시가 넘었기에 오늘도 부산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역시나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어떤 정해진 룰 같은 걸 들으면 어떻게든 전복시키고 싶어 하고, 희화화시키고 싶어 하니 말이다. 이를 테면 담배꽁초 버리지 마라라고 말하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럼 던지는 건 되죠라고 맞받아친다. 그처럼 함께 의기투합하여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리더미션의 내용을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세는 그러면 우리 세 명이서 준영이 형이 리더를 할 때 말 안 듣고 뺀질거려 보는 건 어때?”라고 장난스레 말했기 때문이다. 용돈 미션을 이야기할 때 재욱이의 발언을 들었고, 리더 미션을 이야기할 때 현세의 발언을 들으니, 아직 아이들에겐 진지해야 할 상황조차 장난치고 싶은 상황으로 바꿔버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 여행에 대한 긴장이 있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장난처럼 맞받아침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진짜로 출발. 낙동강을 달려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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