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하 - 10. 두 가지 주도면밀함

 10. 두 가지 주도면밀함

 

 

7b-1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利)를 추구하는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흉년도 그를 죽일 수 없고, 덕(德)을 추구하는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사세(邪世, 사악한 세상)도 그를 어지럽힐 수 없다.” 7b-10. 孟子曰: “周于利者, 凶年不能殺; 周于德者, 邪世不能亂.”

 

원문의 격렬한 콘트라스트적인 의미맥락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의역을 하지 않고 직역을 하였다. 그런데 직역해놓고 보면 그 의미가 알듯 하면서도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포폄(褒貶)의 기준을 종잡기 어렵다.

 

우선 이익을 추구하는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흉년이 닥쳐도 미리 다 대비해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더 벌지언정 굶어죽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 땅에 전쟁 이 터진다 해도 오히려 그것을 활용하여 호황을 누리는 자가 있을 수도 있다. 쌩피 보는 것은 피동적인 대중일 뿐이다.

 

여기 문제는 ‘주우리(周于利)’와 ‘주우덕(周于德)’의 병치가 과연 양자를 다 긍정한 것인가 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일본의 존왕양이(尊王攘夷) 운동의 선구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오인(吉田松陰, 1830~59)은 이 구절을 해석하여 ‘앞 구절은 치국(治國)의 요(要)이고, 뒷 구절은 수신(修身)의 효(效)이며, 둘 다 맹자의 친절한 말’이라고 하였다. 둘 다 긍정한 것이다. 주희도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다산도 『맹자요의』 속에서 이 장을 취급하면서도 ‘주(周)’의 어의(語義)에 관한 해설만을 했다. ‘주(周)’는 조밀(稠密)한 것이며, 조밀하여 엉성하게 새는 것이 없는 것이라고만 훈을 달아놓았다[周者, 密也, 稠密無疏漏也]. 다산은 근원적으로 『맹자』라는 텍스트의 의미체계가 갖는 삶의 의미에 관한 천착이 없다.

 

박정희 유신체제가 너무도 강렬하게 민중탄압을 강행하고 있을 즈음, 함석헌 선생이 우리 집에 오셔서 이런 말을 하신 것을 내가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악인들은 악인들끼리 악을 실천하기 위하여 저토록 주도면밀하게 뭉치고 일을 계획하는데, 선인들은 선인들끼리 선을 실천하기 위하여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뭉치고 계획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슬프도다!’

 

『논어(論語)』(4-16)에도 ‘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 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을 해석하는 방식도 양자를 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눈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맹자에게 있어서 ‘주우리자(周于利者)’를 긍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오늘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꼬라지를 보면 동일한 느낌이 있다. 새누리당은 그들의 명분을 위해 그토록 잘 뭉치고 전문적으로 사업을 수행해나가는데, 민주통합당은 정의로운 명분을 위해 뭉치기는커녕 쌈박질만 하고 전문성이 없으며 흩어지기만 좋아하고 여론의 기대를 짓밟기만 하고 있다.

 

이 장을 해석하는 나의 최종적 입장은 이러하다. 덕을 쌓는 과정도 이제를 추구하는 과정 못지 않게 주도면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흉년이라 는 재해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악한 세상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하도록 덕을 주도면밀하게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인류 의 선에 대한 열망이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두 좌절만 하고 만다면, 그러한 희생이 주는 큰 의미도 있지만, 결국 덕(德)은 끊임없이 이제에 패배할 뿐이다. 가치론적으로는 양자가 동시에 긍정되지 않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양자가 동시에 긍정됨으로써 이제에 대비되는 덕(德)의 탁월함을 부각시킨 명언이라 할 것이다.

 

주부	술부	테마	필드	가치론	방법론
주우리자 周于利者	흉년불능살 凶年不能殺	리(利)	현실	나쁘다	주도면밀
주우덕자 周于德者	사세불능란 邪世不能亂	덕(德)	이상	좋다	같은 주도면밀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