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우물 안 개구리 같던 공손룡을 가르친 위모
公孫龍問於魏牟曰: “龍少學先王之道, 長而明仁義之行, 合同異, 離堅白, 然不然, 可不可, 困百家之知, 窮衆口之辯. 吾自以爲至達已.
今吾聞莊子之言, 茫然異之. 不知論之不及與? 知之弗若與? 今吾無所開吾喙, 敢問其方.”
公子牟隱機大息, 仰天而笑曰: “子獨不聞夫埳井之䵷乎? 謂東海之鱉曰: ‘吾樂與! 出跳梁乎井干之上, 入休乎缺甃之崖. 赴水則接腋持頤, 蹶泥則沒足滅跗. 還虷蟹與科斗, 莫吾能若也. 且夫擅一壑之水, 而跨跱埳井之樂, 此亦至矣. 夫子奚不時來入觀乎?’
東海之鱉左足未入, 而右膝已縶矣. 於是逡巡而卻, 告之海曰: ‘夫千里之遠, 不足以擧其大; 千仞之高, 不足以極其深. 禹之時, 十年九潦, 而水弗爲加益; 湯之時, 八年七旱, 而崖不爲加損. 夫不爲頃久推移, 不以多少進退者, 此亦東海之大樂也.’ 於是埳井之蛙聞之, 適適然驚, 規規然自失也.”
해석
公孫龍問於魏牟曰:
공손룡【공손룡(公孫龍): 조(趙)의 평원군(平原君)에게 벼슬한 학자. 혜시(惠施)와 함께 중국 고대 명가(名家:논리학파)의 대표적인 인물. 『公孫龍子』 6편이 현존(現存)하나 원저(原著) 그대로는 아닐 것임. 후인(後人)의 손이 가(加)해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이 위모【위모(魏牟): 장자의 고국(故國)인 송(宋)에 인접한 위(魏)나라의 공자(公子)이다. 위공자(魏公子) 모(牟)라고 일컬었는데 위나라가 중산(中山)을 벌득(伐得)해서 모(牟)를 여기에 책봉(冊封)하였기 때문에 중산공자(中山公子) 모(牟)라고도 불리웠음.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의 제자략(諸子略) 도가(道家)에 『公子牟 4篇』이 기록되어 있으나 지금은 없음.】에게 물었다.
“龍少學先王之道, 長而明仁義之行,
“저는 어려서 선왕의 도를 배웠고 장성하여선 인의의 행실을 밝혔으며
合同異, 離堅白,
같음과 다름을 합하였고 견고함과 흰 것을 나누었으며【합동이(合同異) 리견백(離堅白) : 물(物)의 동(同)과 이(異)를 조화시키거나 돌의 견(堅)과 백(白)을 변별시킴. ‘合同異’는 다른 것을 합해서 하나로 조화하는 궤변술(詭辯術)이고 ‘離堅白(이견백)’은 같은 것을 변별해서 다르다고 하는 궤변술인데, 예를 들어, “단단하고 흰 돌[堅白石]은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라고 하는 것이 堅과 白을 분리시키는 궤변이다. 『莊子』 가운데서 동이(同異)와 견백(堅白)이 함께 언급되고 있는 곳은 「騈拇」편 제1장‧「胠篋」편 제4장과 「天下」편이고, 堅白만은 「齊物論」편 제1장‧「德充符」편 제6장‧「天地」편 제9장에 보이고 合異는 「漁父」편에도 보인다. 합동이(合同異)는 주로 혜시파(惠施派)의 설(說)이고 이견백(離堅白)은 주로 공손룡파(公孫龍派)의 설(說)이라고 하는 것은 馮友蘭의 『中國哲學史』에서 시작하는 中國的인 이해이다.】
然不然, 可不可,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하고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하여
困百家之知, 窮衆口之辯.
여러 학파의 지식을 곤궁하게 했고 여러 사람의 변론을 궁색하게 함으로
吾自以爲至達已.
나는 스스로 지극히 통달하였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今吾聞莊子之言, 茫然異之.
이제 장자의 말씀을 듣고 보니 아득하고 괴이하여
不知論之不及與? 知之弗若與?
저의 논의가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앎이 같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今吾無所開吾喙, 敢問其方.”
이제 저는 저의 입을 열 수 없으니, 감히 그 방법을 묻겠습니다.”
公子牟隱機大息, 仰天而笑曰:
공자 모는 기미를 숨기고 크게 탄식하면서 하늘을 우러르고 웃으며 말했다.
“子獨不聞夫埳井之䵷乎?
“자네는 유독 저 우물의 개구리에 대해 듣지 못했는가?
謂東海之鱉曰: ‘吾樂與!
개구리가 동해의 자라에게 말했다네. ‘나는 즐겁기만 하구나.
出跳梁乎井干之上, 入休乎缺甃之崖.
나가선 우물가에서 뛰어놀고 들어와선 벽돌의 틈에서 쉰다네.
赴水則接腋持頤,
물에 들어가면 겨드랑이를 접고서 턱을 괴며
蹶泥則沒足滅跗.
진흙을 밟으면 발이 빠져 발등까지 잠기게 된다네.
還虷蟹與科斗, 莫吾能若也.
장구벌레와 게와 올챙이를 두루하는 것이 나와 같을 수는 없지.
且夫擅一壑之水, 而跨跱埳井之樂,
또한 한 우물의 물을 독차지하고 우물의 즐거움을 나만 즐긴다는 것【과치(跨跱) : 내 멋대로 함. 나 혼자만의 전유물로 한다는 뜻. 과(跨)는 올라탄다, 차지한다는 뜻이고 치(跱)는 우뚝 서다, 특출(特出)하다의 뜻. 이설(異說)이 많으며 모두 정확하지 않다.】은
此亦至矣. 夫子奚不時來入觀乎?’
이 또한 지극한 것이지. 그대는 어찌 이따금 들어와 보지 않는가?’
東海之鱉左足未入, 而右膝已縶矣.
동해의 자라는 왼발이 들어가기 전에 오른 무릎이 이미 걸렸다.
於是逡巡而卻, 告之海曰:
이에 머뭇거리다가 물러서 바다에 대해 말해줬다.
‘夫千里之遠, 不足以擧其大;
‘대체로 천리의 아득함으로 그 큼을 거론하기에 부족하고
千仞之高, 不足以極其深.
천 길이의 높이로도 깊음을 다하기에 부족하지.
禹之時, 十年九潦,
우임금 때에 10년에 9번 홍수가 났지만
而水弗爲加益;
물은 더 더해지지 않았고
湯之時, 八年七旱,
탕임금 때에 8년에 7번 가물었지만
而崖不爲加損.
절벽이 더해지거나 덜어지지 않았지.
夫不爲頃久推移,
무릇 시간 짧거나 길거나【경구(頃久): 시간이 짧고 오래 되는 것.】 수량이 달라지지 않고
不以多少進退者,
강우량의 많고 적음으로 물이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는 것,
此亦東海之大樂也.’
이것이 또한 동해의 크나큰 즐거움이네.’
於是埳井之蛙聞之, 適適然驚,
이에 우물 안 개구리는 그걸 듣고 안색이 변하며【적적연(適適然): 놀라서 안색이 변하는 모습이다.】 놀랐고
規規然自失也.”
정신이 나간 채【규규연(規規然) 깜짝 놀라서 얼이 빠진 모습이다.】 망연자실했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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