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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인로 - 산거(山居)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이인로 - 산거(山居)

건방진방랑자 2019. 2. 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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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살며

산거(山居)

 

이인로(李仁老)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東文選卷之十九

 

 

 

 

 

 

해석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봄은 갔으나 꽃은 여전히 있고 날씨 맑아도 골짜기 더욱 그늘졌네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두견새 대낮에 울어대니, 그제야 사는 곳 깊은 곳임을 깨달았네. 東文選卷之十九

 

 

해설

봄도 지각하는 후미진 곳, 산 높고 숲 짙어, 갠 날에도 그늘지는 어둑한 골짜기, 대낮에 울어 쌓는 두견새 소리를 들으면서야 비로소 자신의 살고 있는 곳이 무던히도 깊은 두메 산골임을 사무치게 느꺼워하고 있는 작자이다.

 

그러면서도 이 시의 표면상의 표정은,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어, 그저 대범스럽고 덤덤할 뿐이다. 그러나 보라. ‘()’의 여운에는 골의 깊이만큼이나 무슨 사연, 무슨 곡절, 무슨 한 같은 것이 함께 깊어져 있는 듯함을 느끼게 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작자의 가슴속에 항시 그늘져 있는 우수(憂愁)를 잠들지 못하게 일깨우고 있는, 저 밤을 이어 우는 한낮의 두견새 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촉나라 못 돌아감이 철천의 한이 되어 귀촉도(歸蜀道)를 되뇌인다는 원한의 새 두견이의, 그 슬픈 전설이며 청승맞은 가락 때문이리라.

 

조실부모(早失父母)하여 중에게서 길러졌다는, 이 혈혈한 삶이 어찌하여 불제자(佛弟子)로 영영 산사에 남지 못하고, 출세간(出世間)하여 속사(俗事)에 정을 붙였다가, 정란(鄭亂)에 쫓기어 다시 입산위승(入山爲僧), 그러나 난후에 또다시 환속(還俗)하는 기구한 역정(歷程)을 겪은 작자이다.

 

비록 철은 늦어도 꽃은 어둠 속의 등불인양 밝고, 지겨운 두견이지마는 울다 그치면 도로 울기 기다려지는 위안이기도 한 가운데, 그러나 속세에의 한 가닥 그리움을 못 잊는, 그 역설적인 감정을랑 ()’자 속에 아닌 보살로 감쪽같이 묻었지마는, 끝내 감추지 못한 몇 카락이 작자의 내밀한 속마음을 은근히 비춰내고 있는 것이다.

 

멀리 세상을 등지고, 철 늦은 꽃, 슬픈 새소리를 더불어, 산정(山頂)에서 산정으로 건너는 지겨운 하루하루의 해를 보내며 살고 있는, ()’의 허스키한 음감 속에 번민하는 삶의 한숨이 서려 있음을 어찌 아니랄 수 있으랴?

 

자족(自足)인 듯 자탄(自歎)인 이 ()’의 묘한 감정이 이 시의 주제를 시사해 주고 있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83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소화시평

우리 한시를 읽다

1119

수능 20년도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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