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니는 물고기
유어(游魚)
이규보(李奎報)
圉圉紅鱗沒復浮 人言得意好優游
細思片隙無閑睱 漁父方歸鷺又謀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三
해석
圉圉紅鱗沒復浮 어어홍린몰부부 | 비리비리한 붉은 물고기 물에 빠졌다가 다시 나타나니, |
人言得意好優游 인언득의호우유 | 사람들은 ‘뜻을 얻어 잘 노닌다’고 말하네. |
細思片隙無閑睱 세사편극무한하 | 곰곰이 생각하면 조금도 한가하지 못하니, |
漁父方歸鷺又謀 어부방귀로우모 | 어부가 곧 돌아가면 해오라기가 또 도모하려 하겠지. 『東國李相國全集』 卷第十三 |
해설
이 시는 겉으로는 유영(游泳)하고 있는 물고기의 생활을 읊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인간세계의 생존경쟁의 문제를 빗대고 있는 시이다.
시내에 파닥거리는 붉은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물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물고기가 아무런 걱정 없이 한가롭게 유영(游泳)하고 있다고 부러움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물고기들은 자기를 잡으려는 어부가 돌아가면 뒤이어 해오라기가 나타나 잡아먹으려고 하니 잠시도 한가로운 때가 없는 것이다.
보통 시인들이 물고기가 노니는 것을 보고 한가로움을 노래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규보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이규보가 중요시 여긴 신의(新意)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자(崔滋)는 『보한집(補閑集)』에서 “꾀꼬리를 읊은 시는 천근한 반면 물고기를 읊은 시는 웅심하다. 게다가 비흥의 아름다움까지 가지고 있어 물고기를 읊은 시가 단연 낫다[鶯詩淺近, 魚詩雄深, 且有比興之趣, 此爲絶勝].”고 평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86~18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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