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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16장 - 4. 귀신은 어디에도 있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16장 - 4. 귀신은 어디에도 있다

건방진방랑자 2021. 9. 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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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귀신은 어디에도 있다

 

 

 

존재를 나누고 죽음을 함께 해결한다

 

그리고 이 죽음의 해결방식에서 인간존재라는 절대적 개체를 설정하게 되면, 자꾸만 개인적 문제해결(indivisual solution)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해결, 중동문명의 경우에 그런 것이 있는데, 만약 존재 자체가 개인이 아니라 관계된 존재면 죽음 자체를 집단적인 해결(collected solution)을 합니다. 죽음을 같이 해결한다는 거지요. 가족 단위로 해결하거나 마을단위나 국가단위, 인류단위 등 죽음의 문제를 나 개인에게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집안의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여러 사람에게 공유(share)되면서 죽음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장례라는 것이 다 그런 의미예요. 죽음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 들게 되고 죽음을 축하해주고 그것이 후손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동양에서의 이러한 성격, 시간 안에서 집단적 문제해결로 나온 것이 바로 제사예요. 사실은 모든 종교는 제사로부터 출발합니다. 조상에 대한 제사(ancester worship)로부터 모든 종교는 출발한다는 것이 종교학의 대전제입니다.

 

나중에 초월신관이 나오게 되면서 좀 달라지는 면이 있긴 한데 귀신이라는 것이 귀신론(家神論)적인 견해다라고 말하는 것은 좀 잘못 본 것입니다. 그런 건 아니예요. 지금 세계 종교학이라는 것이 뭔가 근본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명료하게 이야기할 수가 없기는 한데, 자 다음을 봅시다.

 

 

 

 

 

바깥의 모든 세계는 내생명의 조건이다

 

여기서의 귀신에 대한 생각은 천지음양론적인 주자의 해석에 입각하여 보기보다는 상당히 소박한 귀신론으로 봅시다. 우리가 고스트(ghost)’라고 번역하는 귀신이라고 하는 말로 보자는 겁니다. 도깨비라고 해도 좋습니다. 귀신이라고 하는 말이 왜 동양인들에게 문제가 되는가 하면 물활론적(animistic) 세계관에 있어서는 무생물이란 게 있을 수가 없어요.

 

돌멩이 하나도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란 말이죠. 피가 났다가 혈소판들이 모여서 딱딱하게 굳으면 딱지가 앉습니다. 이 딱지는 꼭 쇠가 녹슨 것 같지요? 난 옛날에 이걸 밖에 있는 쇠랑 다른 것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의학을 공부하고 보니까 이게 같은 헤모글로빈-(hemoglobin-hem)’이예요. 철이 산화된 것이더라구요. 바깥의 쇠가 녹슨 것이나 피가 딱지가 져서 녹슨 쇠가 되어 있는 것이나 완벽하게 동일한 겁니다. 쇳물이 녹으면 철분이 식물 뿌리로 흡수되고 우리가 시금치를 먹던지 음식을 먹으면 그게 다 우리 몸속에서 쇠로 분해 되서 산화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산소랑 결합해서 우리 몸에 피를 공급해주는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저기 있는 돌멩이에 있는 쇠와 내 몸의 피 속에 있는 쇠가 같은 것이라고 할 때 쇠를 무생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의학공부를 하면서 철저하게 아니미스틱한 사상가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사실 무생물이란 없어요. 우리가 무생물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세계, 광물세계까지도 그건 생명의 조건입니다. 화이트헤드 같은 사람은 심지어 돌멩이도 의식이 있다고 하거든요. 물리학적으로 보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닌, 굉장히 빠른 액션의 체계들입니다. 엄청난 분자운동이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다 생각들이 있다는 겁니다. 단지 돌멩이는 의식의 단계가 너무 낮을 뿐이지요. 우리처럼 신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아무리 던져도 깨져도 아프지도 않고 어디 갈 생각도 안하고 판단력도 없단 말입니다. 그러나 의식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화이트헤드의 철학입니다. 돌멩이도 사고를 한다는 것,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예요. 현대 물리학적으로 말해서 돌멩이가 의식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귀신이라는 것이 어디든지 없을 수가 없어요. 귀신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모든 존재로부터 파생되는 신령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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