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김홍도의 풍속화 같던 이규상의 시
1. 이규상(李圭象) 시의 특징
1) 이규상이 시로 그린 그림은 정선의 그림이라기보다 김홍도의 속화(俗畫)를 닮음.
2) 강세황(姜世晃)의 『단원기(檀園記)』에선 “화가들은 각각 하나의 재능을 떨쳤지 다른 기예를 겸하지 않는다. 단원 김홍도는 우리나라 근세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하여 못 그리는 게 없었다. 인물과 산수, 불화와 꽃이나 과일그림, 새와 벌레와, 물고기와 게와 같은 것에 이르면 모두 오묘한 등급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러니 옛 사람에 비교하더라도 거의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이 우리 조선의 인물과 풍속을 잘 묘사했으니, 예를 들면 선비가 공부하는 모습, 상인들의 시장에 가는 모습, 나그네와 규방 아녀자의 모습, 농부와 길쌈하는 여인의 모습, 몇 겹의 방이나 여러 문이 모습, 황량한 산과 흐르는 물의 모습이 사물을 곡진하게 그려내 형용함이 어긋나질 않았으니 이것은 예전에 일찍이 없던 것이었다[古今畫家, 各擅一能, 未能兼工. 金君士能生於東方近時, 自幼治繪事, 無所不能. 至於人物山水, 仙佛花果, 禽蟲魚蟹, 皆入妙品. 比之於古人, 殆無可與爲抗者. 尤長於神仙花鳥, 已足鳴一世而傳後代. 尤善於摸寫我東人物風俗, 至若儒士之攻業, 商賈之趍市, 行旅閨闈, 農夫蠶女, 重房複戶, 荒山野水, 曲盡物態, 形容不爽, 此則古未嘗有也].”라며 단원을 평가했음.
3) 이규상은 『병세재언록(幷世才彦錄)』에서 18세 연하인 김홍도의 그림을 두고 “시속의 모습을 잘 그려 세상에 속화체(俗畫體)라 일컬어졌다”고 했는데 김홍도가 그림으로 그린 것을 이규상은 시로 그려냈던 갓임.
2. 이규상의 「인주요(仁州謠)」
仁州風俗似窮鄕 | 인천의 풍속이 궁벽진 시골 같아 |
不識靑雲有玉堂 | 청운의 옥당이 있다는 걸 모르네. |
女戴草囊男氈笠 | 아내는 광주리 이고 남편은 전립 쓰고, |
日生忙出蛤魚場 | 해 뜨자 바삐 조개 어장에 나가보네. |
編箔排椽截海橫 | 발을 엮고 서까래 늘어놓아 가로지른 바다 끊으니, |
重重圈作內中城 | 겹겹이 이은 안쪽은 내성 같구나. |
潮來潮去須臾後 | 조수 들락날락하니, 잠시 후 |
螺蟹魚蝦戢戢盈 | 소라, 게, 물고기, 새우가 꽉꽉 들어찼구나. |
童蛤淺埋大蛤深 | 어린 조개 얕은 곳에, 큰 조개 깊은 곳에 묻혀 |
絡蹄巢穴杳難尋 | 낙지가 숨은 구멍 까매 찾기 어렵네. |
浦娘競把尖鉤鐵 | 갯벌의 아낙들 경쟁하듯 날카로운 갈고리 잡고서 |
細掘融泥似捻針 | 갯벌 세밀하게 파내는데 바느질 하는 것 같구나. |
1) 개항 이전의 인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자료.
2) 서해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바닷가 마을의 모습을 아주 긴밀하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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