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남아 속세의 뜻을 펼치지 북산으론 다시 오지 마시게
북산이문(北山移文)
공덕장(孔德璋)
2. 관직에서 제 역할을 하던 주옹이여 다신 돌아오지 마시라
주옹이 관직으로 떠나자 북산의 텅 비었네
及其鳴騶入谷, 鶴書赴隴, 形馳魄散, 志變神動. 爾乃眉軒席次, 袂聳筵上, 焚芰製而裂荷衣, 抗塵容而走俗狀, 風雲悽其帶憤, 石泉咽而下愴, 望林巒而有失, 顧草木而如喪.
至其紐金章, 綰黑綬, 跨屬城之雄, 冠百里之首, 張英風於海甸, 馳妙譽於浙右, 道帙長擯, 法筵久埋. 敲扑諠囂, 犯其慮, 牒訴倥傯, 裝其懷, 琴歌旣斷, 酒賦無續, 常綢繆於結課, 每紛綸於折獄. 籠張趙於往圖, 架卓魯於前籙, 希蹤三輔豪, 馳聲九州牧.
使其高霞孤映, 明月獨擧, 靑松落陰, 白雲誰侶. 磵戶摧絶無與歸, 石逕荒凉徒延竚. 至於還颷入幕, 寫霧出楹, 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 昔聞投簪逸海岸, 今見解蘭縛塵纓.
다시 돌아오지 말고 속세에서 사시라
於是南獄獻嘲, 北隴騰笑, 列壑爭譏, 攢峰竦誚, 慨遊子之我欺, 悲無人以赴弔. 故其林慙無盡, 澗愧不歇, 秋桂遣風, 春蘿擺月, 騁西山之逸議, 馳東皐之素謁.
今乃促裝下邑, 浪栧上京, 雖情投於魏闕, 或假步於山扃. 豈可使芳杜厚顔, 薜荔無耻, 碧嶺再辱, 丹崖重滓, 塵遊躅於蕙路, 汚淥池以洗耳. 宜扃岫幌掩雲關, 斂輕霧藏鳴湍, 截來轅於谷口, 杜妄轡於郊端. 於是叢條瞋膽, 疊潁怒魄, 或飛柯以折輪, 乍低枝而掃迹, 請廻俗士駕. 爲君謝逋客.
▲ 석련 이공우, <서옥도(書屋圖)>, 종이에 수묵담채
해석
주옹이 관직으로 떠나자 북산의 텅 비었네
及其鳴騶入谷, 鶴書赴隴,
그러나 하인【명추(鳴騶) : 귀인(貴人)의 수레 앞에서 잡인(雜人)의 통행을 소리쳐서 금하는 기졸(騎卒)을 말한다】이 골짜기로 들어와 학두서(鶴頭書)【학서(鶴書): 임금이 은사(隱士)를 부르는 조서(詔書)를 학서(鶴書)라 하는데, 고대의 예서(隸書) 자체(字體)에 학두서(鶴頭書)라는 자체가 있는데, 임금이 은사를 부르는 데는 학두서(鶴頭書)를 쓴다】가 밭두둑에 들어오자
形馳魄散, 志變神動.
몸은 그곳으로 달려가고 백은 흩어졌으며 뜻은 변했고 정신은 동하였다.
爾乃眉軒席次, 袂聳筵上,
너는 곧 눈썹이 자리에서 치솟고 소매가 자리 위에서 솟구치며
焚芰製而裂荷衣,
마름으로 지어진 옷을 불태우고 연꽃으로 만든 옷을 찢고선
抗塵容而走俗狀,
속세의 위용을 들고 속세의 형상을 하고 달려가니
風雲悽其帶憤, 石泉咽而下愴,
바람과 구름이 쓸쓸하게 분노를 띠고 바위와 샘은 오열하며 흘러 슬퍼했으며
望林巒而有失, 顧草木而如喪.
숲과 산을 바라보니 실의한 듯했고 초목을 돌아보니 상심한 것 같았다.
至其紐金章, 綰黑綬,
금장을 차고 흑색 인수(印綬) 매고
跨屬城之雄, 冠百里之首,
속성의 큰 곳을 차지하고 백리의 우두머리를 되어
張英風於海甸, 馳妙譽於浙右,
꽃다운 기풍을 바다에 펼치고 오묘한 영예를 절우(浙右)에 달리게 하니
道帙長擯, 法筵久埋.
도가의 책이 길이 물리쳐졌고 불교의 자리가 오래도록 묻혀버렸다.
敲扑諠囂, 犯其慮,
죄인을 때리는 시끄러움이 생각을 범하고
牒訴倥傯, 裝其懷,
문서와 소송의 바쁨이 회포를 꾸며대니
琴歌旣斷, 酒賦無續,
거문고와 노래가 이미 끊기고 술과 시가 이어지지 않아
常綢繆於結課,
항상 고과(考課)에 꼼꼼하게 미리 준비하고
每紛綸於折獄.
매번 송사에 분주하였다.
籠張趙於往圖,
장창(張敞)과 조광한(趙廣漢)의 지난 도모함을 뛰어넘고
架卓魯於前籙,
탁무(卓茂)와 노공(魯恭)의 옛 장부를 능가하여
希蹤三輔豪, 馳聲九州牧.
자취가 삼보의 호걸한 이【삼보호(三輔豪): 도성(都城) 부근의 지방장관을 뜻한다. 한(漢) 나라 때 장안(長安) 부근에 경조윤(京兆尹)ㆍ좌풍익(左馮翊)ㆍ우부풍(右扶風)을 두었던 데서 온 말이다】를 바라고 명성은 구주【구주(九州): 중국을 말한다. 옛날 중국 전역을 9주로 나눴던 데에서 나온 말이다. 그 구분은 기록된 책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상서(尙書) 「우공(禹貢)」에서는 ‘아홉 주의 이름은 기(冀), 예(豫), 청(靑), 서(徐), 양(揚), 형(荊), 연(兗), 양(梁), 옹(雍)이다.’라고 했다】의 목사를 뒤쫓으려 한다.
使其高霞孤映, 明月獨擧,
그래서 높은 노을이 외롭게 비추고 밝은 달이 홀로 뜨며
靑松落陰, 白雲誰侶.
푸른 소나무는 져서 어두우니 흰 구름은 누구와 짝하랴.
磵戶摧絶無與歸,
산골짜기의 문은 꺾여져 돌아오질 않고
石逕荒凉徒延竚.
돌 길은 황량해져 다만 머뭇거린다.
至於還颷入幕, 寫霧出楹,
심지어 회오리바람이 장막으로 들어오고 쏟아진 안개가 기둥에서 나오니
蕙帳空兮夜鶴怨,
혜장【혜장(蕙帳) : 향기로운 혜초(蕙草)로 엮은 장막이라는 뜻으로, 은자(隱者)의 처소를 의미한다】은 텅 비어 밤 학은 원망하고
山人去兮曉猿驚.
산 사람 떠나 새벽 원숭이 놀라네.
昔聞投簪逸海岸,
옛날에 한(漢) 나라 소광(疏廣)이 화려한 비녀를 던지고 바다의 언덕에 은일했다는 걸 들었지만
今見解蘭縛塵纓.
지금은 주옹이 난초옷을 벗고 속세의 갓을 매는 걸 보는구나.
다시 돌아오지 말고 속세에서 사시라
於是南獄獻嘲, 北隴騰笑,
이에 남악은 조소를 드리고 북쪽의 언덕은 비웃음을 보내며
列壑爭譏, 攢峰竦誚,
나열된 골짜기가 다투어 기롱하고 모인 봉우리가 놀리듯 꾸짖어
慨遊子之我欺, 悲無人以赴弔.
유자인 주옹(周顒)이 우리를 속인 걸 개탄하고 조문에 올 사람이 없음을 슬퍼한다.
故其林慙無盡, 澗愧不歇,
그러므로 숲의 부끄러움이 끝없고 시내의 부끄럼이 쉬질 않으며
秋桂遣風, 春蘿擺月,
가을의 계수나무는 바람을 보내고 봄의 여라는 달을 흔들어
騁西山之逸議,
서산(首陽山)의 은일하려는 뜻을 펴고
馳東皐之素謁.
동쪽 언덕의 가난한 사귐을 알렸다.
今乃促裝下邑, 浪栧上京,
이제 곧 행장을 바삐 챙겨 읍에서 내려가 풍랑에 노 저어 상경하니
雖情投於魏闕, 或假步於山扃.
비록 마음은 궁궐에 두었지만 혹 잠시 산 입구에 걸어오련지.
豈可使芳杜厚顔, 薜荔無耻,
어찌 향긋한 두약으로 낱을 두껍게 하고 벽려로 하여금 부끄럼이 없게 하며
碧嶺再辱, 丹崖重滓,
푸른 고개를 다시 욕되게 하고 붉은 벼랑을 다시 때 묻게 해서
塵遊躅於蕙路, 汚淥池以洗耳.
속세의 노님으로 혜초의 길을 밟으며 맑은 연못을 귀를 씻어서 더렵히랴.
宜扃岫幌掩雲關,
마땅히 산의 휘장을 걸고 구름의 관문을 가리며
斂輕霧藏鳴湍,
가벼운 안개를 거두고 우는 여울을 감추어
截來轅於谷口,
주옹의 수레가 골짜기 입구에서 오는 걸 끊고
杜妄轡於郊端.
주옹의 말 고삐가 들판의 끝에서 망령됨을 막아야 한다.
於是叢條瞋膽, 疊潁怒魄,
이에 덤불진 가지가 부릅뜨고 보며 첩첩한 이삭이 화낸 넋으로 있고
或飛柯以折輪, 乍低枝而掃迹,
혹은 가지를 날려 수레를 꺾어버리고 잠깐 가지를 낮춰 자취를 쓸어버리니
請廻俗士駕.
청컨대 속세 선비들의 수레를 돌리시오.
爲君謝逋客.
그대를 위해 달아난 객인 주옹을 사절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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