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산에 은둔할 때 주옹은 완연히 은자 같았네
옛날의 은자처럼
鍾山之英, 草堂之靈, 馳煙驛路, 勒移山庭.
夫以耿介拔俗之標, 蕭洒出塵之想, 度白雪以方潔, 干靑雲而直上, 吾方知之矣.
若其亭亭物表, 皎皎霞外, 芥千金而不眄, 屣萬乘其如脫, 聞鳳吹於洛浦, 値薪歌於延瀨, 固亦有焉. 豈期始終參差, 蒼黃反覆, 淚翟子之悲, 慟朱公之哭. 乍廻迹以心染, 或先貞而後黷, 何其謬哉.
嗚呼, 尙生不存, 仲氏旣往, 山阿寂寥, 千載誰賞.
주옹의 겉모습과 속모습의 다름에 대해
世有周子, 雋俗之士. 旣文旣博, 亦玄亦史. 然而學遁東魯, 習隱南郭, 竊吹草堂, 濫巾北岳, 誘我松桂, 欺我雲壑, 雖假容於江皐, 乃纓情於好爵.
其始至也, 將欲排巢父, 拉許由, 傲百世, 蔑王侯, 風情張日, 霜氣橫秋, 或歎幽人長往, 或怨王孫不游, 談空空於釋部, 覈玄玄於道流, 務光何足比, 涓子不能儔.
해석
옛날의 은자처럼
鍾山之英, 草堂之靈,
종산(北山)의 영령(英靈)과 초당의 산신령(山神靈)이
馳煙驛路, 勒移山庭.
역로의 안개를 달리게 하여 산 뜰에 주옹(周顒)이 돌아오는 걸 막는 이문(移文)【이문(移文): 중국 한나라 때부터 있었던 공문서의 한 가지】을 새긴다.
夫以耿介拔俗之標,
대체로 은자는 밝은 절개로 속세에서 빼어난 의표와
蕭洒出塵之想,
맑고 깨끗하게 진세의 벗어난 기상으로
度白雪以方潔, 干靑雲而直上,
흰눈을 헤아려 깨끗함을 겨루고 푸른 구름을 범하여 곧장 올라가는 것을
吾方知之矣.
내가 시방 그것을 안다.
若其亭亭物表, 皎皎霞外,
예를 들면 사물의 바깥에서 우뚝하고 노을 바깥에서 희디 희며
芥千金而不眄, 屣萬乘其如脫,
천금을 작은 풀 취급하여 돌아보지 않고 만승의 지위조차 짚신으로 여겨 벗어버리듯 하여
聞鳳吹於洛浦, 値薪歌於延瀨,
봉황의 피리소리 낙포에서 듣고【문봉취어낙포(聞鳳吹於洛浦): 옛날 주영왕(周靈王)의 태자(太子)인 진(晉)은 젓대를 잘 불어 봉황의 울음소리를 내며 이수(伊水)와 낙수(洛水) 사이에서 놀다가 마침내 신선(神仙)이 되었다. 훗날에 왕자교(王子喬)라 불린다】 나무캐는 민요를 연뢰에서 만났으니【치신가어연뢰(値薪歌於延瀨): 진(晉,) 나라의 손등(孫登)이 소문산(蘇門山)에 은둔할 때, 연뢰(延瀨)에서 나무꾼을 만나 “그대는 이곳에서 이대로 일생을 마치겠는가?”라고 묻자, “성인(聖人)은 모든 상념(想念)을 버리고 도덕(道德)을 마음으로 삼는다고 한다. 내 무엇을 괴이하게 여기고 슬퍼하겠는가?”라고 대답한 다음 노래 두 편을 읊고 떠났다고 한다】,
固亦有焉.
진실로 또한 그러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豈期始終參差, 蒼黃反覆,
어찌 처음과 끝이 어긋나고 푸른색과 노란색이 반복되어
적자(墨翟)의 슬픔【적자지비(翟子之悲): 묵적(墨翟)은 흰 실이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사람의 심성(心性)도 본래는 선하지만 악에 물들기 쉽다고 생각하고 슬퍼했다】에 눈물 나게 하고 주공(楊朱)의 통곡【주공지곡(朱公之哭): 양주(楊朱)는 기로(岐路)를 보고는 사람의 마음도 이 길처럼 선악으로 갈라지만 다시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통곡했다】에 애통함을 기약하겠는가?
乍廻迹以心染, 或先貞而後黷,
잠깐 자취를 돌려 마음을 물들이고 혹은 먼젓 번엔 정결했지만 후엔 더러워졌으니
何其謬哉.
어째서 잘못된 것인가?
嗚呼, 尙生不存, 仲氏旣往,
아! 상생(尙長)이 생존해 있질 않고 중장씨(仲長統)는 이미 죽었으니
山阿寂寥, 千載誰賞.
산하는 적막해져 1000년동안 누가 감상했으랴?
주옹이 은둔할 땐 정말 은자 같았네
世有周子, 雋俗之士.
세상엔 주옹(周顒)이 있으니 준수한 속세의 선비다.
旣文旣博, 亦玄亦史.
이미 문채나고 이미 박식하며 또한 현묘한 이치를 알고 또한 역사에 능하다.
그러나 동노인 안합(顔闔)의 은둔을 배웠고 남곽자기(南郭子綦)의 은둔을 익혀
竊吹草堂, 濫巾北岳,
몰래 초당에서 젓대 불고【절취초당(竊吹草堂): 전국시대 제선왕(齊宣王)이 피리를 좋아하여 피리 부는 악사(樂師) 3백 명을 두었는데, 남곽자기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그 사이에 끼여 봉록을 받았다】 참람되어 북악에서 폭건(幅巾)을 쓰고【람건북악(濫巾北岳): 람건((濫巾)은 참람하게 은둔자의 두건인 폭건(幅巾)을 쓰는 것이다. 주옹은 예전에 북산에서 은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자신을 속였다는 말이다】
誘我松桂, 欺我雲壑,
우리의 소나무와 계수나무를 유혹하고 우리 구름과 골짜기를 속여
雖假容於江皐,
비록 강가와 언덕에 뜻이 있는 양 겉모습을 가식(假飾)하지만
乃纓情於好爵.
곧 실정은 좋은 벼슬에 매여 있다.
주옹이 처음에 북산에 이르렀을 적엔 장차 소보를 밀쳐내고 허유를 당겨
傲百世, 蔑王侯,
백 세조차도 오만히 보며 왕후를 멸시하여
風情張日, 霜氣橫秋,
바람 같은 정이 해에 퍼지고 서리 같은 기상이 가을에 비껴
或歎幽人長往,
혹은 은둔한 사람이 길이 사라졌음을 탄식하고
或怨王孫不游,
혹은 왕손이 노닐지 못함을 원망하면서
談空空於釋部, 覈玄玄於道流,
불교의 공공(空空)을 이야기하고 도가의 현현(玄玄)함을 따졌으니
務光何足比, 涓子不能儔.
무광【무광(務光): 하(夏) 나라 말기의 현자로 상(商) 나라 탕왕(湯王)이 천하를 사양했으나 받지 않고 도망 갔다】이라 할지라도 어찌 견줄 수 있겠는가? 연자【연자(涓子):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 나라의 은자(隱者)를 말한다】조차도 짝이 될 수 없는 것을.
인용
'산문놀이터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치규 - 북산이문(北山移文) (0) | 2020.08.21 |
---|---|
북산이문(北山移文) - 2. 관직에서 제 역할을 하던 주옹이여 다신 돌아오지 마시라 (0) | 2020.08.21 |
북산이문(北山移文) - 解說. 주옹에게 북산으로 다시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내다 (0) | 2020.08.20 |
제갈량 - 후출사표(後出師表) (0) | 2020.08.19 |
후출사표(後出師表) - 2. 정벌을 늦출 수 없는 두 가지 이유와 진인사(盡人事)의 다짐 (0) | 202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