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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워크숍 - 5. 뒤풀이에 울려 퍼진 대안학교의 교사의 애환 본문

연재/배움과 삶

독립출판 워크숍 - 5. 뒤풀이에 울려 퍼진 대안학교의 교사의 애환

건방진방랑자 2019. 6. 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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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뒤풀이에 울려 퍼진 대안학교의 교사의 애환

 

 

강의가 끝나고 강사님이 저번 주부터 말했던 대로 뒤풀이를 했다. 역시 강의의 묘미는 뒤풀이 아니겠는가. 강의는 이론을 배우는 자리지만 뒤풀이는 삶을 배우는 자리이니, 절대로 빠질 수가 없다(고 나는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뒤풀이에 참석하지 않고 가버렸다는 점이다. 어색하기에, 시간이 없기에, 할 일이 많기에 저마다의 사연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뒤풀이에 참석한 교사는 겨우 나를 포함해 네 명밖에 되지 않았고 센터장님을 포함해 센터 식구 3, 이진곤 강사님까지 총 8명이 함께 했다.

 

 

  이곳에서 우리의 뒷풀이는 시작됐다. 지금 시간 7시 22분. 

 

 

 

실패할지라도 일을 만들어서 하는 자세

 

이진곤 강사님은 대안학교에 대해 궁금하다며 폭풍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16년 차 교사이신 김의식 선생님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풀어서 얘기해줬다. 아무래도 대안학교는 학교별로 엄청난 편차가 있다 보니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과 각 학교의 교사들이 맡는 영역도 다채롭기에 함께 모여 무언가를 하기엔 힘들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며 이진곤 강사님은 모이긴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함께 모여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커리큘럼을 함께 만들어 간다면, 대안교육이란 좋은 뜻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될 거라 얘기해줬다.

그 말에 이어 and님도 평소부터 네트워크 학교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내고 싶었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반적인 직장인은 이미 하던 일만 하는 것도 벅차기에, 새로운 일을 선뜻 만들어서 하려하지 않는다. 아마 직장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렇게 복지부동하려는 마음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and님은 센터장님이 바로 옆에 계시는데도 불구하고 평소부터 하고 싶던 잡지 만들기에 대한 포부를 펼쳐냈다. 그 상황에서 재밌었던 점은 오히려 and님이 적극적으로 사업 제안을 하자 센터장님이 머뭇거렸다는 점이고, 강사님이 그 마음은 정말 좋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한 번 만들어보세요. 그 책이 나오면 대안교육이 훨씬 많이 알려질 거예요.”라고 힘을 실어주자 센터장님도 그제야 그럼 한 번 해보세요. 모든 지원은 아낌없이 할 거니깐요라고 했다는 점이다.

and님이 지금 했던 제안을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이 많아질지라도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던 것을 기탄없이 말할 수 있는 그 열정이 부러웠다.

 

 

센터장님과 함께 한 뒷풀이였는데 편해서 좋았다.  

 

 

 

힘내라, 힘내자!

 

그 말이 끝나자 대안학교 김의식 선생님은 후배 교사들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대안교육 운동이 시작된 지 25년이 지나며 나름 자리도 잡았지만, 그만큼 여전히 열악한 처우 속에 젊은 교사들의 희생만을 바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다.

1세대 대안교육 운동을 하던 세대들이 지금은 거의 교장급이 되었다. 그 분들은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가며 운동권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듯 희생적으로 만들어갔다. 그분들이 피와 땀 흘려 만들어 놓은 터전, 기반 위에 지금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분들 덕에 학교밖지원센터라는 곳이 만들어졌고, 대안학교 교사들의 인건비를 지원하도록, 대안학교 학생들의 점심비를 지원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워낙 재정자립도가 낮아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이 거의 되지 않았으며 그로인해 교사들의 장기적인 직업으로서의 메리트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김의식 선생님처럼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교사들이 빨리 빨리 교체되는 형편이다. 나는 단재학교에서 6년을 보냈는데, 이번 뒤풀이엔 많은 교사들이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어느덧 2번째로 장기간 근무한 교사가 되어버렸다. 나머지 한 분은 1년 반 정도 근무했으며, 다른 한 분은 이제 6개월차라고 밝혔으니 말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후배 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대안교육이 자리를 잡으며 좀 더 안정적인, 그러면서도 윤택한 환경이 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여전히 그건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예요.”라고 미안해했던 것이다. 그 말은 결국 모든 대안학교 선배교사들의 마음이자,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무거운 짐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음식을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었다. 이개 바로 뒷풀이의 맛.

 

 

그런데 이런 마음과는 별도로 이제 막 근무하기 시작한 두 분의 교사들은 밝고도 맑았다. 오히려 그렇게 미안해하는 선생님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전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환경이나 처지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처럼 선배교사들은 후배교사들을 끌어안아주려 하고, 후배교사들은 또 각자 맡겨진 일을 신나고 즐겁게 해나가는 모습이 대안교육의 저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날 모임은 7시에 시작하여 무려 1030분까지 이어졌다. 보통 이런 공부모임의 뒤풀이에 가면 가볍게 맥주 한 잔하고 짧으면 1시간에서 길면 2시간 정도 이어지다가 끝난다. 아무래도 어색한 사람들끼리 모여 얘기하려니 이야기 소재가 별로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오늘 뒤풀이에 올 때만 해도 짧게 끝나려니 예상했던 건데, 그건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만큼 함께 공감되는 얘기가 많았다는 뜻이고,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함께 얘기할 것들이 많았다는 뜻이리라. 기분 좋은 만남 뒤엔 여운도 긴 법이다. 긴 여운을 안으로 힘껏 페달을 밟아 한강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많은 과제를 안고 가지만, 어쨌든 집으로 향해 가는 길은 상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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