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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워크숍 - 7. 책의 편집엔 가독성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다 본문

연재/배움과 삶

독립출판 워크숍 - 7. 책의 편집엔 가독성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다

건방진방랑자 2019. 6. 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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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책의 편집엔 가독성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다

 

 

저번 주엔 뒷풀이를 하며 무려 3시간 30분간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래서인지 한 주 만에 보는데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갑기만 하더라. 함께 강의를 듣는 교사들과는 동병상련 같은 게 있고, 김진곤 강사님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실전연습을 하고 있다.  

 

 

 

인디자인은 배치 프로그램

 

오늘은 인디자인이란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줬다. 그렇지 않아도 김진곤 강사님은 여러 학원을 다니며 인디자인을 배웠다고 한다. 기본적인 작업부터 좀 더 전문적인 작업까지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우리에겐 딱 두 번의 강의동안 고갱이만 빼서 알려줄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인디자인은 글을 쓰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글과 사진을 배치하는 프로그램입니다라고 강조했는데, 그건 인디자인의 성격을 말함과 동시에, ‘지금부턴 자신의 글을 어떻게 배치하여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책을 보면서 책마다 본문이 배열되는 위치도 제각각이었으며, 사진이나 자료가 첨부되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제작자의 입장이 아닌 늘 독자의 입장에서만 책을 읽은 터라, 그런 부분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갖거나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열심히 알려주고 계시는 이진곤 강사님. 그 덕에 책을 다시 보게 됐다.    

 

 

 

책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편집 방향

 

이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두 권의 책이 스쳤다. 두 권 다 내용은 충분히 좋은데도 편집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인지 읽을 때 꽤나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2011년에 서현사에서 나온 불협화음론자 비고츠키 그 첫 번째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교육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비고츠키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늘 비고츠키는 삐아제와 비교당하기 일쑤고 단편적인 내용(ZPD나 사회적 구성주의와 같은 것들)으로 무너진 한국 교육을 일으켜 세울 이론을 제시한 사람정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비고츠키는 그런 기대와는 사뭇 다른, 그러면서도 더 깊은 통찰을 말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이 잘 읽히질 않는다는 것이다. 종이가 반들거려 텍스트에 집중하기가 힘들며, 2도 인쇄(검은 잉크와 빨간 잉크)가 되어 있는데 박동섭 교수가 중간 중간 덧붙이는 글을 빨간 박스 안에 넣어 편집하다보니, 산만해 보인다. 꼭 잡지를 읽을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그 당시엔 내용이 좋아서 꾸역꾸역 참고 읽기는 했는데, 그게 참 곤욕스런 일이어서 두 번은 읽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에듀니티에서 새롭게 편집된 책이 나와서 다행이다.

 

 

그래도 개정판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두 번째 책은 통나무 출판사에서 2010년에 나온 도올의 도마복음한글역주라는 책이다. 정경正經으로 인정된 66권은 진리의 글이라 인정받았지만, 그 외의 책들은 위경僞經으로 낙인 찍혀 늘 멸시와 오욕을 당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도마복음인데, 도올쌤은 바로 이 책을 역주하여 세상에 알린 것이다. 기독교를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마가 전하는 예수의 모습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문제작을 펼치고 하나하나 살펴볼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편집을 잘못했다는 데에 있다. 원래 이 글은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글이어서 한 주에 한 번씩 여행기 형식으로 실렸었다. 그러니 하나의 글이 신문 한 페이지에 실릴 분량이어야 한다. 도마복음도 성경처럼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런 상황이다 보니 한 장일지라도 좀 더 길게 역주한 부분은 2~3편의 글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신문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쉽게 납득이 된다. 그러나 책은 신문과는 다르기 때문에 한 장의 글을 모두 이어 붙여 편집하는 게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는 데 훨씬 좋다. 그런데 왜인지 편집자는 그걸 신문에 실린 방식 그대로 하나의 장을 여러 번 나누어 편집해버렸다. 그러니 같은 장을 여러 번 읽는 느낌이 들었고, 읽는 내내 그게 매우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진 그냥 봐왔지만, 이 안엔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다.  

 

 

 

편집엔 고민이 담겨 있다

 

이처럼 책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책을 대해 보니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송곳이란 웹툰에서 나온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명대사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입장이 바뀌면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나 배치까지 좀 더 다양한 부분이 보이며, 그에 따라 생각할 거리도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송곳]은 만화지만 노동교과서라 할 만하다. 이 책에서 송곳처럼 날카롭게 사용한 말을 좀 편안한 방식으로 차용해서 썼다. 

 

 

이 날 강의는 인디자인을 하나하나 따라해 가면서 기본기를 익혔다. 이미 다르다를 만들며 기본기를 익혀놓긴 했지만 주먹구구로 하던 걸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니 좋았고, 타이포그래피 운영에 대한 기본기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타이포그래피 운영의 실전팁은 바로 아래에 달아놓겠다.

 

 

타이포그래피 운영 실전팁

 

1. 국문과 영문을 같이 쓸 경우 영문의 크기에 0.5pt~1pt정도 키운다.

2. 명조체는 7pt 이하일 경우 잘 안 읽혀지니 그땐 고딕체를 써야 한다. 명조체와 함께 쓸 경우 명조체가 작아보이므로 0.5pt~1pt 정도 크기를 키워서 쓴다.

3. 8~10pt 정도는 10대 후반~30 성인 / 11~12pt 아동 또는 40대 이상의 성인

4. 각주나 그림을 설명하는 캡션은 본문보다 2pt 작게 써야 한다.

 

   

이로써 세 번째 강의마저 끝났다. 세 시간동안 진행된 강의는 순식간에 끝났고 어느덧 마지막 한 강의만을 남겨 놓게 됐다. 역시 뭐든지 거의 끝나갈 땐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일주일 동안 잘 지내다가 다음 주 마지막 강의 시간에 다들 봅시다.’라는 말을 속으로 하며 센터를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보는 한강은 언제나 평화롭고 여유 있기만 하다.  

 

 

목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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