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맺음말
이계(耳溪)는 과거사에서 애국 인물을 뽑아 입전한 『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을 제외하고, 모두 11개의 인물전을 창작하였다. 이계가 입전한 대상 인물은 개성과 계층이 다양한데, 이 작품 중 특히 「피재길소전(皮載吉小傳)」과 「침은조생광일전(針隱趙生光一傳)」은 의원전(醫員傳)에 해당된다.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전통적인 도덕규범 예컨대 충ㆍ효ㆍ열과는 애초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의원전’은 이조 호기 문인들의 인물전에서도 흔하지 않는 사례에 해당된다. 그런 점에서 이계가 의원을 비롯하여 여항의 세계에서 재예(才藝)를 지니고 그 나름의 가치 있는 특이한 삶을 살았던 인물을 주목한 자체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이미 알려진 바 있듯이 이조 후기 전의 입전 대상이 신선(神仙)ㆍ이인(異人)ㆍ거지ㆍ예인(藝人) 등이 새로운 입전 대상 인물로 부각되며, 입전 인물의 신분도 대개 상층 지배층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시기와 전혀 다른 새로운 변모 양상을 보여준다. 이계가 이러한 새로운 인물을 주목하여 입전한 것 역시 이러한 전사(傳史)의 역동적인 흐름에 적극 호응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이계의 전 작품이 『청구야담(靑邱野談)』에 6편이나 수록된 사실은 이계전의 독특한 작품성을 의미한다.
이계처럼 단일 작가가 의원을 위시하여 천주교 지도자 등 하층민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주목한 것은 동시기의 작가의 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뒤 세대 작가인 유재건과 같은 여항인으로 자기 계층의 인물을 입전한 사례를 제외하면 의원을 입전한 사례는 매우 드물며, 이계처럼 천주교 지도자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매우 희귀하다. 일단 이계가 입전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이계의 문학적 감수성과 특장의 일단을 살필 수 있다.
위에서 살핀 「피재길소전(皮載吉小傳)」은 소품이지만 민간의 의원에서 내의원의 침의에까지 오른 한 인물의 특이한 삶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있다. 또한 「침은조생광일전(針隱趙生光一傳)」은 침술로 시정간을 누비며 인술(仁術)을 베푼 진정한 의의(義醫)의 상을 감동적으로 형상하였다. 두 작품 모두 일화를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특정한 사건을 통해 인물의 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침은조생광일전(針隱趙生光一傳)」에서는 작가가 세 개의 일화를 배치하여 인술을 베푸는 민간의 영웅으로 조광일을 그려내고 있다.
이 두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이계가 당대의 탁월한 시인으로서는 물론 전작가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간 시인으로서만 주목받아 온 이계의 문학사적 자리매김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용
1. 머리말
3. 작품의 분석
2) 침술로 하층민에게 인술을 베푼 의의: 침은조생광일전
4.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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