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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교, 이계 홍양호의 의원전에 나타난 인물 형상 - 2. 이계전의 현황과 그 특징 본문

한문놀이터/논문

진재교, 이계 홍양호의 의원전에 나타난 인물 형상 - 2. 이계전의 현황과 그 특징

건방진방랑자 2022. 10. 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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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계전(耳溪傳)의 현황과 그 특징

 

 

이계(耳溪)는 민족의 고대사를 위시하여 임진병자 양 전쟁에 이르기까지 국란을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역사적 업적을 남긴 수다한 애국 인물을 입전하여 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을 창작한 바 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자료에 실려 있는 것을 토대로 편찬한 것인데, 주로 역사서에 실린 것과 개인 문집류(文集類), 그리고 실기류(實記類)를 비롯하여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엮은 것이다. 여기서 이미 전() 작가로서의 이계(耳溪)의 재능과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은 대개 전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품으로 옮겨 놓았다. 예컨대 이계는 삼국사기(三國史記)고려사(高麗史)의 열전을 근거로 약간의 윤색을 가한 경우도 있고, 개인문집이나 실기류라든가 더러 자신이 직접 견문한 것을 토대로 대상 인물을 입전한 경우도 있다. 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에서 이미 그의 서사수법과 서사를 교직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거니와, 여기서 전() 작가로서의 이계를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고(本稿)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을 제외하고, 이계가 직접 견문한 인물을 대상으로 입전한 11편의 인물전(人物傳)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우선 이계가 남긴 인물전의 현황을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작품 줄거리 대상 인물 비고
침은조생광일전
(針隱趙生光一傳)
하층민에게 인술을 베푼 한 의원을 입전 의원 이향견문록청구야담동야휘집에 실림
홍효자차기전
(洪孝子次奇傳)
어린 나이로 부모를 신원하여 살려내고 자신은 죽는 한 효자의 삶을 입전 효자 이향견문록청구야담동야휘집청야담수에 실림
장의사후건전
(張義士厚健傳)
병자호란시에 청나라를 타도할 모의를 하다가 발각되어 죽임을 당한 무인을 입전 무인 청구야담에 실림
청화이공양소전
(淸華李公陽昭傳)
태종과 동년생(同年生)이며 진사를 함께 한 고려 사처사(四處士)의 한 사람인 이양소(李陽昭)의 절의를 입전 고려(高麗)의 처사(處士) 청구야담에 전재
이처사몽리전
(李處士夢鯉傳)
역관 집안의 후예로 역관을 거부하고 경행(徑行)을 행한 여항인의 특이한 행적을 입전 여항인 완암집근재집에도 입전. 병세재언록에도 기술됨.
최필공전
(崔必恭傳)
여항인으로 천주교 지도자로 활동한 최필공의 배교와 순교의 삶의 이력을 입전 천주교 지도자  
피재길소전
(皮載吉小傳)
웅담(熊膽)으로 만든 고약으로 민간에 시험하고 급기야 임금의 종기를 낫게 한 의원의 처방과 삶을 입전 의원 청구야담이향견문록에 실림
부원수김장군경서전
(副元帥金將軍景瑞傳)
명청교체기(明淸交替期)에 청과 싸우다가 포로가 되자 항복하지 않고 죽임을 당한 무인의 절의를 입전 무인  
고려유신삼선생전
(高麗遺臣三先生傳)
고려의 유신(遺臣)인 조윤(趙胤)의 충절과 삶을 입전 처사  
풍림신의사규년전
(楓林申義士虬年傳)
무인이 의병장이 되어 왜적과 싸우다가 위장산(葦長山) 전투에서 전사 의병장  
의사수문장문기방전
(義士守門將文紀房傳)
임진전쟁시에 남원성을 사수한 수문장의 절의를 입전 수문장 청구야담이향견문록에 실림.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계는 이조 후기의 역사 공간에서 새롭게 부상한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입전하고 있다. 이계와 동시기의 작가들도 다양한 인물을 입전한 사례가 없지 않으나, 이계가 입전한 인물은 그 대상의 폭이 비교적 넓고, 당대에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 많다. 이계가 활동하던 뒤시기에 이옥(李鈺)이나 김려(金鑢)와 같은 작가들이 다양한 인물을 입전 대상으로 삼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계가 창작한 전작품을 이들과 비교하면 양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계가 창작한 11편의 전 작품은 동시기 작가에 비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그리고 이계가 입전한 인물로 그 계층이 다양할 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들을 두루 아우르고 있으며, 인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과 서술 태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위에 제시한 11편의 작품을 살펴보면 전통적 입전 대상인 효자ㆍ의병장ㆍ처사를 비롯하여 무인ㆍ여항인ㆍ수문장ㆍ의원ㆍ천주교 지도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당대의 새로운 인간형으로 주목받았던 인물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더욱이 홍차기홍차기는 풍산 홍씨로 홍인보의 아들인데, 이계와는 인척간이다. 홍차기는 사후 국가에서 정려질(旌閭秩)을 하사받았다. 순조 223월에 예조에서 각 식년에 서울과 지방에서 충()ㆍ효()ㆍ열()을 정부에 보고하면서 올린 효자 정려질에 홍차기의 이름이 들어 있다. 1795년 충주목사로 있던 이가환(李家煥)은 홍차기를 추모하여 비문(碑文)을 지어주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특히 홍차기의 행동과 아버지를 신원(伸寃)한 이야기는 당대는 물론 그 이후에도 널리 유포되어 시공을 넘어 회자되었던 것 같다.ㆍ이몽리이몽리는 영조 21년에 좌의정(左議政) 송인명(宋寅明)이 여염에 있는 이몽리(李夢鯉)의 효제(孝悌)와 지조(志操)를 칭송하면서 해당 관청에서 쌀과 고기를 내려 미풍양속(美風良俗)을 권장하도록 주청하자 영조가 이를 허락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영조실록61, 영조 21122일조 참조ㆍ최필공ㆍ피재길 등과 같은 인물은 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는 문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당대에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특이한 인간형이다.

 

이처럼 이계(耳溪)는 충ㆍ효의 규범적 인간형은 물론 당대의 새로운 인간 유형으로 떠오르는 인물들까지 두루 입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조후기의 공간에서 첨예한 정치 문제로 떠올랐던 천주교 지도자까지 입전한 사실은 대단히 시사적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새롭게 부상한 인물에 대한 이계의 인식의 폭은 물론, 그 자신 이조 후기 전의 변모에 적극 호응한 전 작가임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이계가 입전한 대상 인물로 의원(醫員)천주교 지도자를 주목한 사실은 특기할 점일 터, 이는 여느 작가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사례로 보인다. 이 시기 예인(藝人)ㆍ거지ㆍ과학자를 비롯하여 수다(數多)한 여항의 인간군상을 입전한 사례는 쉽게 만날 수 있으나, 의원과 천주교 지도자까지 다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의원을 입전 대상으로 한 경우, 유재건(劉在建)이 편찬한 이향견문록(異鄕見聞錄)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항의 작가가 자기 계층의 인물을 주목하여 입전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대부 문인들이 의원을 입전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특이한 사례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의원(醫員) 피재길(皮載吉)천주교 지도자 최필공(崔必恭)은 당대 정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대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주목을 요한다.

 

피재길은 무명의 민간의원에서 웅담고를 사용하여 정조의 종기를 낫게하고, 이를 계기로 일약 내의원(內醫院)의 침의(鍼醫)로 들어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정조의 사후, 사인(死因)에 연루되어 유배간 바 있거니와, 그는 의원의 신분으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

 

천주교 지도자 최필공은 정조의 천주교정책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닌 인물이다. 피재길이 정조의 사인과 관련하여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온 인물이라면, 최필공은 정조대에 가장 민감한 정치 문제였던 천주교 문제와 관련하여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그런 점에서 이계가 가장 민감한 당대의 정치적 자장 안에 있는 인물을 입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 서술 시각과 지향은 매우 문제적이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계전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경향은 전통적 입전의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사건 자체와 사건 속의 인물이 주는 흥미에 보다 큰 관심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계는 단순히 교화적 서술에 치중하지 않고, 사건 자체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서사로 교직하고, 현실 상황에서 일어난 문제적 사건을 사실대로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둘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서사방식은 전통적 인물전에서 볼 수 있는 입전의식에서의 도덕적 교화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침은조생광일전(針隱趙生光一傳)에서 이계는 하층민에게만 인술을 베풀고, 세리(勢利)를 위해 상층의 권귀(權貴)와 전혀 교유하지 않는 조광일의 일화를 서사에 넣어 교직하고 있다. 이계(耳溪)는 조광일의 독특한 삶과 인생관에 주목하여 서술하거니와, 이는 당대의 규범적 인간형과 다른 새로운 개성적 인간상의 포착을 의미한다. 조광일은 기존의 의원들로부터 일탈하여 그야말로 민들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인술을 펼침으로써 의인(義人)으로서의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계가 새로운 인간형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피재길소전(皮載吉小傳)최필공전(崔必恭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재길이 시정의 명의원으로 이름을 날리던 일과 침의(鍼醫)로 발탁된 사건, 그리고 최필공이 천주교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천주교를 배교(背敎)한 사건 등은 흥미롭게 읽혀지는 대목들이다.

 

이처사몽리전(李處士夢鯉傳)에서의 이몽리 역시 여항인(閭巷人)이면서 역관(譯官)이 되기를 거부하고 학문과 행실을 닦아 당대에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학문과 행실로 벼슬까지 제수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에 매진하고, 30세라는 짧은 나이로 생을 마친 특이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다. 이계는 이몽리의 삶에서 규범 밖의 인간모습을 발견하고 여기에 흥미를 가지고 입전하였던 것이다.

 

홍효자차기전(洪孝子次奇傳)은 전형적인 효자전(孝子傳)에 해된다. 하지만 이계는 홍차기의 행위를 전적으로 ()’라는 교화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서사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이계는 오히려 어린 나이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해 생면부지의 아버지 홍인보를 살려내는 사건 자체에 초점을 두어 서술하고 있다. 때문에 홍차기가 겪는 인간적 고난과 아버지를 신원(伸寃)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효자전의 면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흔히 효자전(孝子傳)’에서 발견되는 도덕적 규범 또한 쉽사리 감지되지 않는다. 여기서 이계는 사건 자체와 사건이 지니는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이를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입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도리어 도덕적 규범성과 교화적 의도가 약화되어 있다나머지 작품들은 외견상 충절(忠節)이라는 가치를 확인하는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 모두 이러한 가치지향에 전적으로 종속된 것은 아니다. 건국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특이한 인물인 이소양(李昭陽), 국란에 임해 이를 극복하는 사건을 서사로 교직하면서 명장이 아닌 무인과 하층민에서 애국 인물을 발견하여 입전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이들 작품들은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점에 치중한다는 것에서, 충절을 확인하려는 도덕적 규범성과 교화적 의식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다.. 이러한 이계의 서술의식에서 이조 후기 전의 변모상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계(耳溪)의 인물전은 청구야담(靑邱野談)이나 청야담수(靑野談藪)와 같은 후대 야담의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계의 전 작품이 어우야담(於于野談)이나 천예록(天倪錄)과 같은 전대의 필기(筆記)와 야담집 등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 보면 청구야담(靑邱野談)등에 수록된 작품들은 원출전이 이계의 전()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이계의 전 작품과 야담집의 서사를 비교하면 글자나 표현 등에서 부분적인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인 골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이 점에서도 이계의 전 작품이 후대 야담 성립에 적지 않게 기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계의 전은 청구야담(靑邱野談)6, 동야휘집(東野彙輯)2청야담수(靑野談藪)에 각 1편 등이 실려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조 후기 야담의 편저자들은 이계의 전에 흥미를 가지고 각 야담집에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계의 전은 각 야담집에 수용되면서 서사가 변개(變改)되기도 하지만, 거의 그대로 수용되는 경우도 있다. 청구야담(靑邱野談)의 경우, 일부 작품에서 특정 대목의 실사적(實事的) 기술(記述)을 약화시키는 반면, 구연방식(이야기 방식)으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논찬(論贊) 부분 역시 야담의 서사문법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야담의 편저자들이 이계의 전을 많이 수용한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특히 청구야담(靑邱野談)에서 이계의 인물전을 6편이나 수용한 것은 더욱 주목할 사안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계의 작품이 규범화(規範化)된 기존의 인물전과 달리 흥미롭고 작품성이 있음을 간접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용

목차 / 지도

1. 머리말

2. 이계전의 현황과 그 특징

3. 작품의 분석

1) 시정의 의원에서 어의로: 피재길소전

2) 침술로 하층민에게 인술을 베푼 의의: 침은조생광일전

4.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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