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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61. 은근한 마음을 스님에게 전한 동고의 시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61. 은근한 마음을 스님에게 전한 동고의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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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스님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 동고의 시

 

 

白雲涵影古溪寒 흰 구름의 그림자를 담아 놓으니 오래된 시내는 차고
和月時時上石壇 달과 때때로 석단에 오르네.
詩在山中自奇絶 시는 산 속에 있어야 절로 기이해지는데,
枉尋岐路太漫漫 잘못 갈림길을 찾아 너무나 오랫동안 헤매었네.

 

소화시평권하 61에 두 번째로 소개된 시는 동고의 시. 호음의 시는 스님 자체를 중심에 놓고 그를 인정해주는 말들로 가득 찬 반면에 동고의 시엔 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나오지 않는다. 즉 두 사람의 시는 접근부터 완벽히 달랐던 셈이고, 그 말은 곧 이 시를 쓰려했던 이유가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1구와 2구엔 스님에게 준 시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산 속 제단의 모습만 드러나고 있다. 1구 자체는 시내를 매우 환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내가 차가운 이유는 흰 구름을 한 가득 머금었기 때문이라 시적인 미감을 최대한 살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기조는 2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시적 화자는 때때로 제단에 올라가기도 했었나본데 그는 그때마다 달과 함께 제단에 올랐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배경이야 달이 두둥실 뜬 밤에 사부작사부작 걸어 제단에 오른 게 될 테지만, 표현으로 보자면 마치 달과 손을 맞잡고서 제단에 오른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왜 이렇게 1~2구를 환상적으로 그려내려 했던 것일까? 그건 결국 3구를 말하기 위해서였다. 3구를 위해 1~2구는 최대한 환상적으로 그러면서도 낭만적으로 묘사하며 3구의 의미를 최대한 증폭시킨 셈이다. 바로 1~2구와 같은 시구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도회지를 벗어난 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산에 가야지만 일상의 분주함, 인간사의 고뇌에서 벗어나 정감에서 우러나오는 시가 저절로 써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구까지야 잘 끌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4구에선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우선 내가 생각한 방식과 교수님이 얘기해준 방식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자.

 

枉尋岐路太漫漫
교수님
잘못 갈림길을 찾아 너무 멀고도 멀리 왔네 잘못 갈림길을 찾아 너무나 오랫동안 헤매었네.

 

얼핏 나의 해석이나 교수님의 해석을 읽어보면 뭐가 어떻게 다른 거지?’라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문자 그대로만 해석했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저렇게 해석한 이유를 들어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나는 시는 산 속에 있어야 제 맛이지라고 말했기 때문에 4구도 그런 연장선 상에서 봤다. , 시적 화자는 지금 산속에 있는 것이고 시가 절로 기이하게 잘 지어지다 보니 시를 짓느라 신경이 팔린 나머지 산길조차 잘못 들어 한참이나 멀리 왔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정도였다는 내용으로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은 완전히 다르게 본 것이다. 시적 화자는 산속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즉 갈림길에서 속세로 들어섰고 그 길에서 산엔 오지도 못한 채 오랫동안 헤매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를 왜 지어준 것일까? 그건 바로 우회적으로 오랫동안 스님을 찾아보질 못했는데, 나 스님 보러 가도 되나요?’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 맙소사.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이렇게 은근하게 할 줄이야. 이런 식의 비슷한 정조는 권상 109에 이달의 시에서도 볼 수 있는 정조다. 이달은 한 번도 절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이 시 면면에 흐르는 정서가 스님 보고 싶네요라는 정서이고 한 번 가도 되나요라고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노골적인 것보단 이런 은은함에 깊이가 있고 진심으로 느껴진다.

 

 

 

 

  이게 바로 구름이 담겨 차가워진 시냇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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