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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61. 조선과 불교, 선비와 불교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61. 조선과 불교, 선비와 불교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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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불교, 선비와 불교

 

 

고려와 조선을 나누는 기준점을 왕씨에서 이씨로 왕조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단순히 왕의 성씨가 바뀐 것만으로는 백성들에게 새 왕조에 대한 인식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 후반기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 하나로 모이도록 만든 건 송나라 때 주희에 의해 체계화되어 수입된 주자학(성리학)이라는 것이었고 그건 고려 후기 신진사대부에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이중에 일개 신진학자임에도 뭔가 고려라는 사회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한 명의 학자는 맹자의 무도한 임금은 그저 한 명의 외로운 사내(獨夫)에 불과하기에 죽이거나 갈아치우는 것도 가능하다(양혜왕6 / 양혜왕8고 임금이 초빙하여 말할 수 있게 된 자리에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고 혁명의 열기를 고조시키게 됐다. 그가 바로 조선의 실제적인 설계자인 삼봉 정도전이다. 삼봉의 혁명적인 열기에 고조된 모습을 김용옥 선생님은 그가 쓴 맹자, 사람의 길이란 책에서 매우 드라마틱하게 묘사해놓고 있다.

 

 

이미 진사시를 합격한 그는 맹자라는 신천지를 자유롭게 헤맬 수 있는 한문실력이 있었다. 몇 줄 읽어보았을 때 이미 그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제선왕과의 대화에 당도했을 때, 그의 가슴은 혁명의 꿈으로 메어터질 듯, 그 벅찬 신진 사류 젊은 날의 개혁의지를 감당키 어려웠을 것이다. 고려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다. 대형교회보다 더 큰 불교사찰의 농간에 썩었고, 미제국주의보다 더 오래되고 강력한 원나라식민지 타성으로 썩어 문드러졌고, 식민지체제에 빌붙어 착취만을 일삼는 탐관오리들의 폭정에 의하여 국민들의 민생은 처참하게 황폐화되었다.

-김용옥, 맹자, 사람의 길, 통나무출판사, 201~202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그걸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삼봉은 여러 사람들과 규합하여 조선이라는 새로운 세상(new world)을 만들었고, 이런 내용들은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에 잘 묘사되어 있다.

 

 

삼봉은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조선이 성립된 후 여러 글을 통해 유학적인 세계관을 만들려 고심했다.

 

 

, 고려와 조선을 나누는 분기점은 불교를 숭상하던, 그래서 불교에 의해 모든 사회규범이 짜여지고 일상의 문화까지 만들어지던 사회를 유교에 위한 사회로 재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불교를 성리학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책인 불씨잡변을 필두로 숭유억불(崇儒抑佛)’이란 탄압의 근거까지 마련하여 불교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국정의 방향을 세운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상황을 알고서 소화시평 권상 88 부석사의 선비화 논쟁을 보면 재밌는 부분이 드러난다. 선비화 논쟁을 촉발시킨 이황의 시를 보며 불교를 배척하는 유학자들은 퇴계 선생의 시는 불교를 비웃은 것이란 입장을 밝힌 데 반해, 불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유학자들은 퇴계 선생조차 불교를 인정한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고려 말기 불교의 폐단을 보며 혁명의 의지를 불태웠고 새로운 세상은 더 이상 불교의 허황된 혹세무민의 체계에 휘둘리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했지만 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지고 100년이 지났음에도 유학자들은 모두 다 정도전의 생각을 따르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미묘한 흐름들을 알아야 소화시평권하 61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이번 글은 선비들이 스님에게 준 4편의 시를 통해 선비들이 불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들은 스님에게 시를 써줄 수밖에 없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 서론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시를 읽어보며 그 의미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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