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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心似와 形似 - 2. 옛 것을 배우는 두 가지 방법 본문

책/한문(漢文)

心似와 形似 - 2. 옛 것을 배우는 두 가지 방법

건방진방랑자 2020. 3. 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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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옛 것을 배우는 두 가지 방법

 

 

 

어떻게 하면 새로우면서 예로울 수가 있을까? 어찌하면 본받지 않으면서 본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것이 옛것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당나라 유지기劉知幾사통史通』 「모의模擬에서 옛 것을 배우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모동심이貌同心異의 방법과 심동모이心同貌異의 방법이 그것이다.

 

 

대저 작자들이 위나라 이전에는 삼사三史를 많이들 본받았고, 나라 이래로는 오경五經 배우기를 즐겼다. 대저 사서史書의 글은 얕고 모방하기가 쉽지만, 경전經典의 글은 뜻이 깊고 모의하기가 어렵다. 이미 어렵고 쉬운 차이가 있고 보니 얻고 잃음 또한 달라지게 마련인 것이다.

대개 겉모습은 달라도 마음이 같은 것은 모의의 윗길 가는 것이고, 겉모습은 같지만 마음이 다른 것은 모의의 아랫길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두 모동심이貌同心異만을 좋아하고 심동모이心同貌異는 숭상치 아니하니 어찌된 것일까? 대개 안목이 밝지 않고 기호하는 것이 치우침이 많아 사사似史를 기뻐하며 진사眞史는 미워하기 때문이다.

大抵作者, 自魏已前, 多效三史; 從晉已降, 喜學五經. 夫史才文淺而易模, 經文意深而難擬; 旣難易有別, 故得失亦殊.

蓋貌異而心同者, 模擬之上也; 貌同而心異者, 模擬之下也. 然人皆好貌同而心異, 不尙貌異而心同者, 何哉? 蓋鑑識不明, 嗜愛多僻, 悅夫似史而憎夫眞史.

모동심이貌同心異는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속 내용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옛 책에서 베껴와 말투를 흉내내 겉모습의 비슷함은 얻었지만 그 정신의 실질은 갖추지 못한 경우이다. 심동모이心同貌異는 그 전달코자 하는 알맹이는 같지만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모동심이가 하급의 모방이라면, 심동모이는 상급의 모방이다. 뒷사람이 앞사람을 배우는 방법은 심동心同이어야지 모동貌同이어서는 안 된다. 연암식으로 말하면 심사心似라야지 형사形似로는 안 된다. 같기를 추구하면서도 똑같아서는 안 되며, 다름을 추구하되 실질은 다르지 않은, 이른바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진정한 닮음이란 껍데기에 있지 않다. 껍데기는 전혀 다른데도 알맹이는 같은 그런 닮음이라야 한다.

그런데 문화가 경박해질수록 모동심이貌同心異의 저급한 모방만이 판을 친다. 항상 새롭고 전과 다른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그거일 뿐이다. 영화도 댄스 뮤직도 만화도 다 그렇다. 요즘 서점에는 온통 제목에 몇 가지란 말이 들어간 책뿐이다. 하나가 인기를 끌면 말만 조금 바꾸거나, 겉치장만 조금 달리하여 내용과는 관계도 없이 그 비슷함에 편승한다. 이리로 우루루 몰려왔다가는 어느새 저리로 줄을 선다. 잠시도 쉴 새 없이 변화하지만 실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동심이貌同心異의 저급한 모방에 대해 홍길주洪吉周여인논문서與人論文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겉모습만 같아지려 하지 말아라. 그러면 정작 자신은 사라져 버린다.

 

 

 

오직 문장 또한 그러하다. 그 반드시 힘껏 빠르게 내달려 이르지 않은 곳이 없은 뒤에야 그 화려함을 없애 질박해지고, 그 맛을 죽여 담백하게 된다. 만약 처음부터 육경을 배운다면 그 자리에서 힘이 다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는 혈기가 방장한 사람이 스스로를 기르기를 늙은이가 앉고 눕는 것 같이하여 사람을 시켜 밥을 떠먹이게 하고 고기를 빻아 오게 하며 미음만을 마신다면 일 년이나 반년이 못가 지체가 약해져서 마침내는 고칠 수 없는 병이 든 사람이 되어 죽게 될 뿐이다. 이와 같은데도 스스로 나의 생활과 섭양이 아무 늙은이와 같으니 장수하는 것도 또한 마땅히 그 노인과 같을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을 옳다 하겠는가?

唯文章亦然. 其必馳騁奔軼, 無所不至而后, 乃泯其綵而樸, 去其味而淡. 若自始而學爲六經, 未有不居然而竭, 是猶血氣方壯之人, 自養如耆老坐臥, 使人扶飱搗肉, 吸糜粥, 不至一秊半秊, 肢體痿弱, 遂爲廢疾人而止耳. 如是而自以爲吾居養, 如某老, 壽亦當如某老, 其可乎哉!

나는 오래 살고 싶다. 그러니 80 노인의 섭양 방법을 그대로 따르면 80세까지는 살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가 하는 것처럼 사람을 시켜 밥을 떠먹이게 하고, 고기는 빻아와 먹고, 밥을 버려 미음만 먹었다. 그 결과 내가 얻은 것은 80 노인과 같이 오래도록 장수할 수 있는 건강이 아니라, 80 노인의 늙음 뿐이었다.

80 노인의 건강을 누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가 하는 대로 하지 말아라. 오히려 그가 나만 했을 때 어떻게 건강을 유지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더 낫다. 똑같이 하지 말아라. 똑같이 해서는 똑같이 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심동모이心同貌異의 방법이다. 심동모이의 모방은 시간을 뛰어넘고, 공간의 장애를 극복해낸다. 아득한 과거가 지금과 나란히 만나고, 지구 저편의 일이 바로 내 일로 된다. 이것이 바로 연암이 말하고 있는 심사心似.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0523~24

0922

카자흐스탄 여행기

침대에서 읽는 비고츠키

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2. 옛 것을 배우는 두 가지 방법

3. 제 목소리를 담아 문집을 지은 낙서야

4. 하늘이 저렇게 파란 데도

5. 유한준의 문집에 혹평을 날리다

6. 지금을 담아내자 말하던 유한준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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