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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心似와 形似 - 4. 하늘이 저렇게 파란 데도 본문

책/한문(漢文)

心似와 形似 - 4. 하늘이 저렇게 파란 데도

건방진방랑자 2020. 3. 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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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늘이 저렇게 파란 데도

 

 

다시 여기서 본편의 주제(心似形似)와 관련된 연암의 짧은 글 세 편을 함께 읽기로 하자.

 

 

마을의 꼬맹이가 천자문을 배우는데, 그 읽기 싫어함을 꾸짖자,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자는 푸르지가 않으니 그래서 읽기 싫어요!”라고 합디다. 이 아이의 총명함이 창힐이를 기죽일만 합니다.

里中孺子, 爲授千字文, 呵其厭讀, : ‘視天蒼蒼, 天字不碧, 是以厭耳.’ 此我聰明, 餒煞蒼頡.

전문이래야 34자에 불과한 엽서로, 답창애答蒼厓즉 창애蒼厓에게 답한 세 번째 편지이다. 마을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치는데, 꼬마 녀석 하나가 자꾸만 딴청을 한다. 화가 난 훈장이 이놈! 하고 야단을 치자 그 대답이 맹랑하다. “선생님! 저 하늘을 보면 저렇게 파랗기만 한데,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왜 맨날 하늘을 검다고만 한답니까? 그래서 읽기 싫어요.”

이 이야기를 소개한 후 연암은 시치미를 뚝 떼고 요 꼬마 녀석의 총명함이 글자 만든 창힐이를 기죽일 만하지 않습니까?”하고는 글을 맺어 버렸다. 무슨 뜻으로 보낸 편질까? 전후 사정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 요컨대 사물 보는 것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가슴의 진실에 입각해야지, 남들 하는 대로 머리로만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모두들 아무 의심 없이 관성적으로 읽어오던 천자문을 두고 꼬마는 처음부터 헛소리만 가르치는 것으로 여겨 그만 읽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고 말았던 것이다.

연암에게서 이 엽서를 받은 창애蒼厓는 연암 당대에 일세독보一世獨步의 문장으로 이름 높았던 유한준兪漢雋(1732-1811)의 호인데, 문맥으로 보아 연암은 뭔가 그에게 충고 비슷한 것을 던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한준은 진한고문秦漢古文에 문장의 모범을 두었던 형사形似 추구의 의고주의자였다. 심사心似를 추구했던 연암과는 젊어서부터 교유하였으나 문학에 대한 생각은 각기 판이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쳐 충돌하는 현장을 우리는 다음 글에서 다시금 목도하게 된다.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2. 옛 것을 배우는 두 가지 방법

3. 제 목소리를 담아 문집을 지은 낙서야

4. 하늘이 저렇게 파란 데도

5. 유한준의 문집에 혹평을 날리다

6. 지금을 담아내자 말하던 유한준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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