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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心似와 形似 - 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본문

책/한문(漢文)

心似와 形似 - 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건방진방랑자 2020. 3. 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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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는 진짜와 가짜, 같고 다름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암은 글의 처음을 방고倣古’, 즉 옛날을 모방하는 문제로 시작한다. 글을 짓는데 사람들은 자기의 말과 뜻으로 하지 않고 옛것을 모방하여 짓는다. 옛것을 모방함은 옛 사람과 거의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꼭 같게 하면 되는가? 그 결과 읽는 이가 이것이 옛글인지 지금 글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우리의 글쓰기는 성공한 것일까?

 

 

옛것을 본떠 글을 지음을 마치 거울이 형상을 비추듯 하면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좌우가 서로 반대로 되니 어찌 비슷함을 얻으리요. 그렇다면 물이 형체를 그려내듯 한다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말이 거꾸로 보이니 어찌 비슷하다 하리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할진대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한낮에는 난장이 땅달보[각주:1]가 되고, 저물녘에는 꺽다리 거인[각주:2]이 되니 어찌 비슷하다 하겠는가. 그림이 형체를 묘사하듯 한다면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길가는 자가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자는 소리가 없으니 어찌 비슷함을 얻겠는가.

倣古爲文, 如鏡之照形, 可謂似也歟? 曰左右相反, 惡得而似也; 如水之寫形, 可謂似也歟? 曰本末倒見, 惡得而似也; 如影之隨形, 可謂似也歟? 曰午陽則侏儒僬僥, 斜日則龍伯防風, 惡得而似也; 如畵之描形, 可謂似也歟? 曰行者不動, 語者無聲, 惡得而似也歟.

거울에 비추듯 하면 될까 싶어도,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왼손잡이다. 물 위에 어리는 모습은 항상 거꾸로 보이니 탈이고, 그림자는 해의 길이에 따라 난장이도 되었다가 꺽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림으로 꼭 같이 그린다 해도 그림 속의 나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이것들은 모두 즉 비슷하기는 해도 진짜는 아니다. 이와 같이 아무리 옛것을 흉내 내봐도 결국 비슷함에 그칠 뿐 종내 옛것은 될 수가 없다.

 

 

같아지려 닮으려 집착할 필요는 없다.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끝내 비슷함은 얻을 수가 없는 것일까? 말하기를 대저 어찌하여 비슷함을 구하는가? 비슷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진짜는 아닌 것이다. 천하에서 이른바 서로 같은 것을 두고 반드시 꼭 닮았다고 하고 구분하기 어려운 것을 또한 진짜 같다고 말한다. 대저 진짜 같다고 하고 꼭 닮았다고 말할 때에 그 말 속에는 가짜라는 것과 다르다는 뜻이 담겨 있다. 때문에 천하에는 이해하기 어려워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완전히 다른데도 서로 비슷한 것이 있다. 통역과 번역으로도 뜻을 통할 수가 있고, 전서篆書와 주문籒文, 예서隸書와 해서楷書로도 모두 문장을 이룰 수가 있다. 왜 그럴까? 다른 것은 겉모습이고, 같은 것은 마음이기 때문일 뿐이다. 이로 말미암아 보건데, 마음이 비슷한 것[心似]은 뜻이고, 겉모습이 비슷한 것[形似]은 피모皮毛일 뿐이다.

然則終不可得而似歟? 曰夫何求乎似也? 求似者, 非眞也. 天下之所謂相同者, 必稱酷肖, 難辨者, 亦曰逼眞. 夫語眞語肖之際, 假與異, 在其中矣. 故天下有難解而可學, 絶異而相似者. 鞮象寄譯, 可以通意, 篆籒隸楷, 皆能成文. 何則? 所異者形, 所同者心故耳. 繇是觀之, 心似者, 志意也, 形似者, 皮毛也.

그러면 어찌할까? 글쓰기를 그만 둘까? 곤혹스러워 하는 내게 연암은 이렇게 찔러 말한다. “! 진짜 같다. 정말 꼭 같다.” 이런 말들 속에는 이미 가짜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다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왜 비슷해지려 하는가? 을 추구하지 아니하고, ‘를 찾아 헤매는가? 비슷한 것은 이미 진짜가 아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그러니 비슷해지려 하지 말아라.

세상에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알고 보면 너무도 분명한 것들이 있다. 겉보기에는 하나도 같지 않은데 실제로는 꼭 같은 것도 있다. 모르는 외국어는 알아들을 수도 읽을 수도 없다. 한문으로만 된 연암의 원문은 모르는 이에겐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통역이 나서서 돕거나 번역을 통해 읽으면 큰 어려움 없이 의미가 통한다. 이것이 이른바 난해하지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문장도 전서篆書나 초서草書는 모양이 조금도 닮은 데가 없다. 그러나 담긴 의미는 서로 꼭 같다. 이것이 바로 완전히 다르지만 실제로는 같은 것이다.

우리의 글쓰기는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겉모습은 하나도 같지 않은데 담긴 뜻은 조금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거꾸로만 간다. 옛 사람의 정신은 저만치 놓아두고 겉모습만 그대로 본뜨려 한다. 그러니 겉모습이 같아지면 같아질수록 정신은 점점더 달라만 진다. 옛 사람과 비슷해지고 싶어서 옛 사람을 흉내냈는데, 그 결과는 옛 사람과 오히려 멀어지고 말았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여기서 연암은 다시 심사心似형사形似라는 두 개념을 이끌어낸다. 심사心似란 표현은 달라도 정신이 같은 것이고, 형사形似란 겉모습은 같지만 실질은 다른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외모는 꼭 같은데 사람은 영 딴판인 것이 형사이고, 겉모습은 전혀 다른데 마음가짐은 진실되이 바로 그 사람인 것은 심사이다. 형사는 결국 에 그치지만, 심사는 끝내 에 도달한다.

 

 

 

 

같아지려 닮으려 집착할 필요는 없다.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0523~24

0922

카자흐스탄 여행기

침대에서 읽는 비고츠키

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2. 옛 것을 배우는 두 가지 방법

3. 제 목소리를 담아 문집을 지은 낙서야

4. 하늘이 저렇게 파란 데도

5. 유한준의 문집에 혹평을 날리다

6. 지금을 담아내자 말하던 유한준의 아들

 

 

비슷하게 하면 할 수록 오히려 가짜가 되어 간다.     

  1. 주유侏儒는 난장이다. 초요僬僥는 중국에서 동족으로 40만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난장이 나라로, 그 나라 사람들은 키가 1자 5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열자列子』「탕문湯問」에 보인다. 『국어國語』「진어사晉語四」에는 “僬僥不可使擧, 侏儒不可使援”이라 했다. [본문으로]
  2. 용백龍伯은 고대 전설상의 거인국이니, 그 나라 사람들은 키가 30자나 되고 만 8천살을 살고 죽는다고 한다. 『열자列子』「탕문湯問」에 보인다. 방풍防風은 우禹임금 때 왕망씨汪芒氏의 추장 이름이나, 여기서는 엄청난 거인의 뜻으로 쓰였다. 『국어國語』「노어하魯語下」에 보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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