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시사에서 우뚝한 작품을 남긴 정지상과 이색
長嘯牧翁倚風磴 綠波添淚鄭知常
䧺豪豓逸難相下 偉丈夫前窈窕娘
余甞謂西京古今題詠, 只有二絶唱, 牧隱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鄭知常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此二詩而已. 我朝遂無繼響者
해석
長嘯牧翁倚風磴 장소목옹의풍등 | 바람 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읊조리던 목은과 |
綠波添淚鄭知常 록파첨루정지상 | 푸른 물결에 눈물 더한 정지상은 |
䧺豪豓逸難相下 영호염일난상하 | 웅장하지만 고운 시풍을 지녀 우열 가리기 어려우니 |
偉丈夫前窈窕娘 위장부전요조낭 | 위대한 장부 앞에 있는 요조숙녀 같다. |
余甞謂西京古今題詠,
나는 일찍이 평양에 대해 고금으로 제목을 붙여 시를 읊은 것 중에
只有二絶唱,
다만 두 절창이 있었으니,
牧隱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목은이 지은 「부벽루(浮碧樓)」의 아래 시구와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 길게 바람 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읊조리니, 산을 절로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는구나. |
鄭知常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정지상이 지은 「송인(送人)」의 아래 시구,
大同江水何時盡 | 대동강의 물은 언제나 마를꼬 |
別淚年年添綠波 |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 걸. |
此二詩而已.
이 두 편의 시일뿐이다.
我朝遂無繼響者.
우리 조선에선 마침내 울림을 계승한 사람이 없다.
해설
『동인논시(東人論詩)』는 우리나라의 시인들을 논한 것으로 위의 시는 그 가운데, 이색(李穡)과 정지상(鄭知常)에 관해 논한 부분이다.
이러한 시 형식은 두보(杜甫)의 「휘위육절(戱爲六絶)」에서 비롯되어 원호문(元好問)의 「논시(論詩)」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최치원(崔致遠)으로부터 김상헌(金尙憲)에 이르기까지 800여 년 동안 51명의 시인과 그들 작품의 특성에 대해 논한 것이다. 위의 시는 이색(李穡)이 지은 「부벽루(浮碧樓)」시의 일부분인 “길게 휘파람 불고 돌계단에 기대자니[長嘯倚風磴], 산은 푸르고 강물은 흘러가네[山靑江自流].”와 정지상(鄭知常)이 지은 「송인(送人)」시의 일부분인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르려는지[大同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강물에 더해지네[別淚年年添綠波].”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색(李穡)의 호일(豪逸)과 정지상(鄭知常)의 염일(艶逸)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비유하자면 늠름한 대장부 앞에 요조숙녀가 수줍게 서 있는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시의 끝에, “내가 일찍이 말하기를, ‘서경의 고금 제영 중에 다만 두 사람의 절창을 얻었는데, 목은의 ……와 정지상의 …… 이 두 시뿐이다. 우리 조선에서도 마침내 이어 지을 자가 없다.’라 하였다[余甞謂西京古今題詠, 只有二絶唱, 牧隱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鄭知常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此二詩而已. 我朝遂無繼響者].”라 주(注)를 달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45~34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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