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보내며
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 비 그친 긴 둑에 풀빛 짙은데 |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 그대 보낸 남포엔 슬픈 노래 흐르네. |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의 물은 언제나 마를꼬 |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 걸. 『東文選』 卷之十九 |
해설
이 시는 고려시대 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개경에 가서 유학하기 이전 평양에 살 때 지은 작품이며, 송별시로 당시부터 널리 읽혀 왔다.
첫 구는 이별하는 장소의 경물 묘사로, 비 온 뒤에 한결 더 푸른 풀빛이 이별의 서정과 조화를 이루면서 詩想(시상)을 이끈다. 비가 개인 강둑이라는 공간과 풀빛이 짙어져 가는 화려한 봄을 그려 내어, 다음 구(句)의 이별의 정황과 대비시키고 있다.
제2구에서는 슬픈 노래가 ‘움직인다[動]’는 표현에서 시인이 시어 사용에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의 묘미는 3, 4구인데, 기발한 착상으로 이별의 정이 극한에 이르렀음을 잘 표현하여 많은 사람이 애송하였다. 대동강은 많은 사람들이 이별하는 장소로 자신의 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시에 대해 신광수(申光洙)는 「관서악부(關西樂府)」에서 “남포에서 임을 보낸 그 옛날 노래 있어, 천년 절창은 정시상이네[當日送君南浦曲, 千年絶唱鄭知常].”라고 노래했다.
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서는 마지막 구절에 대해 “사간 정지상(鄭知常)의 「대동강(大同江)」 시에 ……라고 하였다. 연남 사람인 홍재가 일찍이 이 시를 베끼다가 ‘푸른 물결 넘쳐나네.’라고 하였는데, 익재 이제현(李齊賢)이 작(作)과 창(漲) 두 글자는 모두 그다지 원만하니 않으니 이것은 마땅히 푸른 물결 더하네[添綠波]라고 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나의 좁은 견해로 보건대 정지상은 體를 잘 썼다. 또 두보의 「봉시고상시」에 ‘하늘가 봄빛 더디 지는 해를 재촉하고, 이별의 눈물 널리 비단 물결에 더해지네.’라고 하였으니, 첨작파(添作波)라는 시어는 크게 본래의 운치를 지니고 있고, 또 유래한 곳도 있으나, 막상 정시상이 쓴 시의 원고를 구해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鄭司諫大同江詩,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作波.’ 燕南洪載嘗寫此詩曰: ‘漲綠波.’ 益齋先生曰: ‘作漲二字皆未圓. 當是添綠波耳.’ 以予謏見. 此老好用拗體. 又少陵「奉寄高常侍」詩, ‘有天涯春色催遲暮, 別淚遙添錦水波.’ 添作波之語, 大有本家風韻, 又有來處, 恨不得見本蒿耳].” 라고 말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65~6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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