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양ㆍ하경명ㆍ이반룡ㆍ왕세정, 네 명의 명나라 시를 평가하다
명사가시선서(明四家詩選序)
허균(許筠)
한시의 표절을 비판하다
明人作詩者, 輒曰: “吾盛唐也, 吾李ㆍ杜也, 吾六朝也, 吾漢魏也.” 自相標榜, 皆以爲可主文盟.
以余觀之, 或剽其語, 或襲其意, 俱不免屋下架屋, 而誇以自大, 其不幾於夜郞王耶.
모방하는 자의 병폐
弘正之間, 光嶽氣全, 俊民蔚興, 時則北地, 李夢陽, 立幟; 信陽, 何景明, 嗣筏, 鏗鏘炳烺, 殆與李唐之盛, 爭其銖累, 詎不韙哉.
流風相尙, 天下靡然, 遂有體無完膚之誚, 是模擬者之過也, 奚病於作者.
명나라 한시계의 뛰어난 작가
歷下生, 李攀龍, 以卓犖踔厲之才, 鵲起而振之. 吳郡, 王世貞, 遂繼以代興, 岳峙中原, 傲倪千古, 直與漢兩司馬爭衡於百代之下, 吁亦异哉.
之四鉅公, 實天畀之以才, 使鳴我明之盛. 其所制作, 具參造化, 足以耀後來而軼前人, 夫豈與標榜竊襲者, 幷指而枚屈哉.
명나라 사가 하경명ㆍ이몽양ㆍ이반룡ㆍ왕세정
仲默之詩, 暢而麗, 雖病於蹈擬. 而出入六朝ㆍ李ㆍ杜, 藻葩可愛, 獻吉雄力捭闔, 雖專出少陵, 而滔滔莽莽, 氣自昌大, 二君在唐, 其亦開天間名家哉.
于鱗峭拔淸壯, 論者以岷峨積雪方之, 殆足當矣. 『古樂府』, 不免臨摹, 而數千年來, 人無敢效者, 于鱗獨肖之, 卽其所言擬議以成變化者, 爲非誣矣. 五言破的, 眞沈ㆍ宋之淸勁者也
至於元美, 大海汪洋, 蘊蓄至鉅, 雖間或格墜近世, 而包含萬代, 囊括百氏, 俯取三家, 以鞭弭驅役之, 比之武事, 其霸王之戰鉅鹿也歟.
卽此四家而觀之, 則明之詩可以盡之.
이 시집의 특징
余所取四家詩凡千三百篇, 卷凡二十四, 其昌穀, 徐禎卿, 庭實, 邊貢, 明卿, 吳國倫, 子與, 徐中行, 諸人之作, 亦可備藥籠之收, 卒卒無暇, 請俟異日. 『惺所覆瓿稿』4, 文部一
해석
한시의 표절을 비판하다
명나라 사람 중 시 짓는 사람들은 갑자기 말한다. “나는 성당의 시를 짓는다, 나는 이백과 두보의 시를 짓는다,
吾六朝也, 吾漢魏也.”
나는 육조의 시를 짓는다, 나는 한위의 시를 짓는다.”
自相標榜, 皆以爲可主文盟.
스스로 서로들 표방하며 모두가 문단 동맹의 주인이 될 만하다고 여긴다.
以余觀之, 或剽其語, 或襲其意,
내가 그 시를 보니 혹은 그 말을 표절하고 혹은 그 뜻을 답습하여
俱不免屋下架屋, 而誇以自大,
모두가 집 아래에 집을 얽어 만듦을 피하지 못하면서도 과장되게 스스로 위대하게 여기니,
其不幾於夜郞王耶.
오랑캐의 야랑왕(夜郞王)【야랑(夜郞)은 오랑캐 나라 이름. 그 나라 왕은 스스로 제 나라가 가장 큰 체하였다】에 가까운 게 아니겠는가.
모방하는 자의 병폐
弘正之間, 光嶽氣全, 俊民蔚興,
홍정(弘正)【명 효종의 연호인 홍치(弘治)와 무종(武宗)의 연호인 정덕(正德)을 약칭한 것임】 연간에 천지【광악(光嶽): 삼광(三光) 즉 일(日)ㆍ월(月)ㆍ성(星)과 오악(五嶽)을 줄인 말로, 천지(天地)를 뜻한다】의 기가 온전해지고 준걸한 백성들이 아울러 일어나니
時則北地, 李夢陽, 立幟;
이때에 북지(北地)에서 이몽양이 깃발을 세우고
信陽, 何景明, 嗣筏,
신양(信陽)에서 하경명이 뗏목을 이어
鏗鏘炳烺, 殆與李唐之盛,
쟁쟁 울리며 밝게 빛내니 거의 당나라의 성대함과 함께
爭其銖累, 詎不韙哉.
눈금을 쌓는 걸 다툴 만했으니, 어찌 바른 말이 아니겠는가.
流風相尙, 天下靡然,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 서로 숭상하여 천하가 한 방향으로 쏠려
遂有體無完膚之誚,
마침내는 몸에 온전한 살갗이 없다는 나무람이 있었으니,
是模擬者之過也, 奚病於作者.
이것은 모의하는 자들의 잘못이지 어찌 작가의 병폐이겠는가.
명나라 한시계의 뛰어난 작가
歷下生, 李攀龍, 以卓犖踔厲之才,
역하생 이반룡은 탁월하고 우뚝하며 뛰어난 재주로
鵲起而振之.
명성이 까치처럼 일어나 한 세상을 떨쳤다.
吳郡, 王世貞, 遂繼以代興,
오군 왕세정이 마침내 대를 이어 일어나
岳峙中原, 傲倪千古,
중원에 산악처럼 솟아나 천고를 흘겨보며
直與漢兩司馬爭衡於百代之下,
바로 한나라의 사마천과 사마상여【양사마(兩司馬): 한(漢)의 사마상여(司馬相如)와 사마천(司馬遷)】와 함께 백대 이후의 저울을 다툴 만했으니,
吁亦异哉.
아! 또한 특이하구나.
之四鉅公, 實天畀之以才,
이몽양ㆍ하경명ㆍ이반룡ㆍ왕세정 네 명의 사람들은 실제로 하늘이 재주를 부여하여
使鳴我明之盛.
우리 명나라의 성대함을 울리게 하였다.
其所制作, 具參造化,
그들이 지어낸 작품들이 모두 조화에 참여하여
足以耀後來而軼前人,
훗날 오는 사람을 빛나게 할 만했고 전시대의 사람을 교체할 만했으니,
夫豈與標榜竊襲者, 幷指而枚屈哉.
대체로 어찌 표방하고 표절하며 답습한 사람들과 아울러 지적하며 낱낱이 굽히게 하랴.
명나라 사가 하경명ㆍ이몽양ㆍ이반룡ㆍ왕세정
仲默之詩, 暢而麗,
중묵【중묵(仲黙): 명(明) 하경명(何景明)의 자(字)】 하경명의 시는 밝고 화려하여
雖病於蹈擬. 而出入六朝ㆍ李ㆍ杜,
비록 답습했다는 병폐가 있지만 육조와 이백과 두보에 출입하여
藻葩可愛,
꽃송이처럼 사랑할 만하고
獻吉雄力捭闔, 雖專出少陵,
헌길【헌길(獻吉): 명(明) 이몽양(李夢陽)의 자(字)】 이몽양은 웅장한 힘으로 열고 닫음이 비록 온전히 소릉 두보에게 나왔지만
而滔滔莽莽, 氣自昌大,
넘실거리고 아득하여 기가 절로 아득히 위대하니,
二君在唐, 其亦開天間名家哉.
이 두 사람은 당나라에 있어서 또한 개천(開天)【당현종(唐玄宗)의 연호인 개원(開元)과 천보(天寶) 연간의 명가(名家)】의 이름난 문장가로다.
于鱗峭拔淸壯, 論者以岷峨積雪方之,
우린 이반룡은 우뚝하게 빼어나며 맑고도 장엄해 민산과 아미산【민아산(岷峨山): 민산(岷山)과 아미산(峨眉山)을 말하며 여기서는 높고 우뚝함을 말한 것이다. 『周書』 「靜帝紀」에 “비록 민산과 아미산이라도 손을 쓰기만 하면 능탈할 위엄을 지니었다.” 하였다】에 눈이 쌓인 것과 견주니,
殆足當矣.
거의 합당하다 할 만하다.
『古樂府』, 不免臨摹,
『고악부』【서명(書名). 10권으로 되어 있으며 원(元)의 좌극명(左克明)이 편집한 것이다. 고악부사(古樂府詞)를 나누어 고가요(古歌謠)ㆍ고취곡(鼓吹曲)ㆍ횡취곡(橫吹曲)ㆍ상화곡(相和曲)ㆍ청상곡(淸商曲)ㆍ무곡(舞曲)ㆍ금곡(琴曲)ㆍ잡곡(雜曲)의 8곡으로 편집하였다. 『四庫提要 集 總集類』】는 모방함을 피하진 못했지만,
而數千年來, 人無敢效者,
수천 년 이래의 사람들 중 감히 본받은 사람이 없었지만
于鱗獨肖之, 卽其所言擬議以成變化者, 爲非誣矣.
우린이 홀로 본받았으니 곧 말했던 ‘내용을 본떠서 변화를 이룬다[擬議以成變化].’는 것이 허무한 건 아니다.
五言破的, 眞沈ㆍ宋之淸勁者也.
오언시로 율법에 맞는 것【파적(破的): 과녁에 적중시키는 것으로서 말과 글이 이치에 꼭 들어맞는 것을 말한다】은 참으로 심전기(沈佺期)나 송지문(宋之問)의 맑고도 굳센 것과 같았다.
至於元美, 大海汪洋,
원미 왕세정에 이르러 대해가 넘실거리고
蘊蓄至鉅, 雖間或格墜近世,
온축된 것이 지극히 커서 비록 간혹 격이 요즘 것으로 실추되기도 하지만
而包含萬代, 囊括百氏,
만대를 포함하고 온 작가를 포괄하며
俯取三家, 以鞭弭驅役之,
삼가를 굽어 취하며 채찍과 활로 몰아붙였으니
比之武事, 其霸王之戰鉅鹿也歟.
무사에 비교한다면 초패왕 항우가 거록에서 싸운 것과 같음이로다.
卽此四家而觀之, 則明之詩可以盡之.
이 네 명의 문장가에 나아가 보면 명나라 시는 극진하였다 할 만하다.
이 시집의 특징
余所取四家詩凡千三百篇, 卷凡二十四,
내가 모은 네 명의 문장가 시는 모두 1,300편으로 책은 모두 24권이고
其昌穀, 徐禎卿, 庭實, 邊貢, 明卿, 吳國倫, 子與, 徐中行, 諸人之作,
창곡 서정경과 정실 변공과 명경 오국륜과 자여 서중행 등의 여러 작품들도
亦可備藥籠之收, 卒卒無暇, 請俟異日. 『惺所覆瓿稿』4, 文部一
또한 인재【약롱(藥籠): 약을 담아 두는 조롱인데 인재를 비축해 두는 곳을 뜻한다. 당(唐)나라 원행충(元行沖)이 적인걸(狄仁傑)에게 “아랫사람의 일은, 비유하자면 부유한 집에 온갖 먹을 것을 비축하여 음식을 공급하고 온갖 약초를 마련하여 질병에 대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하(門下)에게는 맛있는 음식은 가득하니, 소인은 하나의 약석(藥石)이나 되고자 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니, 적인걸이 “자네는 바로 나의 약롱 안의 물건이니,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된다.” 하였다. 『舊唐書』 卷89 「狄仁傑列傳」】의 수장고에 갖출 만하지만, 끝내 겨를이 없어 다른 날을 기다리길 간청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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