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년 4월에 손곡께 드리며
여이손곡 기유사월(與李蓀谷 己酉四月)
허균(許筠)
【乙巳三月, 僕少日從足下, 學爲詩. 足下以王ㆍ孟ㆍ錢ㆍ劉之間望我及今以稍濫江西爲憂憂之過也 僕自知之熟矣 少作淸麗而有脂粉態 不堪上駟江西以後頓覺洪亮而脫其萎淺之習 自爲行中第一所謂寧爲鷄口無爲牛後者也 翁必大噱】
翁以僕近體爲純熟嚴縝, 不涉盛唐, 斥而不御, 獨善古詩爲顏ㆍ謝風格, 是翁膠不知變也.
古詩雖古, 是臨榻逼眞而已, 屋下架屋, 何足貴乎.
近體雖不逼眞, 自有我造化, 吾則懼其似唐似宋, 而欲人曰: “許子之詩也.” 毋乃濫乎. 『惺所覆瓿稿』 卷之二十一○文部十八
해석
【乙巳三月, 僕少日從足下, 學爲詩. 足下以王ㆍ孟ㆍ錢ㆍ劉之間望我及今以稍濫江西爲憂憂之過也 僕自知之熟矣 少作淸麗而有脂粉態 不堪上駟江西以後頓覺洪亮而脫其萎淺之習 自爲行中第一所謂寧爲鷄口無爲牛後者也 翁必大噱】
翁以僕近體爲純熟嚴縝,
옹께서는 나의 근체시가 순박하고 익숙하며 엄숙하고 촘촘하여
不涉盛唐, 斥而不御,
성당을 섭렵하지 못했다며 배척하고 억제하셨고,
獨善古詩爲顏ㆍ謝風格,
유독 고시가 안연지(顔延之)와 사령운(謝靈運)의 풍격이 있다고 좋아하시니,
是翁膠不知變也.
이것은 옹께서 불통으로 변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古詩雖古, 是臨榻逼眞而已,
고시가 비록 예스럽지만 이것은 책상에 다다라 베껴 핍진할 뿐이니,
屋下架屋, 何足貴乎.
집 아래 집을 지으니 어찌 귀하겠습니까.
近體雖不逼眞, 自有我造化,
근체시는 비록 핍진하지 않더라도 절로 나의 조화가 있으니,
吾則懼其似唐似宋,
저는 당풍과 비슷해질까 송풍과 비슷해질까 걱정하며
而欲人曰: “許子之詩也.”
남들이 “허균의 시”라고 말해주길 원합니다.
毋乃濫乎. 『惺所覆瓿稿』 卷之二十一○文部十八
외람된 건 아닐까요.
인용
허균 시론, 깨달음의 시학 3. 개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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