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편의 영보정 시를 통해 시의 본질을 말하다
상해좌서(上海左書)
정약용(丁若鏞)
重刊『挹翠軒集』, 有來相示者, 謹玆奉呈, 可以消得數日也.
「永保亭」詩, 終未見其爲佳作. ‘地如樓似’之句, 刻畫形模, 非詩家渾脫幻轉之活法. 篷者編竹覆舟之具, 用代舟船字, 亦恐未安. 未知古人曾如是借用否, 望有拈敎也.
嗣後李東州「永保亭」詩曰: “鶴飛反顧欲誰待, 鼇戴不傾長自浮.” 近故艮翁「永保亭」詩曰: “湖爲終古一完月, 島似中流雙浴烏.” 竝於地形上致力, 殊不敢曉.
“晴川歷歷漢陽樹, 芳草萋萋鸚鵡洲.” 不見其十分努力, 而地形時物, 與自家情緖, 燦然俱見, 詩豈易言哉. 竝望斤敎. 『與猶堂全書』
해석
重刊『挹翠軒集』, 有來相示者,
중간된 『읍취헌집』을 서로 보자고 가져온 사람이 있기에
謹玆奉呈, 可以消得數日也.
삼가 이에 받들어 올리니 소일거리로 며칠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永保亭」詩, 終未見其爲佳作.
「영보정」이란 시는 마침내 가작이 됨을 볼 만한 게 없습니다.
‘地如樓似’之句, 刻畫形模,
땅은 무엇 같고 누각은 무엇 같다는 구절은 형태와 모양을 새기고 그린 것이나
非詩家渾脫幻轉之活法.
시인의 혼탈하고 환전하는 살아있는 묘사법이 아닙니다.
篷者編竹覆舟之具, 用代舟船字,
‘봉(篷)’은 대나무를 엮어 배를 덮는 도구로 ‘주(舟)’와 ‘선(船)’자 대신 쓰는 것은
亦恐未安.
또한 아마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未知古人曾如是借用否,
옛 사람이 일찍이 이와 같이 차용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하겠으니,
望有拈敎也.
바라건대 염화의 가르침을 주십시오.
嗣後李東州「永保亭」詩曰: “鶴飛反顧欲誰待, 鼇戴不傾長自浮.”
뒤를 이은 동주 이민구의 「영보정」시는 다음과 같고,
鶴飛反顧欲誰待 | 학이 날다가 도리어 돌아보니 누굴 기다리려는가? |
鼇戴不傾長自浮 | 자라 이고서 기울어지지 않아 길이 절로 떠있네. |
近故艮翁「永保亭」詩曰: “湖爲終古一完月, 島似中流雙浴烏.”
근고의 간옹 이헌경의 「영보정」시는 다음과 같으니,
湖爲終古一完月 | 호수는 예로부터 하나의 보름달 같았고 |
島似中流雙浴烏 | 섬은 중류의 두 마리 목욕한 까마귀 같네. |
竝於地形上致力, 殊不敢曉.
두 시는 지형 위에만 필력을 다하여 매우 감히 깨우치질 못합니다.
“晴川歷歷漢陽樹, 芳草萋萋鸚鵡洲.”
晴川歷歷漢陽樹 | 비 갠 내는 한양의 나무를 또렷하게 하고 |
芳草萋萋鸚鵡洲 | 방초는 앵무주에 무성하네. |
不見其十分努力,
십분의 노력을 드러내지 않아도
而地形時物, 與自家情緖,
지형과 당시의 사물, 그리고 작가의 서정이
燦然俱見, 詩豈易言哉.
찬연히 모두 드러나니 시란 아마도 쉽게 말하는 것이겠지요.
竝望斤敎. 『與猶堂全書』
아울러 밝게 가르쳐주길 바랍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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