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五家詩鈔序
송시는 원리를 상실했다
詩至於宋 可謂亡矣 所謂亡者 非其言之亡也 其理之亡也 詩之理 不在於詳盡婉曲 而在於辭絶意續 指近趣遠 不涉理路 不落言筌 爲最上乘 唐人之詩 往往近之矣
송나라 시가 지닌 문제점
宋代作者 不爲不少 俱好盡意而務引事 且以險韻窘押 自傷其格 殊不知千篇萬首都是牌坊臭腐語 其去詩道 數萬由旬 豈不可悲也 夫以蘇長公絶特仙才 亦未免廣大敎化之誚 他尙何說乎
송시를 읽으며 슬퍼했지만 버리지 못하고 남겨두다
余嘗取宋人諸家閱之 哀其用功之勤而去道之遠 亦不敢以己見 廢古人劌心役智者 卑而恕之 歲月旣久 幷自家所作 亦漸流於西江 不自覺其舍古就近 信乎卑汚之染人也 如是其捷矣 姑以酬應之便敏 爲當於意 聊不決棄 傾城姝學時世粧 出倚市門 豈不羞滿面也歟
송나라 시인들 중 가치가 있는 걸 모아 책을 만들다
暇日取王文公及長公,黃太史曁二陳詩 列而味之 拔其小篇及近體詩稍麗者 載諸牘 或詰曰許 子旣能古詩 古詩自足名世詔後 奚宋爲耶 余曰 否否 難言也 古詩揂瓊彝玉瓚 只可施諸廊廟 而用之於里社宴集 則不如土簋瓷尊之爲便利 吾不遺宋詩 亦揂是矣 吾以酬世務而已 何詩道之足傷也 況介甫之精核 子瞻之凌踔 魯直之淵倔 無己之沈簡 去非之婉亮 寘之唐人之列 亦可名家 又豈以宋人而盡廢之耶 詰者曰 然 因以其語 弁之首焉 -『惺所覆瓿稿』
해석
송시는 원리를 상실했다
詩至於宋 可謂亡矣
시는 송에 이르러 없어졌다 할 수 있다.
所謂亡者 非其言之亡也 其理之亡也
소위 없어졌다는 것은 그 말이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詩之理 不在於詳盡婉曲 而在於辭絶意續
시의 원리는 상세하고 완곡(婉曲)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은 끊어졌어도 뜻은 이어지고,
指近趣遠 不涉理路 不落言筌
가리킴은 가까우나 지취(旨趣)는 멀며, 공리(公理)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언적(言跡)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爲最上乘 唐人之詩 往往近之矣
가장 상승(上乘)이 되는 것이니 당인의 시가 왕왕 이에 가까움직하다.
송나라 시가 지닌 문제점
宋代作者 不爲不少
송대의 작자가 많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俱好盡意而務引事
모두 다 뜻을 다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일을 인용하기를 힘쓰며,
且以險韻窘押 自傷其格
또 험운(險韻)과 군압(窘押)으로써 스스로 그 격조(格調)를 손상시키니
殊不知千篇萬首都是牌坊臭腐語
참으로 모르겠다. 천 편 만 수가 모두 다 패방(牌坊)의 냄새나고 썩은 말로서
시도(詩道)에서 떠남이 수만 유순(由旬)이니,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夫以蘇長公絶特仙才
대저 소장공(蘇長公 소식(蘇軾)을 가리킴)은 뛰어난 선재(仙才)였지만
亦未免廣大敎化之誚 他尙何說乎
역시 광대교화(廣大敎化)라는 나무람을 면하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야 하물며 말할 게 있겠는가?
송시를 읽으며 슬퍼했지만 버리지 못하고 남겨두다
余嘗取宋人諸家閱之
나는 일찍이 송인 제가(宋人諸家)를 얻어 보고,
哀其用功之勤而去道之遠
그 공들인 것은 부지런했으면서도 도(道)를 떠난 것이 멂을 슬퍼하였으나,
亦不敢以己見 廢古人劌心役智者
또한 감히 나의 소견으로써, 옛사람들이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부린 것을 없애지 못하고,
卑而恕之
낮게는 여기면서도 남겨 두었었다.
歲月旣久 幷自家所作
그런데 세월이 오래되자 아울러 내가 지은 것도
점점 서강(西江)으로 흘러들어 그 옛것을 버려버리고 가까운 데로 나아감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으니,
信乎卑汚之染人也 如是其捷矣
낮고 더러운 것이 사람을 물들이는 것이 이렇게도 빠른 것을 알 만하다.
姑以酬應之便敏 爲當於意 聊不決棄
우선 응수하기 편한 것으로써 뜻에 맞다고 여겨서 애오라지 버리기를 결단하지 못했다.
傾城姝學時世粧 出倚市門
아름다운 여자가 시세의 치장법을 배워 저자문에 나와 기대고 있는 격이니,
豈不羞滿面也歟
어찌 부끄러움이 낯에 가득하지 않겠는가?
송나라 시인들 중 가치가 있는 걸 모아 책을 만들다
暇日取王文公及長公,黃太史曁二陳詩
한가한 날 왕문공(王文公 문공은 송 나라 왕안석(王安石)의 시호) 및 장공(長公 소식(蘇軾)을 가리킴)과 황태사(黃太史 황정견(黃庭堅)을 가리킴) 및 이진(二陳 진사도(陳師道)와 진여의(陳與義))의 시를
列而味之 拔其小篇及近體詩稍麗者 載諸牘
가지고 음미하다가 그 소편(小篇)과 근체시(近體詩)에서 좀 아름다운 것을 뽑아 책에다 실었더니,
或詰曰許 子旣能古詩
혹자가 힐난하기를, “그대가 이미 고시에 능했으니
古詩自足名世詔後 奚宋爲耶
고시는 스스로 세상에 이름나고 후세에 끼칠 만하거늘 어째서 송시(宋詩)를 하는가?”하기에
余曰 否否 難言也
나는 말하기를, “아니오 아니오! 말하기가 어렵소.
古詩揂瓊彝玉瓚 只可施諸廊廟
고시는 경이(瓊彝)ㆍ옥찬(玉瓚)과 같아서 저 낭묘(廊廟)에나 베풀 수 있을 뿐,
而用之於里社宴集 則不如土簋瓷尊之爲便利
이사(里社)의 잔치 모임에 쓰자면 토궤(土簋)ㆍ자준(瓷尊)의 편리함만 못하오.
吾不遺宋詩 亦揂是矣 吾以酬世務而已
내가 송시를 버리지 않는 것도 이와 같소. 나는 세무(世務)에 응수하였을 뿐이니
何詩道之足傷也
어찌 시도(詩道)를 상할 수 있겠소.
況介甫之精核 子瞻之凌踔
하물며 개보(介甫 왕안석의 자)의 정핵(精核)함과 자첨(子瞻)의 능려(凌厲)함과
魯直之淵倔 無己之沈簡
노직(魯直)의 연굴(淵倔)함과 무기(無己 진사도)의 침착하고 간명함과
去非之婉亮
거비(去非 진여의의 자)의 부드럽고 밝음은
寘之唐人之列 亦可名家 又豈以宋人而盡廢之耶
당인의 열에 놓아도 명가일 수 있는데, 어찌 송인이라 하여 전부 버릴 것인가.”하니,
詰者曰 然 因以其語 弁之首焉 -『惺所覆瓿稿』
힐난하던 자는, “그렇겠소.”하였다. 그래서 그 말로써 첫머리에 쓰는 바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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