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운경에게 보냄 - 무진년(1688) 1월 2일
與南雲卿 戊辰正月二日
宋希甲 亦雙淸後裔而側出者 幼稱神童 亦以仙風道骨見稱 又勇力絶倫 年七歲時 雙淸主翁松潭公 指堂後雪竹曰 汝能賦乎 卽應聲曰 竹也今朝喪父母 子孫千百素衣同 晩來鳥雀來相弔 淸淚闌干日下風 俄而 權石洲來 雙淸見之 大加稱賞曰 足以傳我衣鉢也 遂取而敎育之 希甲常在江都 運水搬柴 服勤如奴僕 一日 石洲謂曰 人不博觀天下 詩亦爲所局矣 恨我已不能也 汝之筋骨足以辦此矣 第鴨江以北 關防甚嚴 必須以暗路隱伏 遇有水處 浮而潛渡 然後可以得達 汝須學漢語 且習水技 希甲聞之 躍然而喜 日投前洋 或浮或泅 如鳧鴨然 夫江河之水 亦能傷人 況海洋鹹鹵 氣血侵鑠 皖白成疾 遂至夭折 相識莫不痛惜 希甲喜遊山 聞有佳處 則必徒步而往 必窮探極歷 嘗遊俗離 有小菴臨絶壑 希甲踊身緣甍 一手接椽 一手執筆 題名而下 其上下之際 一如飛仙 至今老僧能言之 希甲未娶無子 弊宗方謀小刻於其墓耳 -『宋子大全』
해석
宋希甲 亦雙淸後裔而側出者
송희갑은 또한 쌍청공(雙淸公 송유(宋楡))의 후예로 서출(庶出)이다.
幼稱神童 亦以仙風道骨見稱 又勇力絶倫
어려서부터 신동(神童)이라 일컬었고, 또 선풍도골(仙風道骨)로 일컬었으며, 용력(勇力) 또한 뛰어났다.
年七歲時 雙淸主翁松潭公
나이 7세 때에 쌍청당(雙淸堂)의 주옹(主翁 종손이란 뜻임)인 송담공(松潭公 송남수(宋枏壽))이
指堂後雪竹曰 汝能賦乎
쌍청당 뒤의 설죽(雪竹)을 가리키면서 ‘네가 시를 지을 수 있느냐?’고 하자,
卽應聲曰 竹也今朝喪父母 子孫千百素衣同 晩來鳥雀來相弔 淸淚闌干日下風
즉석에서 응하기를,
竹也今朝喪父母 |
대나무 오늘 아침 부모 여의여 |
子孫千百素衣同 |
많은 자손들 모두 흰옷 입었네 |
晩來鳥雀來相吊 |
석양에 참새 떼 조문하여 오면 |
淸淚闌干日下風 |
바람따라 눈물 줄줄 흘러내리리 |
俄而 權石洲來 雙淸見之 大加稱賞曰
조금 있다가 권석주(權石洲 권필(權韠))가 왔는데 쌍청당이 그 시를 보이자 크게 칭찬하면서
足以傳我衣鉢也 遂取而敎育之
‘나의 의발(衣鉢)을 전수할 만하다.’ 하고 그를 데려다 가르쳤다.
希甲常在江都 運水搬柴 服勤如奴僕
그가 항상 강도(江都)에 있으면서 물 긷고 땔나무 운반하는 힘드는 일을 마치 하인(下人)처럼 계속하였는데,
一日 石洲謂曰 人不博觀天下 詩亦爲所局矣
하루는 석주가 ‘사람이 천하의 시(詩)를 두루 보지 못하면 국한되기 마련이다.
恨我已不能也 汝之筋骨足以辦此矣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미 틀렸지만 너는 근력이 강건하니 충분히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第鴨江以北 關防甚嚴
하지만 압록강 이북에는 관방(關防)이 매우 삼엄하므로,
必須以暗路隱伏 遇有水處 浮而潛渡
반드시 은밀한 샛길에 숨어 있다가 강물을 만나면 물위에 떠서 몰래 건넌 뒤에야
然後可以得達 汝須學漢語
중국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니, 너는 모쪼록 한어(漢語)를 배워야 한다.
且習水技
그리고 헤엄치는 재주도 익혀 두도록 하라.’ 하였다.
希甲聞之 躍然而喜
그가 이 말을 듣고 날듯이 기뻐하면서
日投前洋 或浮或泅 如鳧鴨然
날마다 강도 앞바다에 나아가 마치 물오리처럼 떴다 잠겼다 열심히 익혔다.
夫江河之水 亦能傷人 況海洋鹹鹵
그러나 강물도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거든, 하물며 짭짤한 바닷물이랴.
氣血侵鑠 皖白成疾
자연 기혈(氣血)이 쇠약해지고 피부가 창백하여 병을 얻었다가
遂至夭折 相識莫不痛惜
드디어 요절(夭折)하기에 이르니, 아는 이들은 모두 애석히 여겼다.
希甲喜遊山 聞有佳處
그는 산을 유람하기 좋아하여 경치가 좋은 곳이 있다는 말만 들으면
則必徒步而往 必窮探極歷
으레 도보로 찾아가서 끝까지 탐방(探訪)하고야 말았다.
嘗遊俗離 有小菴臨絶壑
그가 일찍이 속리산(俗離山)에 놀러갔을 때, 깍아지른 듯한 골짜기 위에 조그마한 암자(菴子)가 있었다.
希甲踊身緣甍 一手接椽 一手執筆 題名而下
이에 몸을 솟구쳐 용마루에 올라가 한 손에 서까래를 잡고 또 한 손으로 붓을 들어 이름을 써 놓고 내려왔는데,
其上下之際 一如飛仙 至今老僧能言之
오르내리는 즈음에 그의 동작이 마치 나는 신선과도 같았으므로 그곳 노승(老僧)들이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다.
希甲未娶無子 弊宗方謀小刻於其墓耳 -『宋子大全』
그는 장가들지 않아서 후사(後嗣)가 없으므로 우리 집안에서 지금 묘(墓) 앞에 조그마한 빗돌을 세우기로 계획하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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