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한 글자 스승
凡詩妙在一字, 古人以一字爲師.
張乖崖在江南題一絶云: “獨恨太平無一事, 江南閑殺老尙書.” 蕭楚材改恨作幸曰: “今天下一統, 公功高位重, 獨恨太平何耶?” 張謝曰: “蕭君一字之師也.”
金直殿久冏嘗有聯云: “驛樓擧酒山當席, 官渡哦詩雨滿船.” 卞文肅公季良曰: “當字未穩宜改臨.” 金曰: “南山當戶轉分明, 當字有來處.” 卞曰: “古詩有靑山臨黃河, 如金者豈知臨字之妙乎?” 金竟不屈., 終不相能, 一字相師義安在乎? 然今之評者曰: “臨字不如當字之穩.”
해석
凡詩妙在一字, 古人以一字爲師.
대체로 시의 오묘함은 한 글자에 있으니 옛 사람은 한 글자로 스승을 삼았다.
張乖崖在江南題一絶云: “獨恨太平無一事, 江南閑殺老尙書.”
장승애가 강남에 있으면서 지은 한 절구는 다음과 같다.
獨恨太平無一事 | 홀로 태평스러워 한 가지 일도 없음이 한스러워 |
江南閑殺老尙書 | 강남에 한가롭게 늙어가는 상서【상서(尙書): 관직명. 소부(少府)의 속리(屬吏). 궁정 안에 기거하며 황제의 신변에서 조령(詔令)이나 문서를 관장했다.】라네. |
蕭楚材改恨作幸曰:
소초재는 ‘한(恨)’자를 ‘행(幸)’으로 고쳐 쓰며 말했다.
獨幸太平無一事 | 홀로 태평스러워 한 가지 일도 없음을 행복해하며 |
“今天下一統, 公功高位重,
“지금 천하는 통일되어 공의 공력은 높고 지위는 중요하기만 한데
獨恨太平何耶?”
유독 태평스러워함을 한스럽게 여기는 건 무엇 때문인가?”
張謝曰: “蕭君一字之師也.”
장사는 “소초재 군이 바꾼 한 글자야말로 스승입니다.”라고 말했다.
金直殿久冏嘗有聯云: “驛樓擧酒山當席, 官渡哦詩雨滿船.”
직전 김구경【김구경(金久冏): 조선전기 집현전직학사, 성균주부, 호군 등을 역임한 문신.】이 예전에 연구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驛樓擧酒山當席 | 역참의 누각에서 술을 드니 산이 자리에 마주 대하여지고 |
官渡哦詩雨滿船 | 관아의 나루터에서 시 읊조리니 비가 배에 가득 차네. |
卞文肅公季良曰: “當字未穩宜改臨.”
문숙공 변계량은 “‘당(當)’는 평온하질 않으니 마땅히 ‘임(臨)’으로 고쳐야 하네.”라고 말했다.
驛樓擧酒山臨席 | 역참의 누각에서 술을 드니 산이 자리에 임하고 |
金曰: “南山當戶轉分明, 當字有來處.”
김구용이 “‘남산이 문에 마주 대하니 전환되어 분명하구나’라는 시로 ‘당(當)’자는 원래 출처가 있다네.”라고 말했다.
卞曰: “古詩有靑山臨黃河, 如金者豈知臨字之妙乎?”
변계량이 말했다. “옛 시에 ‘청산은 황하에 임하네’라는 구절이 있으니 그대와 같은 사람이 어찌 ‘임(臨)’ 자의 오묘함을 알리오?”
金竟不屈., 終不相能,
김구경은 마침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끝내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상능(相能): ① 서로 뜻이 맞다 ② 사이가 좋다】 않았으니
一字相師義安在乎?
‘한 글자로 서로 스승 삼는다’는 뜻이 어디에 있는가?
然今之評者曰: “臨字不如當字之穩.”
그러나 지금 평론하는 사람들은 “‘임(臨)자’는 ‘당(當)자의 평온함만 못하다”라고 말들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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